
암호화폐(가상자산) 대장주 비트코인(BTC)이 사상 처음으로 2만달러(2182만원)를 돌파하는데 성공했다. 지난 2017년 투기 광풍 때와는 달리 올해 기관투자자의 적극적인 유입이 시작되면서 강세장의 발판을 마련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17일 코인마켓캡에 따르면 전날 비트코인 개당 가격은 사상 처음으로 2만달러(2182만원)을 넘어섰다. 이후 이날 오전 10시 40분 현재 비트코인은 글로벌 시장에서 2만1237달러(약 2321만원)에 거래되면서 최고가를 경신하고 있다.
시가총액은 3945억달러(약 431조원)까지 치솟았다.
과거 제2의 튤립버블(Tulip Bubble)이라 평가받던 비트코인이 불과 3년 만에 사상 최고치를 경신한 데는 단연 기관투자자의 영향이 컸다.
미국의 신생 자산운용사이자 암호화폐 전문 투자사인 '그레이스케일(Grayscale)'의 비트코인 신탁 운용자산은 지난달 100억달러(약11조원)를 넘어섰다.
아울러 미국 최대은행인 JP 모건체이스의 경우 글로벌 거래소인 코인베이스 등에 은행 서비스를 제공하기 시작했고, 글로벌 자산운용사 피델리티는 뉴욕감독청(NYDFS)의 허가를 받고 커스터디(custody) 서비스를 제공 중에 있다.
이에 씨티은행은 내년 말이면 비트코인 가격이 31만8000달러(약 3억4800만원)까지 급등할 거란 보고서를 시장에 내놓기도 했다.
한대훈 SK증권 연구원은 "이번 비트코인의 상승은 지난 2017년과는 다르다"며 "당시 개인투자자들이 중심이 되었던 시장이었지만 이제는 기관으로 그 주도권이 옮겨가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피델리티를 비롯한 글로벌 굴지의 금융기관들은 관련된 서비스를 잇따라 출시하고 있고, 글로벌 굴지의 투자자들은 비트코인을 새롭게 포트폴리오에 편입하고 있다"며 "유럽에서는 비트코인 ETN이 출시됐으며, 미국에서의 비트코인 ETF 출시에 대한 기대감도 점점 높아지고 있어 기관투자자의 잇따른 시장 진출은 가상자산 시장의 자금 유입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특히 올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에도 비트코인은 연초 7203달러 대비 약 194% 상승했다. 이에 일부에서는 비트코인이 대표 안전자산인 '금'의 대체 투자수단으로 이동 중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비트코인은 다른 자산과 달리 극단적 위험과 극단의 수익률(Super High Risk & Super High Return)을 특징으로 한다. 하지만 최근 3년과 10년 간 비트코인을 포트폴리오로 편입시켰을 때 유의미한 성과를 보였다.
최근 3년 간 비트코인은 수익률 감소폭이 변동성보다 더 크게 나타났음에도 연 25.3%의 수익률을 보였다. 이는 금(11.4%), S&P500(12.8%), 코스피(3.0%) 등 주요 자산 대비 높은 성과다.
공원배 KB증권 연구원은 "비트코인이라는 이색 자산을 편입했을 경우 장단기 모두 높은 포트폴리오 효과가 나타났다"며 "비트코인을 10% 편입한 포트폴리오의 경우 변동성 확대보다 포트폴리오 수익률이 크게 확대되면서 포트폴리오 효율성 지표들이 유의미하게 개선됐다"고 분석했다.

한편 올 연말 비트코인이 가파른 상승세를 보인만큼 향후 투자에 유의해야 한다는 신중론도 나온다. 실제로 이날 암호화폐 투자 위험도를 나타내는 얼터너티브(Alternative)의 '공포와 탐욕 지수'는 현재 지수 92(극단적 탐욕: Extreme Greed)를 나타내고 있다.
앞서 조엘 크루거 영국 암호화폐 거래소 LMAX 분석가는 비트코인 가격이 최고치를 기록한 뒤엔 다시 급락세로 돌아설 것"이라며 "시장이 너무 빨리 또 크게 움직이고 있어 현 상황에서는 매수에 신중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