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러시아군 폭격에 연기 치솟는 우크라 마리우폴 방공기지ⓒ연합뉴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본격화되면서 국내 반도체 기업들이 주가 방어에 고전하고 있다. 양국의 충돌이 장기화될 경우 반도체 생산 공정에 필수적인 가스 공급망이 붕괴될 것이라는 우려가 주가 리스크로 번지는 모습이다.

현재 국내 기업들은 반도체 공정에 필수적인 희귀가스를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등에서 주로 수입하고 있다.

25일 반도체 업계에 따르면 반도체 노광공정에 쓰이는 네온(Ne) 가스는 지난해 전체 수입 물량의 28.3%가 우크라이나(23.0%)와 러시아(5.3%)에서 수입됐다. 특히 우크라이나의 경우 2020년 52.5%의 네온을 수입, 네온 수입 의존 국가 1위를 차지한 바 있다.

반도체 식각공정에 사용되는 크립톤(Kr)은 수입 여건이 더욱 나쁘다. 전체 물량 가운데 48.2%가 우크라이나(30.7%)와 러시아(17.5%)에서 들어왔을 만큼 의존도가 높다.

양국의 충돌이 장기전으로 접어들면 반도체 수급난이 현실화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이유다. 물론 현재 중국 철강 업체와 산업 가스 공급 업체들이 동일 가스를 생산하고 있다. 다만 반도체 분야에 적용하려면 인증에 장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다.

시장조사업체 옴디아는 "우크라이나 사태의 영향은 광범위할 수 있다"며 "이는 업계에 매우 나쁜 소식이며 현재 진행 중인 반도체 부족을 크게 악화시킬 수 있다"고 우려했다.

국내 반도체 기업들은 주가 안정화를 위해 다방면으로 해결책 마련에 나섰다. 앞서 이정배 삼성전자 메모리사업부장(사장)은 지난 22일 자사주 5000주를 주당 7만3780원에 추가 매입했다. 이는 총 3억6890만원 규모로 업계에서는 이 사장의 자사주 매입을 주주가치제고와 책임경영 강화 의지로 해석하고 있다.

이석희 SK하이닉스 사장은 지난 16일 산업통상자원부 주최로 열린 '반도체 투자활성화 간담회'에서 우크라이나 사태에 따른 원자재 수급에 문제가 없다고 밝혔다. 이 사장은 이 자리에서 네온 등 반도체 관련 원자재 수급에 대해 "(재고를) 많이 확보해뒀다. 나름대로 잘 준비하고 있어서 너무 크게 걱정하지 않아도 될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국내 반도체 기업들의 주가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슈에 속수무책인 상황이다. 전날 삼성전자 주가는 2% 이상 떨어지며 7만1500원까지 밀려났다. 5거래일 연속 하락세다. 일각에서는 '7만전자' 수성도 어려울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SK하이닉스 역시 4.67% 하락한 12만2500원에 장을 마감하면서 우크라이나 사태에 취약함을 보였다.

한편 일각에서는 이번 우크라이나 사태를 뒤로 한 채 반도체 업황 개선에 대한 기대감을 보이고 있다. 외국계 투자은행(IB) 골드만삭스는 지난 22일 보고서에서 메모리반도체 업황 개선에 대한 기대감을 바탕으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 대한 투자의견 '매수'를 추천했다.

골드만삭스는 "최근 SK하이닉스, 샌디스크 등 기업 임원으로 30년 이상 근무한 경험이 있는 전문가 및 메모리 업계 투자자들과 온라인 회의를 진행한 결과 최근의 공급 차질, 계절적 성수기 수요, DDR5 보급에 의해 더욱 공급이 제한되기 때문에 하반기의 우호적인 가격 상황이 재확인됐다"고 분석했다.

이어 "장기적으로 낸드(NAND) 분야의 신규 공급업체의 잠재적 위험을 인식하면서도 지속적으로 비용을 절감할 수 있는 디램(DRAM)과 낸드의 미래 기술 로드맵에 현존 업체들이 잘 자리 잡고 있음을 확인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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