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 경제 회복세…사우디·러 감산에 공급 우려↑
‘100달러’ 전망 엇갈려…“넘는다” vs “안 넘는다”

국제유가가 연중 최고치를 경신했다. 주요 산유국의 감산 연장으로 인한 공급 우려에 상승세를 이어가는 가운데 배럴당 100달러까지 치솟을 수 있다는 전망이 고개를 들고 있다.
18일 한국석유공사에 따르면 3대 유종(油種) 가격은 모두 90달러를 넘어섰다. 지난 15일(현지시간) 거래된 미국 서부텍사스원유(WTI) 가격은 전일 대비 배럴당 0.61달러 상승한 90.77달러에 마감했다. 전일 10개월 만에 최고 수준을 기록한 데 이어 다음날도 상승세를 이어갔다.
북해산 브렌트(Brent)유도 전날 종가 대비 0.23달러오른 배럴당 93.93달러로 마감해 올해 최고치를 경신했다. 중동산 두바이(Dubai)유 역시 전일 대비 배럴당 1.72달러 상승한 95.56달러로 연중 최고치를 찍었다.
국제유가가 오르는 주요 원인은 공급 감소다. 러시아와 사우디아라비아의 감산 연장으로 공급부족 우려가 확대되면서 유가는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사우디는 하루 100만 배럴 감산을, 러시아는 하루 30만 배럴 수출 감축을 연말까지 유지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월간보고서에서 사우디와 러시아의 석유 공급 감축 연장으로 오는 4분기까지 공급이 부족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또 석유수출국기구(OPEC)는 OPEC 원유 생산량이 8월(하루 2745만 배럴)과 유사한 수준으로 유지될 경우 4분기에 하루 약 300만 배럴의 공급 부족을 겪을 수 있다고 언급했다.
원유 공급이 축소되는 반면 수요는 증가할 전망이다. 미국의 경제지표는 탄탄한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 중국 역시 시장의 예상치를 웃도는 경제지표 발표하면서 경기 회복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이에 따라 원유 수요가 늘어나게 되면 유가 상방이 더 열릴 수 있다.
오안다의 에드 모야 수석 시장분석가는 “미국과 중국 경제가 양호할 것이란 신호가 원유 수요 증가 전망으로 이어지면서 유가 상승세가 계속되자 시장에서도 차익실현 매물이 나오지 않고 있다”고 분석했다.
고유가가 장기화할 것이란 전망이 커지는 가운데 연내 100달러를 돌파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A)의 상품·파생상품 리서치 책임자인 프란시스코 블랜치는 “OPEC 플러스(+)가 아시아의 긍정적인 수요 배경을 토대로 연말까지 지속해 공급 감축을 유지할 경우 2024년 이전에 브렌트유 가격이 배럴당 100달러를 넘어설 것”라이고 예상했다.
박수연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사우디로 대표되는 OPEC+의 감산 의지가 크고 이를 방어할 비(非)OPEC의 원유 증산을 기대하긴 어렵다”며 “유가는 장기적으로 상승 압력이 우위에 있다”고 분석했다.
일각에선 배럴당 100달러 전망은 무리라는 지적도 나온다.
SK증권 김도현 연구원은 “사우디 아람코의 지분매각 시점이 2023년 말인 점을 고려할 때 올해 말까지 OPEC+의 감산 스탠스와 고유가 기조는 계속될 것으로 전망된다”며 “남은 감산 여력은 하루 100만 배럴 수준으로 추정되고 이에 따른 유가 하락 시 추가적 감산 역시 가능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어 “하반기 수요는 상반기 대비 성장률 둔화가 예상되는 상황이지만 지난해 기저를 고려하면 여전히 견조한 수요를 이어갈 것으로 전망한다”며 “수요의 제한적 상승 관점은 유지하지만 현재 시점에서 유가가 100달러를 돌파할 가능성은 적다”고 덧붙였다.
JP모건의 에너지전략 글로벌 책임자인 크리스티얀 말렉도 “유가가 단기적으로 배럴당 80~100달러선에서 거래될 것”이라고 예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