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건설사들의 해외 수주 실적이 코로나 팬데믹 이후 2년 5개월 만에 상승세로 돌아섰다. 원화 약세가 이어지면서 건축·토목 등 국내 공종별 원가율이 치솟고 있는 반면 외화 수익률은 개선돼 해외 건설을 향한 업계의 기대감도 한층 높아진 모습이다.
3일 해외건설협회에 따르면 올 1월부터 이날까지 집계된 국내 건설사들의 해외 수주액은 174억 906만 달러(한화 약 22조 7711억원)로 전년 동기대비 13% 늘었다. 8월 초 기준으로 해외 수주액이 170억 달러를 넘어선 것은 지난 2018년 이후 4년 만이다.
수주액 뿐만 아니라 수주 및 시공 건수도 전년대비 각각 19%, 9% 증가했고 진출국가와 업체 수도 9%, 3%씩 확대됐다. 특히 기업 설립 이래 해외 진출에 처음 성공한 업체 수가 지난해보다 33% 늘어난 24곳으로 집계됐다.
최근 원달러 환율이 1300원대로 고착화 되는 양상을 보이면서 주요 자재를 수입에 의존하는 건설사들의 부담이 커진 가운데 수년간 하락세 였던 해외 수주가 모처럼 회복세로 돌아서면서 해외발 실적 개선에 대한 장밋빛 전망이 나오고 있다.
올 들어 이어진 고환율·고금리 등 겹악재로 건설사들의 원가율(매출대비 원가비중)은 평년대비 10% 가량 치솟았고 영업이익 감소 폭도 커진 상태다. 특히 최근 수년간 발주가 줄고 경쟁이 치열해진 해외 수주 대신 국내 주택 사업 비중을 늘려 온 건설사들의 수익성은 악화되고 있다.
상장 5대 건설사(삼성물산 건설부문·현대건설·DL이앤씨·GS건설·대우건설)의 올 상반기 영업이익은 11.4% 줄었다. 업계에선 비상장 대형사와 중견 건설사들의 영업이익 감소 폭은 이보다 더 클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다만 원화 약세에 따른 달러화의 수익성 개선과 고유가로 가시화 되고 있는 중동 국가들의 발주 증가를 주목하고 있다. 해외 건설 계약과 대금 수령의 대부분이 달러로 이뤄지는 데다 올 3월부터 치솟은 국제유가가 5개월 넘게 고공행진 중이라는 점은 중동 국가들의 발주 증가 가능성에 무게감을 더한다.

해외 수주 상위 건설사 한 관계자는 "환율 등락에 따라 국내 사업과 해외 실적 희비는 엇갈릴 수 있다"면서도 "정유·석유화학 등 해외 대형 발주가 많은 화공·플랜트 부문은 지속적인 유가 상승과 원화 약세를 호재로 판단한다"고 말했다.
또 다른 대형건설사 관계자도 "고환율로 인한 매입 단가 인상은 부담이지만 원화 약세는 중국 등 해외 업체와 수주 경쟁에서 일정 부분 도움이 되는 게 사실"이라며 "고유가가 이어져 중동을 중심으로 발주 물량 증가 움직임도 일고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지난 2010년(716억 달러)부터 2014년(660억 달러)까지 국내 건설사 들의 해외 수주액이 치솟은 시기에 앞서 글로벌 금융위기로 인한 국제 유가 급등이 있었다. 또 장기화 양상인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간 전쟁이 끝나면 대대적인 재건 사업 발주도 기대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정부도 이 같은 흐름에 힘을 싣고 있다. 지난달 22일 장·차관 워크숍에서 윤석열 대통령은 "오일머니로 중동에 돈이 모이고 있다"며 "국토교통부가 해외건설에 신경 써 달라"고 주문했다. 이에 원희룡 국토부 장관은 정부 업무보고를 통해 "대통령 임기 내 해외건설 수주액을 연 500억달러(약 66조원)까지 늘리는 방안과 구체적인 종합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답했다.
이에 앞서 국토부는 민간이 해외 건설 사업을 주도하고 공공이 지원하는 '팀코리아' 전략을 내놓은 상태다. 정부는 신수도 건립을 추진하는 인도네시아를 비롯해 우크라이나의 전후 재건과 사우디아라비아·쿠웨이트 등 도시 건설과 인프라 사업을 집중 공략한다는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