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요즘처럼 세상이 빨리 변화하는 때가 없는 것 같다. 4차산업혁명 얘기가 나온 것이 몇 년 전인 것 같은데 가상현실(VR), 사물인터넷(IoT), 블록체인, 인공지능(AI)과 같은 용어가 어느덧 친숙한 단어가 되었고 현실공간과 기계들이 이해하는 디지털공간을 실시간으로 동일하게 유지하는 디지털트윈(Digital Twin)의 시대가 열리고 있다.
인간은 새로운 환경에서 새로운 욕구가 생기고 가치체계도 바뀌게 된다. 이에 따라 다양한 새로운 문제가 생기게 마련이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고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 내기 위해 많은 사람들이 창업(스타트업)에 뛰어 들고 있다. 창업생태계에서도 메타버스 플랫폼이라던지 인공지능기반이라는 말은 너무나 흔한 세상이 되었다.
바야흐로 스타트업 전성기이다. 중소벤처기업부에서 발표한 '한국 창업 생태계의변화 분석' 결과에 따르면 2020년 스타트업 수는 약 12만여개를 돌파했고 벤처인증기업 수도 4만여개에 육박하고 있다. 정부도 혁신기술기반 스타트업의 사업화를 적극 지원하고 있다. 청년창업사관학교, 창업스쿨 등 각종 창업자 교육과 예비창업패키지, 초기창업패키지 같은 초기 창업 지원 프로그램으로부터 창업도약패키지, 민간주도형 기술창업지원(TIPS), 재도전성공패키지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프로그램이 운영되고 있다.
이와 함께 ICT, 바이오, 헬스, 인공지능, 농업, 관광, 글로벌 등 줄잡아 수백개의 전문 액셀러레이팅(창업기획) 프로그램이 매년 스타트업 발굴과 육성을 지원하고 있다. '도전!K-스타트업', 'IBK창공'과 같은 대규모 정부 및 민간 창업경진대회와 IR 데모데이도 급속히 증가하고 있다. 무엇보다도 벤처에 대한 투자규모가 급속히 확대되어 2021년 말 약 10조원 안밖으로 추산된다.
하지만 스타트업이 성공하기는 정말로 힘들다. 대한상공회의소에서 2021년 조사한 통계에 따르면 우리나라 창업기업의 3년 생존율은 42.6%, 5년은 29.2%로 나타나고 있는데 소상공인창업 요소를 감안하더라도 명맥만 유지하고 있는 좀비기업들로 인해 실제로는 더 낮을 것으로 판단된다. 스타트업이 쿠팡, 카카오, 토스, 마켓컬리와 같은 유니콘(기업가치 1조이상 기업)으로 성장하는 경우는 매우 드물다고 할 수 있다.
스타트업의 성공은 창업자 자신의 경제적인 성공 뿐 아니라 국부를 창출하고 지속적인 고용과 성장을 가져오게 되어 국가의 경제발전을 위해서 매우 중요하다. 반면 스타트업의 실패는 창업자 자신이나 주변 지인 및 앤젤과 같은 초기 투자자, 액셀러레이터의 실패로 끝나는 것이 아니다. 여기에는 소중한 국민의 세금이 각종 행정지원, 세금감면, 지원금 등으로 투입되기 때문에 국가의 큰 손실이라고 할 수 있다.
필자는 스타트업 생태계에서 다양한 규모의 기업들을 위한 액셀러레이팅과 경영컨설팅을 하면서 많은 창업자들을 만나고 함께 애환을 겪으면서 축적한 경험을 공유하고자 한다. 초기의 창업자들과 창업을 꿈꾸는 미래 스타트업 대표에게 창업 초기의 실패를 줄이고 단어 그대로 스타트(Start)-업(Up)을 제대로 할 수 있는 성공 방정식을 풀어볼까 한다. 세상에는 정말 훌륭한 멘토도 많고 때로는 스타트업을 좀먹는 좀비 멘토도 존재한다. 이 칼럼이 스타트업을 꿈꾸는 사람이나 초기 스타트업을 경영하는 분들께 도움이 되길 바란다.
미국의 유명한 커머스 회사인 카테라(Cartera)의 에린 워렌은 스타트업을 잘 할 수 있는 사람의 성향을 제시했는데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불확실한 상황에서 내려진 의사결정에 따른 새로운 일을 편안하게 생각하고 정해지지 않은 역할과 작업을 유연하게 수행할 수 있는 자.
-개인시간을 희생하더라도 의무감을 넘어 자발적으로 활발히 행동하는 자.
-분석적, 전략적, 실행지향적인 능력을 보유한 자.
