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SK텔레콤이 통신에서 벗어난 ICT 신사업 본격 확대에 나서기 위한 기업 구조개편을 공식화하면서 통신업계에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KT도 디지털 플랫폼 기업으로의 전환을 위해 그룹사 리스트럭쳐링을 진행하고 있다.
15일 SK텔레콤은 연내 인적분할을 완료할 계획이다. 분할까지 6개월가량이 소요될 전망이다.
SK텔레콤은 AI & Digital Infra 컴퍼니(SKT 존속회사)와 ICT 투자전문회사(SKT 신설회사)로 인적분할을 추진한다. SKT 존속회사에는 SK브로드밴드 등을, 신설회사에는 SK하이닉스, ADT캡스, 11번가, 티맵모빌리티, 원스토어, 웨이브 등 ICT 계열사를 자회사로 둘 방침이다.
SK텔레콤은 "이번 인적분할의 취지는 통신과 더불어 반도체, 뉴(New) ICT 자산을 시장에서 온전히 평가받아 미래 성장을 가속화하고 주주가치를 제고하는 데 있다"고 설명했다.
SK텔레콤은 그동안 전통적인 통신업에서 벗어나 보안, 커머스, 모빌리티 등 뉴 ICT 사업에 도전했지만 통신사 이미지에 갇혀 기업 가치를 제대로 평가받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분할이 완료되면 존속회사는 5G, AI, 디지털 구독 마케팅, 데이터 센터 등 기존 MNO(이동통신) 사업에 집중하고 신설회사는 반도체 관련 투자에 적극적으로 나설 것으로 보인다. 특히 이번 지배구조 개편의 핵심은 SK하이닉스의 투자 여건을 강화하는 것이다. 신설회사는 국내외 반도체 회사를 대상으로 한 글로벌 M&A 경쟁에 활발히 참여할 것으로 예상된다.
박정호 SK텔레콤 최고경영자(CEO)는 이날 여의도 켄싱턴호텔에서 열린 '농어촌 5G 공동이용' 행사 이후 기자들과 만나 "반도체 시장 전체가 재편이 너무 급격하게 일어나고 있다"며 "국내 조그만 반도체 회사 인수도 중요하지만 큰 움직임을 준비하는 것이 급하다"고 말했다.

KT 역시 지난해 텔코(Telco)에서 디지코로의 전환을 선언하며 디지털 플랫폼 기업(디지코, Digico)으로 변화하고 있다. 현재 디지털 경쟁력 확보를 위해 리스트럭처링을 진행 중이다. 지난해 11월 KTH와 KT엠하우스가 합병을 결의하며 KT그룹 재편 작업에 속도가 붙었다.
올해 하반기 KT스카이라이프의 현대HCN 인수가 마무리될 예정이다. KT는 또 다른 케이블TV사업자 딜라이브 인수도 검토하고 있다. 또 지난 1월 KT파워텔을 디지털 보안장비 제조업체 아이디스에 매각했다. KT텔레캅, KT서브마린도 매각 가능성이 제기된다.
KT는 KT스튜지오지니를 통해 2023년까지 원천 지식재산권(IP) 1000개, 드라마 100편을 확보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KT스튜디오지니는 지난 1월 설립한 콘텐츠 전문회사다. KT의 자회사 스토리위즈가 보유한 웹툰·웹소설 IP를 활용해 드라마·영화·예능 등을 제작한다.

그룹의 미디어 역량을 키우는 것은 구현모 KT 대표의 '탈통신' 전략 일환이다. 구 대표는 "2025년 비통신 매출 10조원을 달성, 통신과 비통신 매출 비중을 5:5로 맞추겠다"고 강조해왔다. 핵심이 미디어이다. KT는 KT 스튜디오지니를 중간지주사로 KT 그룹사 내 스토리위즈, 스카이티브이, 지니뮤직, 시즌 등 관련 회사를 통합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구 대표는 "미디어는 KT가 누구보다 잘 할 수 있는 사업 영역이자 디지코로 가는 데 가장 강력한 성장 엔진이다. 이제 콘텐츠에서도 돈을 벌 수 있는 상황이 됐다"며 KT그룹 역량을 미디어 콘텐츠로 집결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