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저출산 문제와 더불어 오는 2026년 미국·유럽산 유제품에 대한 관세가 철폐될 경우 국산 흰 우유의 경쟁력은 더 떨어질 가능성이 크다. ⓒ픽사베이

국내 유업계와 낙농가가 원윳값 인상 폭을 두고 오랜 기간 협상을 이어온 끝에 올해는 동결하기로 결정했다. 덕분에 당장의 ‘밀크플레이션(우유+인플레이션)’은 피할 수 있게 됐다.

그럼에도 유업계의 표정은 여전히 어둡다. 저출산 문제와 더불어 FTA(자유무역협정)에 따라 오는 2026년 미국·유럽산 유제품에 대한 관세가 철폐될 경우 국산 흰 우유의 경쟁력이 더 떨어질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9일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낙농진흥회는 올해 우유 원유 가격을 용도 별로 동결하거나 인하하기로 했다. 이번에 조정된 원윳값은 이달 초부터 적용되고 있다.

흰 우유 같은 신선 유제품에 사용하는 음용유용 원유 가격은 현행 1리터당 1084원으로 유지됐다. 다만 치즈와 분유 같은 가공 유제품에 쓰는 가공유용 원유 가격은 1리터당 5원 인하했다.

낙농진흥회는 날이 갈수록 가중되는 소비자들의 물가 부담을 덜어내기 위해 가격 동결을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지난해의 경우 우유 원유 가격이 리터당 무려 88원 오른 바 있다.

그 결과 유업계와 소비자들이 우려하던 ‘밀크플레이션’ 현상은 면할 수 있게 됐다. 유업계는 매년 원윳값이 정해지면 이를 토대로 우윳값을 조정해 왔기 때문이다. 통상 흰 우유 가격이 오르면 카페 음료 등 우유 관련 가공식품이나 외식 가격 등도 연쇄적으로 인상된다.

다만 원윳값 인상 우려를 해소했음에도 국내 유업계는 현재 처해 있는 불안정한 경영 환경에서 한동안 벗어나기 힘들 것으로 보인다.

저출산, 고령화 등 우유의 주요 소비층이 줄어드는 상황에서 관세 철폐 문제까지 들이닥칠 예정이기 때문이다. 업계에 따르면 자유무역협정(FTA) 협약에 따라 오는 2026년 미국·유럽산 유제품의 관세 철폐가 이뤄진다.

현재 미국산·유럽산 우유, 치즈 등에 대한 관세율은 11~13% 수준인데, 이 관세율이 매년 단계적으로 하락해 2026년 이후에는 0%가 되는 것이다.

서울우유협동조합, 매일유업, 남양유업 등 국내 유업계가 입을 막대한 타격은 예정된 수순이다. 안 그래도 국내 흰 우유 소비가 급격히 감소 중인 가운데 저렴한 멸균 우유 등 수입품들의 가격 경쟁력과 소비량만 더욱 커지게 돼서다.

멸균 우유는 고온에서 고압으로 살균해 실온에서 자랄 수 있는 모든 미생물을 제거한 우유다. 단백질이나 칼슘 등 주요 영양소의 변질 없이 병원성 유해 세균을 없애 장기간 보관이 가능하고 상대적으로 가격도 저렴해 국내 시장에서도 경쟁력이 매섭다.

실제로 관세청에 따르면 외국산 우유 수입량은 2020년 1만1476톤에서 지난해 3만7407톤으로 3년 새 무려 226% 급증했다.

반면 2020년 1조7529억원이던 국내 흰 우유 시장은 지난해 1조6591억원으로 매년 위축되고 있다. 내년에는 1조6000억원선도 방어하기 힘들 전망이다.

업계 관계자는 “수입 멸균 우유는 국내산 흰 우유 가격의 절반 수준인데,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수입 우유, 치즈 등의 관세 철폐까지 예정된 상황”이라며 “국내 주요 유업체들도 건강기능식품 사업 전개에 집중하거나 A2 우유를 개발하는 등 저마다의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 노력 중이지만, 최근 다른 일반 식품 기업들까지 미래먹거리 사업으로 대체우유까지 개발하고 나서 부담스러운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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