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초대형원유운반선(사진 왼쪽)과 케이프사이즈 벌크선(사진 오른쪽) 모습.ⓒ현대삼호중공업

올해 유조선 시장이 10% 이상 성장할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벌크선 시장은 적어도 내년까지 부진을 면치 못할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유조선 시장의 경우 러시아 제재에 따라 유럽이 원유 및 석유화학제품 수입선 다변화에 나서면서 운임 상승이 기대되고 있으나 벌크선 시장은 글로벌 경기침체 영향을 면치 못할 것으로 보인다.

2일 트레이드윈즈를 비롯한 외신에 따르면 올해 유조선 시장은 지난해보다 10% 이상의 운임 상승이 예상되고 있다.

미국은 유럽연합(EU) 등과의 합의에 따라 원유에 이어 오는 2월 5일부터 러시아산 석유제품에 대한 가격 상한제를 시행한다.

미국, EU 등 27개국은 러시아가 석유 판매를 통해 전쟁비용을 충당하는 것을 차단하고 유가를 안정시키기 위해 러시아산 원유 및 석유제품에 대한 가격 상한제를 도입하는데 합의했으며 이에 따라 지난해 12월 5일부터 러시아산 원유에 대한 가격 상한제가 시작됐다.

가격 상한제 시행으로 러시아 원유는 배럴당 60달러 이하의 가격으로 거래됐을 경우에만 해상 운송시 해당 국가의 기업이 제공하는 보험 및 금융서비스 등을 받을 수 있다.

러시아는 오는 2월부터 7월 1일까지 5개월간 한시적으로 러시아산 원유 가격 상한제를 도입한 국가·기업에 대한 석유 및 석유제품 판매를 금지하며 맞대응에 나섰다.

그동안 러시아 의존도가 높았던 유럽 국가들이 러시아산 원유에 이어 석유제품 수입을 줄이면서 디젤을 중심으로 유럽 국가들의 석유제품 수입선이 다변화될 전망이다.

특히 중동, 아프리카 등 상대적으로 먼 거리에 있는 지역에서의 원유·석유제품 수입이 늘어나면서 물동량 증가 없이 운송거리 변화로 선복량 증감 효과를 거둘 수 있는 톤마일(ton-mile) 효과가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영국 조선·해운 시황 분석기관인 클락슨(Clarkson)은 러시아 원유·석유제품 수출 제재에 따른 톤마일 효과로 올해 원유운반선 시장과 석유제품선 시장 모두 올해 성장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했다.

선박중개업체인 로렌첸(Lorentzen)의 니콜라이 한스틴(Nicolai Hansteen) 애널리스트는 "불확실한 해운시장이 오일 메이저와 트레이더들에게 기회로 다가오고 있다"며 "원유운반선 수요는 10%, 석유제품선 수요는 12% 늘어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유조선 시장과 달리 벌크선 시장은 올해 뿐 아니라 내년에도 부진한 모습을 보일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지난 2020년 초 코로나19 팬데믹 확산으로 글로벌 공급망 교란이 본격화되며 항만 적체가 심화됐고 벌크선들이 화물 선적 및 하역을 위해 항만에 대기하는 기간도 늘어났다.

이에 따라 벌크선 운임은 상승세를 지속했으며 지난 2021년 10월말 케이프사이즈 벌크선의 일일 스팟운임은 8만7000달러 수준까지 상승했다.

하지만 지난해 하반기 이후 공급망이 안정되기 시작하면서 벌크선 운임도 하락세로 돌아섰고 경기둔화에 따른 화물수요 감소로 운임 하락세가 지속되고 있다.

지난해 1월 2285포인트로 시작한 벌크선 운임지수(BDI)는 같은해 5월 3369포인트로 연고점을 찍은 후 하락세로 돌아섰다.

클락슨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22일 기준 케이프사이즈 벌크선의 일일 평균 정기운임은 1만5435달러로 전주(1만4361달러)보다 상승했으나 연간 기준으로는 1만1823달러에 그치며 2021년(2만8038달러)의 절반 수준에도 미치지 못했다.

글로벌 인플레이션과 이에 대응하기 위한 주요국 중앙은행들의 기준금리 인상이 지속됐으며 중국의 코로나19 봉쇄조치 및 철강수요 위축으로 계절요인도 사라졌다.

일각에서는 현재와 같은 벌크선 시장 침체가 올해 뿐 아니라 최소한 내년까지 이어지고 2026년에나 의미 있는 반등세를 보이기 시작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MSI(Maritime Strategies International)는 최근 보고서를 통해 최근 몇달 간 항만 적체현상이 완화되고 코로나19 백신 영향으로 일상생활이 회복되기 시작하면서 벌크선사들은 이전까지 누렸던 강세를 기대하기 어려울 것으로 내다봤다.

리오픈에 나선 중국에서 코로나19가 급증하는 등 지정학적 요인도 시장의 수요를 낮추고 선단 활용을 저해할 것으로 지적됐다.

플라멘 나츠코프(Plamen Natzkoff) MSI 애널리스트는 "우리는 향후 2~3년간 벌크선 시장이 주기적인 침체기에 들어설 것으로 보고 있다"며 "시황을 뒷받침할 만한 요인들이 약화되고 미미한 무역 성장세가 벌크선 운임 약세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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