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 조선업계가 건조한 유조선 모습.ⓒ각사

새해 들어 유조선 시황이 크게 악화되면서 향후 선박 발주에 대한 전망도 엇갈리고 있다.

일각에서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따른 불확실성이 여전한 만큼 투자수익을 바라보고 선박 발주에 나서는 것은 어려운 상황이나 유럽의 탈러시아 행보로 인한 장거리운송 수요 증가와 함께 글로벌 선사들의 노후선 교체수요가 늘어나고 있다는 점은 긍정적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12일 업계 및 외신에 따르면 지난 11일 BDTI(Baltic Dirty Tanker Index)는 전일대비 0.28% 오른 1427을 기록했다.

BDTI는 지난해 12월만 해도 2000 안팎을 유지하다 지난해 마지막 영업일이었던 12월 23일 1873으로 장을 마감했다. 하지만 새해 첫 영업일인 1월 3일 지수는 전 영업일 대비 21.78% 급락한 1465로 시작하며 부진한 모습을 보였다.

BCTI(Baltic Clean Tanker Index)는 BDTI보다 더 큰 낙폭을 기록했다.

지난해 12월 23일 2135로 장을 마감했던 BCTI는 이달 3일 1205를 기록하며 전 영업일 대비 43.56% 급락했다.

이후에도 하락세를 지속한 BCTI는 이달 11일 939를 기록하며 1000선까지 무너졌다.

원유 및 석유제품 운임지수가 약세를 보이는 가장 큰 이유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로 에너지 시장의 불확실성이 여전하기 때문이다.

선박 중개기관인 깁슨(Gibson Shipbrokers)은 지난해 2월 이후 원유운반선과 석유제품선 모두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으며 많은 시장 참가자들에게 혼선을 주고 있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올해 유조선 시장은 부정적인 요인보다 긍정적인 요인이 더 많다는 것이 깁슨의 전망이다.

유럽이 러시아 에너지 의존도를 줄이기 시작하면서 러시아보다 먼 거리에 있는 중동, 미국 지역의 대유럽 에너지 수출이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고 있으며 운송거리가 늘어나는 만큼 일주일 주기로 항로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더 많은 선박을 투입해야 한다.

지난해 선박 발주가 많지 않았다는 점도 긍정적인 요인이다.

영국 조선·해운 분석기관인 클락슨에 따르면 지난해 전세계적으로 원유운반선은 91척, 석유제품운반선은 69척이 발주된 것으로 집계됐다. 원유운반선 발주는 2021년(210척) 대비 절반 이상 급감했으며 석유제품운반선 발주도 전년(102척)에 비해 상당폭 줄었다.

신조선가의 선행지표인 중고선가도 최근 들어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선령 5년 VLCC(초대형원유운반선) 가격은 지난해말 대비 500만달러 오르며 1억달러를 찍었고 수에즈막스(6800만달러, +300만달러), 아프라막스(6250만달러, +250만달러), LR1(4700만달러, +200만달러), MR(4150만달러, +150만달러) 모두 올랐다.

업계 관계자는 "한국 뿐 아니라 중국의 주요 조선소들도 충분한 일감을 채우면서 선사들이 지금 선박을 발주하면 2026년 이전에 인도받기 어려운 상황이 됐다"며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에너지 불확실성이 높은 상황에서 투자수익을 바라보고 선박 발주에 나서기는 여전히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유럽이 탈러시아를 위해 중동, 미국에서의 에너지 수입을 늘리면 그만큼 선박 수요가 늘어나게 되고 판로가 막힌 러시아 역시 유럽보다 더 먼 지역으로 수출에 나서야 하기 때문에 이전보다 더 많은 선박이 필요해진다"며 "대형 선사들의 노후선 교체수요가 분명하다는 것도 긍정적 요인"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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