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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침공을 감행하면서 국내 반도체 업계도 이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업계는 "지금 당장 문제는 없다"는 입장이지만 양국의 충돌이 장기화 되면 셈법은 복잡해진다. 혹여 반도체 생산용 가스 가격이 상승할 경우 반도체 수급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현재 국내 기업들은 반도체 공정에 필수적으로 들어가는 희귀가스를 주로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에서 수입하고 있다.

24일 블룸버그 등 외신에 따르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24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동부 돈바스 지역에 대한 특별 군사작전을 선포했다. 그러면서 이날 긴급 연설 형식으로 "러시아는 우크라이나의 위협을 용인할 수 없다"고 말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국제유가는 지난 2014년 9월 이후 8년여 만에 배럴당 100달러를 넘어서기도 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현실화되면서 반도체 업계는 잔뜩 긴장한 모습이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국내 반도체 기업들은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에서 반도체 공정에 필요한 희귀가스 네온(Ne)과 크립톤(Kr) 등을 주로 수입하고 있다.

한국무역협회 등에 따르면 실리콘 웨이퍼에 미세회로를 새기는 반도체 노광공정에 쓰이는 네온은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비중이 각각 23%, 5.3%에 달한다. 지난 2020년에는 우크라이나에서만 절반이 넘는 52.5%의 네온을 수입하기도 했다.

반도체 식각공정에 쓰이는 크립톤(Kr)은 수입 환경은 훨씬 나쁘다. 지난해 수입된 크립톤의 48.2%가 우크라이나(30.7%)와 러시아(17.5%)에서 넘어왔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간 충돌이 감지된 이후부터 대비를 했기 때문에 지금 당장 문제는 없다"며 "다만 이번 사태가 장기화될 경우를 대비해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처럼 문제는 양국의 충돌이 장기전으로 접어들 경우다. 반도체 생산용 가스의 공급 부족이 자칫 반도체 비용 부담으로 이어질 수 있다. 실제로 앞서 2014년부터 2015년까지 우크라이나 전쟁이 벌어졌을 당시 네온 가스 가격은 세제곱미터(㎥)당 3500달러로 10배 이상 상승한 경험이 있다.

시장조사업체 옴디아는 "우크라이나 사태의 영향은 광범위할 수 있다"며 "이는 업계에 매우 나쁜 소식이며 현재 진행 중인 반도체 부족을 크게 악화시킬 수 있다"고 우려했다.

남대종 이베스트투자증권 연구원은 "중국 철강 업체 및 산업 가스 공급 업체들이 동일 가스를 생산하고 있으나 반도체 분야에 적용하기 위해서는 인증에 장시간이 소요될 것"이라며 "결국 특수가스 가격 상승이 예상되고 이는 반도체 생산업체들에게 원가 부담을 가중시킬 전망"이라고 분석했다.

한편 이석희 에스케이하이닉스 사장은 지난 16일 산업통상자원부 주최로 열린 '반도체 투자활성화 간담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재고를) 많이 확보해뒀다. 나름대로 잘 준비하고 있어서 너무 크게 걱정하지 않아도 될 것 같다"고 밝힌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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