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밥집을 운영하는 자영업자들이 줄줄이 폐업에 내몰리고 있다. 소비자들의 식품 소비 트렌드의 변화로 가뜩이나 급감하고 있는 김밥집이 원재료값 상승 타격까지 받으면서다.
4일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 2020년까지 급격히 늘어난 김밥집은 지난 2022년부터 급감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실제 김밥집 개수는 2016년 4만1726개에서 2020년 4만8822개로 꾸준히 증가했다. 그러나 지난 2021년 4만8898개로 76개(0.2%) 늘어나는 데 그쳤고, 2022년에는 4만6639개로 4.6% 감소했다.
김밥집 폐업이 가파르게 늘어나는 것은 쌀 소비량 감소 등 소비자들의 외식 소비 트렌드의 변화 때문이다.
쌀 소비량은 2020년과 2021년에는 코로나19 유행으로 '집밥'을 먹는 사람이 많았음에도 각각 57.7㎏, 56.9㎏으로 계속 줄었다. 지난해에는 56.4㎏으로 조사가 시작된 1962년 이래로 가장 적었다.
김밥집 감소세는 간단하게 끼니를 때우기 위해 분식집을 가는 대신 편의점이나 카페를 찾는 이들이 늘어난 결과라는 분석도 나온다.
실제 김밥집이 문을 닫는 이 기간 전국의 음식점 개수는 0.5% 즐어드는 데 그쳤다. 이 시기 외식업 가맹점 개수는 되레 늘었다. 업종별로 제과제빵, 피자, 커피, 주점 가맹점 수는 모두 전년 대비 5~13% 늘었다. 2022년 외식업 가맹점 개수는 17만9923개로 전년 대비 7.4% 늘었다.
소비 트렌드 변화에 따른 추세적 감소에 더해 재료값 상승도 자영업 폐업을 부추기고 있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에 따르면 이달 김 가격은 10장 기준 지난해 988원에서 1363원으로 38.0% 올랐다. 김밥에 주로 사용하는 재료인 당근은 1㎏에 6254원에서 7475원으로 19.5%가, 오이는 10개에 1만3157원에서 1만4607원으로 11.0%가 비싸졌다.
가게에서 납품받는 우엉 평균 가격도 중국산 기준 1㎏에 5000원에 육박했다. 늘어난 배달비도 부담이어서 일부 가게들은 배달 최소 주문을 3만원으로 올리거나 식사 시간에는 배달 주문을 받지 않는 등 운영을 조정하고 있다.
재료값은 오르고 있지만 소비자 가격은 그만큼 오르지 못한것도 자영업자들의 부담이다.
한국소비자원에 따르면 지난 달 서울 지역의 김밥 가격은 3485원으로 1년 전(3215원)보다 8.4% 상승했다. 김과 채소 가격이 평균 20%씩 오를 때 김밥가격은 10%도 올리지 못한 것이다.
이에 재료 납품 부담에서 비교적 자유로운 프랜차이즈 김밥집도 줄줄이 폐업하는 추세다. 김밥 프랜차이즈 매출은 지난해와 비슷하지만, 영업이익은 반토막났거나 적자로 전환한 곳이 대부분이다.
대표적인 김밥 프랜차이즈 김밥천국은 작년 매출액이 2억2950만원으로 전년(1억6700만원)보다 소폭 늘었지만, 영업이익은 1582만원에서 440만원으로 72.2%가 감소했다.
프랜차이즈 업계에 따르면 전국 김밥 매장 중 장사를 포기하고 내놓은 점포는 184곳으로 집계됐다.
경기 변화에 따라 자영업 환경이 바뀌는 것은 불가피하지만 트렌드 변화와 재료값 상승 같은 기본적인 요건 변화만으로 줄폐업 현상이 나타나는 것은 최근 경기 상황을 보여주는 상징적인 현상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이와 관련 고물가와 저성장, 내수침체 등 3중고가 겹치면서 자영업자의 생존 기반이 무너지고 있다는 분석도 따른다.
국세청이 조사한 ‘최근 10년간 개인사업자 현황’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개인사업자 114만7000여 곳이 문을 여는 동안 91만곳(79.4%)이 문을 닫았다. 86.9%를 기록했던 2013년 이후 10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이 중대표적 자영업인 소매·음식업 폐업률은 20.2%를 기록했다.
국회 기획재정위 소속 더불어민주당 안도걸 의원(광주 동남을)은 “소매업과 음식업, 간이사업자 등 대표적인 영세자영업자의 폐업률이 크게 상승했다. 지금 밑바닥 경기는 최악의 상황” 이라며 “고물가와 저성장 , 내수침체의 3 중고에 자영업자들은 코로나 팬데믹보다 더 어렵다”고 강조했다.
이어 “정부는 자영업의 어려운 현실을 직시하고 내수를 살릴 수 있도록 재정의 경기대응 역할을 다해야 한다”고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