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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플이 러시아에서 제품 판매 중단을 결정하면서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최근 유럽연합(EU)을 비롯한 서방 진영과 러시아의 대치가 고조되는 가운데 업계에서는 애플이 탈러시아 선언을 통해 기업 이미지 제고와 유럽시장 점유율 확보를 노리는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3일 전자 업계에 따르면 애플은 1일(현지시간) 성명을 내고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대응해 러시아에서 제품 판매를 전면 중단한다고 밝혔다.

또한 애플은 러시아에서 결제 서비스인 애플페이를 제한하고, 러시아 이외 지역의 앱스토어에서 러시아 관영매체 러시아투데이(RT)와 스푸트니크뉴스를 내려받지 못하게 할 방침이라고 전했다. 아울러 우크라이나 주민들의 안전을 위해 애플지도 상에서 우크라이나 현지 교통상황과 실시간 사건 등을 알려주는 기능도 금지한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애플이 러시아 시장에서 손을 뗄 수 있었던 이유 중 하나로 저조한 시장 점유율을 꼽는다. 지난해 애플의 러시아 스마트폰 시장 점유율은 15%를 밑돌면서 경쟁사 삼성전자 점유율의 절반 수준에 그쳤다. 애플의 아이폰은 작년 한 해 동안 총 2억2000만대 가량이 팔렸는데 이 중 러시아 매출은 2%에 그쳤다. 특히 애플의 앱스토어 매출 6억9400만달러 중 러시아 비율은 1%에도 미치지 못했다.

반면 삼성전자로서는 당장 러시아 보이콧 카드를 꺼내 들기가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지난해 러시아 스마트폰 시장 내 삼성전자 점유율은 30%로 1위를 차지했다. 삼성전자는 러시아 브랜드 시장조사업체 OMI가 발표한 '소비자들이 뽑은 가장 좋아하는 브랜드'에서 10년간 글로벌 1위에 오르기도 했다.

삼성전자는 러시아 시장이 흥행 보증수표로 자리 잡은 만큼 이번 사태를 좀 더 예의주시하겠다는 입장이다.

일각에서는 애플의 러시아 시장 철수가 단순히 인도적 차원에서의 결정이 아닌 철저한 경영 전략의 일환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업계 한 관계자는 "애플의 러시아 보이콧은 단순히 인도적 차원에서의 결정이라기 보다 경영 전략의 일환으로 볼 수 있다"며 "기업 이미지 제고와 함께 향후 제재 불확실성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한 행보로 보인다"고 말했다.

현재 미국과 유럽연합 등 서방국은 러시아에 경제 제재 압박 카드를 꺼내 들고 있다. 민간 기업과 문화·체육계도 압박에 동참하면서 러시아는 국제사회에서 급속하게 고립되고 있다.

특히 탈러시아 선언을 계기로 러시아를 제외한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에서 점유율 확보를 꾀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이에 애플은 유럽연합과 러시아의 갈등 구도를 활용해 러시아를 제외한 유럽 소비자 공략에 적극 나설 가능성도 있다.

일부 전문가들은 애플이 탈러시아를 통해 얻는 효과가 더욱 크다는 분석도 나온다. 특히 유럽을 비롯한 글로벌 시장에서의 존재감을 발휘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실제로 지난해 유럽 스마트폰 시장 내 애플의 점유율은 26%로 삼성전자(32%)에 이어 2위를 차지했다. 하지만 연간 성장률이 25%에 달하면서 같은 기간 6% 성장률에 그친 삼성전자를 바짝 추격했다. 애플이 러시아 대신 '유럽'을 선택했다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김광석 한국경제산업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애플은 러시아 소비자를 타깃으로 마케팅을 계속한다면 범세계적인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 기조와도 맞지 않는다고 판단했을 것"이라며 "이번 (탈러시아) 액션을 통해 러시아를 제외한 나머지 시장에서 독보적인 지위를 차지하려는 전략으로 읽힌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갈수록 신냉전의 우려가 커지고 있는 만큼, 국내 기업들도 확실한 노선을 정해야 할 때가 올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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