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통신3사에서 알뜰폰으로 갈아타는 이용자 수가 확연히 감소 추세를 보이고 있다. 통신3사의 중저가 요금제 확대를 비롯해 공시지원금 상향, 멤버십 혜택 강화 등에 따라 가격 경쟁력에서 우위를 점하지 못한 영향으로 풀이된다.
알뜰폰 가입자 확대를 위해 저가 요금제 출시가 절실해지면서 관련 사업자들은 정부와 SK텔레콤 간 망 도매대가 인하 협상을 예의주시하는 분위기다. 특히 정부 주도로 이뤄지는 마지막 협상이라는 점에서 유의미한 수준의 도매대가 인하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29일 한국통신사업자연합회(KTOA)의 '이동전화 번호이동자 수 현황'에 따르면 지난달 통신3사에서 알뜰폰으로의 번호이동건수는 7만8117건으로, 올해 1월(12만332건)과 비교해 35% 가량 줄었다.
월별(1~7월)로 살펴보면 1월 12만332건, 2월 10만8908건, 3월 9만6771건, 4월 7만4822건, 5월 7만3727건, 6월 6만8729건, 7월 7만8117건으로 대체로 감소 흐름을 나타냈다. 지난달의 경우 신규 폴더블 스마트폰 '갤럭시Z폴드·플립6' 사전예약 판매 효과에 따라 번호이동건수가 늘어난 것으로 파악된다.
통신3사에서 알뜰폰으로의 번호이동건수는 지난해부터 올해 1분기까지 8만~10만건대를 유지해왔지만 2분기를 기점으로 크게 줄어든 상태다. 경쟁 상대인 통신3사가 저가 온라인 전용 요금제를 잇따라 선보이는 동시에 공시지원금 상향과 멤버십 혜택 강화에도 나서면서 가입자 유치가 점차 어려워지고 있다는 게 업계 설명이다.
알뜰폰업계 관계자는 "지난달에는 신규 단말기 출시로 가입자 수가 소폭 반등했지만, 이달부터 통신3사가 해당 단말기의 공시지원금을 50만원까지 높이고 물밑 지원금도 늘리면서 가입자 수가 다시 내려앉을 것으로 예상된다"며 "알뜰폰 시장 활성화를 위해 큰 폭의 도매대가 인하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현재 주무부처인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SK텔레콤과 도매대가 인하 협상을 진행 중이다. 과기정통부가 도매제공 의무 사업자인 SK텔레콤과 도매대가를 확정하면 KT와 LG유플러스도 이에 준하는 수준으로 알뜰폰 사업자들에게 망을 빌려준다.
올해에는 어느 때보다 도매대가 인하 협상 결과에 대한 알뜰폰 사업자들의 관심이 높은 상태다. 그간 과기정통부는 협상력이 낮은 알뜰폰 사업자를 대신해 SK텔레콤과 협상을 진행해왔지만, 도매대가 산정방식이 사후규제로 전환되면서 내년 2분기부터는 알뜰폰 사업자가 통신사와 개별 협상에 나서야 한다.
과기정통부는 향후 도매대가 인하 협상에서 공정경쟁이 저해됐다고 판단될 때에만 개입하게 된다.
업계에선 다음달 중 도매대가 인하 협상 결과가 나올 것으로 예상하는 가운데 알뜰폰 사업자들은 LTE(4G)·5G 등 핵심 요금제에 적용되는 수익배분(RS) 방식에서 높은 수준의 인하가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RS는 알뜰폰 사업자가 재판매한 요금제 수익의 일정 비율을 통신사에 지불하는 방식이다.
통신3사가 알뜰폰 사업자에 제공하는 LTE 도매대가율은 40%대, 5G는 60%대로 알려져 있다. 5G 도매대가율의 경우 5G 상용화 첫 해인 2019년 70.5%였던 점을 고려하면 여전히 높은 수준이다. 알뜰폰업계에선 지난해 도매제공 의무제 일몰 여파로 재산정이 이뤄지지 않은 점까지 이번 협상에 반영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다만 올해 협상에서도 종량제(RM) 도매대가 인하가 중심이 될 것이라는 시각이 적지 않다. RM은 데이터 사용량 만큼 도매대가를 지불하는 방식이며 주로 3G 요금제에 적용된다. 2022년 12월 이뤄진 직전 도매대가 인하 협상에서 음성은 1분당 6.85원으로 전년 대비 14.6%, 데이터는 1MB당 1.29원으로 19.8% 낮아졌다.
지난 5월 열린 한국알뜰통신사업자협회(KMVNO) 간담회에서 박장희 큰사람커넥트 전무는 "최근 5년간 소비자들이 많이 사용하는 데이터 무제한 요금제의 도매대가가 인하되지 않았다"며 "사업자들이 보다 저렴한 요금제를 낼 수 있도록 정부에서 보다 실효성 있는 제도를 지원해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중소 알뜰폰 관계자는 "정부가 통신시장 경쟁 촉진을 위해 내세웠던 제4이통사까지 무산된 상황에서 알뜰폰 사업자 육성에 집중하는 것이 대안이 될 수 있다"며 "RS 도매대가 인하 등 실질적으로 경쟁력을 높일 수 있는 대책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