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강호성 CJ ENM 대표가 최근 IPTV 3사와 프로그램 사용료를 두고 논쟁을 벌이고 있는 것과 관련해 "IPTV가 수익 분배에 인색하다"며 공개 비판하고 나섰다.
강호성 CJ ENM 대표이사는 31일 서울 마포구 상암동 CJ ENM 센터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K-콘텐츠는 글로벌 인정을 받는데 이를 유지하는 산업구조, 유통구조는 국내시장 수준에 머물러 있다"며 "한국 시장이 콘텐츠에만 관심이 있고 수익 분배에 관심이 없으면 글로벌 메이저 스튜디오에 예속화될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다.
강 대표는 " 종합유선방송(SO)는 수익에서 가장 많은 부분을 콘텐츠 사용료로 제공하고 있고 영세한 SO도 상당 부분 내놓고 있다"며 "하지만 시장의 80%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IPTV는 인색하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이제는 K-콘텐츠의 우수성 만큼이나 유통구조, 분배구조, 시장구조 자체도 선진화돼야 한다. 시간이 없다"며 문제 해결을 촉구했다.
최근 KT, SK브로드밴드, LG유플러스 등 IPTV 3사와 CJ ENM은 프로그램 사용료를 두고 정면으로 충돌했다. IPTV 3사가 CJ ENM의 불합리한 프로그램 사용료 인상을 중단하라고 촉구하자 CJ ENM은 콘텐츠 가치를 저평가하고 있다며 반박했다.
CJ ENM이 IPTV 3사에 전년 대비 최소 25% 이상의 프로그램 사용료 인상을 요구했다. 특히 IPTV 3사가 운영하는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의 실시간 프로그램 사용료는 급격한 인상폭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동안 IPTV 플랫폼과 모바일 플랫폼 프로그램 사용료는 함께 묶어서 계약해왔지만 올해 별도 책정을 요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강 대표는 "콘텐츠를 IPTV에 공급하면 제작비의 3분의 1만 수신료로 받는다. 미국은 100~120%를 받는다"며 "미국은 안정적인 수익 확보를 통한 콘텐츠 투자 기반이 형성돼 있는 반면 우리는 나머지 3분의 2를 부가수익으로 찾아야 한다. 늘 불안한다"고 지적했다. 결국 협찬수익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강 대표는 유료방송업계 관행으로 자리 잡은 '선공급-후계약' 문제도 꼬집었다. 그는 "종합편성채널이 들어서면서 '선공급-후계약' 관행이 굳혀진 것 같다"며 "기본적으로 콘텐츠 투자에 대해 얼마나 회수할 수 있는지 예측 가능해야 한다. '선계약-후공급'이 빨리 이뤄져 예측 가능성을 가지고 콘텐츠를 공급하는 시스템이 마련돼야 한다" 강조했다.
해마다 반복되는 프로그램 사용료 갈등에는 유료방송업계 오랜 관행인 콘텐츠의 '선공급 후계약' 문제가 자리하고 있다. 유료방송사업자에게 방송콘텐츠를 공급하는 방송채널사용사업자(PP)와 콘텐츠사업자(CP) 간의 힘의 불균형으로 인해 유료방송시장에서 불공정 이슈가 있어왔다.
플랫폼과 콘텐츠사업자 간의 계약이 체결되지 않았거나 계약 기간이 만료된 경우에도 정당한 사유 없이 방송프로그램 공급을 요구하는 행위가 관행적으로 이어지고 있다. 가격협상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는 구조이다.
에 정희용 국민의힘 의원은 방송법과 인터넷 멀티미디어 방송사업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발의해 금지행위의 유형으로 계약이 체결되지 않았거나 그 계약 기간이 만료된 경우에도 콘텐츠의 공급을 강요하거나 무단으로 방송프로그램을 하는 행위를 추가했다. 하지만 해당 법안은 지난달 27일 열린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법안소위에서 보류됐다. '선공급-후계약'을 금지할 경우 중소 PP들에게 협상력이 떨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면서다.
CJ ENM 관계자는 "콘텐츠 가격 인상을 요구하는 것은 K콘텐츠 생태계가 상생하려면 IPTV 업계의 콘텐츠저평가 관행부터 바로 잡아야 한다는 절박함 때문"이라며 "국내 방송사들은 프로그램 사용료를 제작비의 3분의 1밖에 채우지 못해 광고, 협찬, 해외시장 공략에 매달리고 있다. 방송콘텐츠 시장 정상화를 위해 IPTV업계가 전향적으로 협상에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CJ ENM은 앞으로 5년간 콘텐츠 제작에 5조원을 투자해 글로벌 토탈 엔터테인먼트 기업으로 도약하겠다는 비전을 발표했다.
강 대표는 "고객과 직접 소통하는 양방향의 커뮤니케이션으로 고객의 취향을 실시간으로 반영하고 콘텐츠 제작 형태를 다변화해 다양한 고객의 니즈를 충족시키는 완결형 엔터테인먼트 기업이 되겠다"고 밝혔다.
특히 "웰메이드 IP 양산 시스템과 인프라를 구축함과 동시에 콘텐츠에 대한 투자도 대폭 늘려나갈 예정"이라며 "올해만 8000억원의 콘텐츠 투자비용이 잡혀 있고 향후 5년 동안 5조원 규모 이상의 콘텐츠 투자를 실행할 계획"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