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남석 EBN금융증권부 기자ⓒ

"글쎄요. 또 다시 곤두박질치진 않을까 걱정입니다."

최근 비트코인 가격이 개당 2천만원을 돌파하며 3년 만에 신고점을 기록했다. 환호성을 질러야 할 즈음에 암호화폐거래소 한 관계자가 내놓은 말이다. '막연한 기대감'보다 '우려 섞인 반응' 꺼낸 셈이다.

비트코인 열풍에 가장 목 놓아 기뻐해야 할 그들은 왜 웃지 못했을까.

연말 사람들의 관심이 다시금 비트코인을 향하고 있다. 그럴만한 것이 비트코인은 올해에만 약 160% 급등했다. 코로나19 장기화라는 불확실성에도 주식과 채권, 금·은 등 주요 자산을 제치고 가장 높은 수익률을 기록했다.

비트코인이 대박을 치자 "비트코인은 거품" 논란은 슬그머니 자취를 감추었다.

대신 모두가 "이번 상승장은 지난 2017년과 다르다"고 입을 모은다. 기관 투자자들이 적극적으로 들어오고 있고 스타벅스와 마이크로소프트, 페이팔과 같은 어엿한 글로벌 기업들이 암호화폐 시장에 진출한다는 게 주요 근거다.

이번 비트코인 열풍이 암호화폐 시장의 성숙함을 증명하는 단초라는데 동의할 수 있다.

다만, 우려스러운 점이 있다. 최근과 같은 비트코인 재부각 상황에서도 암호화폐 거래소 종사자들이 마음껏 웃지 못하는 이유와 크게 다르지 않다.

일각의 전문가들은 비트코인 가격 폭등을 두고 '폭탄돌리기' 게임을 떠올린다. 비트코인 시가총액은 현재 약 390조원 수준으로 채 400조원이 되지 않는다. 기존 주식 시장 대비 시가총액이 현저히 작다. 작은 시총 만큼 언제나 일부 고래(거물)가 시장을 좌지우지할 가능성이 크다. 이 시장은 이미 그래왔던 전력도 있다.

지금의 흥분을 잠시 멈춰놓고 올해만 다시 반추해 보자. 지난 3월 당시 9000달러 선을 맴돌던 비트코인은 며칠 사이 45% 가량 급락했다. 사람들은 이를 너무 쉽게 잊고 있다.

과거 비트코인 열풍에 남 부럽지 않은 전성기를 구사했던 암호화폐 거래소였다. 그랬던 그들이 이번 비트코인 급등에도 웃지 못하는 이들이 적지 않다. 비트코인의 화려한 컴백 뒤로 드리운 그늘을 냉정히 살필 필요가 있다. 그것이 시장의 신뢰를 챙기기 위한 첫걸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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