하지만 태어날 때부터 이러한 성향을 완벽히 갖춘 창업자가 있을까? 대부분의 창업가들이 작은 실패들을 겪으며 공부하고 배우면서 위와 같은 성향을 갖게 되는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최근에는 스타트업 열풍에 많은 청년들이 창업 전선에 뛰어들고 있다. 하지만 대부분의 창업자들이 너무 쉽게 창업 결정을 하고 미숙한 도전과 큰 시행착오 끝에 추락을 경험한다.
다수의 예비, 초기 창업자의 사업계획서를 읽어보면 보통은 잠재고객이 흥미가 있거나 재미있어 할 만한 아이템으로 창업을 한다. 하지만 4차 산업혁명 시대에는 변화된 시대에 맞는 문제발굴(Problem)과 해결방안(Solution)으로 고객에 혁신가치를 부여해야 한다. 고객의 흥미보다는 깊은 고통을 덜어주고 욕구 충족을 넘어서 가치를 느낄 수 있는 혁신적인 요소가 포함되어야 한다.
서둘러 창업팀을 구성하고 법인을 등록하기보다는 적어도 6개월 이상 고객의 문제와 제공 가치에 집중해야 한다. 구체적으로 다음과 같은 질문들에 상세한 답변을 할 수 있어야 한다. 잠재고객 및 시장을 대상으로 리서치를 수행하고 발로 뛰며 준비해야 한다.
-내가 파악한 고객의 니즈와 고통(Pain point), 이를 해결할 수 있는 솔루션은 정말 차별화된 가치를 제공할 수 있을까?
-나는 내 문제해결 솔루션에 대해 다른 사람보다 최고로 잘 알고 있는가?
-내 솔루션이 독점 또는 과점하여 팔 수 있는 정확한 시장과 고객은 누구인가?
-내 아이디어로 이미 유사한 사업을 하는 경쟁자는 누구인가?
-이미 실패한 경쟁자나 선두 주자는 왜 실패했나?
-내 사업모델(Business model)의 수명은 어느 정도일까?
-사업이 성공적으로 잘 되면 이 후에는 어떻게 할 것인가?
-내 계획이 실패하면 플랜 B는?
일단 부딪쳐 보자라는 전략은 통하지 않는다. 다소 지루하고 힘든 과정이지만 초기 준비작업은 너무나도 중요하다. 지속적 혁신을 실현하는 창업의 과학을 잘 정리한 린(Lean)스타트업 방법론을 제시한 에릭 리스는 성공을 위해 정말 중요한 일은 지루한 일, 즉 올바른 과정을 차례로 수행하면서 얻어진다고 하였다.
창업선진국인 미국과 마찬가지로 한국에서도 명문대나 대기업 출신들 중에서 성공한 스타트업 창업가가 많다. 하지만 기울어진 운동장을 탓하면서 에너지를 낭비하기보다는 현장에서 답을 찾으며 실행력과 속도를 높여 불리함을 극복할 때 성공의 여신이 미소를 지을 것이다. 배달의민족, 셀트리온, 이스트소프트가 증명하고 있다.
창업자는 누구나 일론 머스크, 스티브 잡스, 김범수, 김봉진을 바라보며 성공의 꿈을 꾼다. 하지만 누구도 실패한 스타트업과 창업자에 대해서는 관심이 없다. 스타트업의 성공은 작은 실패가 쌓여서 만들어진 튼튼한 건물이다. 초기에 폭풍성장하다가 큰 실패를 겪고 급속히 쇠락하는 스타트업이 부지기수다. 창업에 실패하면 투입된 자본, 기술, 시간 모두 사라진다. 특히 창업자 개인신용까지 걸려있으면 창업자의 소중한 미래까지 담보하게 된다. 스타트업 실패사례를 반면교사로 삼아 큰 실패를 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
최근에는 사회 첫 발을 창업으로 딛는 청년창업자들이 많다. 세상에 없던 새로운 것을 만들어내고 싶은 욕심이 가득한 강한 청년이라면 창업가가 될 자질은 갖추었다고 생각한다. 창업 전 꼼꼼한 준비와 학습, 노력만이 젊은 날의 큰 실패를 줄이고 도약할 수 있도록 해 줄 것이다. MIT기업가센터장인 빌 올렛도는 '기업가란 타고나는 것이 아니라 끊임없는 자기 훈련을 통해 배출된다'고 하였다. 오늘도 밤을 하얗게 지새우며 인생의 소중한 시간을 갈아넣고 불사르고 있는 창업가와 스타트업을 응원하며 이들이 만드는 멋진 대한민국을 소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