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스키 시장이 급격히 둔화되면서 업계가 차별화 전략을 모색하고 있다. 연합뉴스
위스키 시장이 급격히 둔화되면서 업계가 차별화 전략을 모색하고 있다. 연합뉴스

코로나19 기간 급격히 성장한 위스키 시장이 최근 정체기에 빠지면서 주류 업계가 발빠른 대처에 나서고 있다. 

위스키 브랜드 별로 고급화 마케팅을 펼치거나 20년만에 신제품을 론칭하는 등 성장세를 이어나가기 위한 차별화 전략을 세우는 중이다. 

16일 관세청 수출입무역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정점을 찍었던 국내 위스키 수입량은 올 들어 급격히 꺾이고 있다. 

올해 3분기 기준 위스키 수입량은 1만9529톤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2만4734톤)보다 21% 줄었다.

수입액 기준으로도 1억7923만달러로 전년(2억295만달러)보다 11.7% 감소했다. 

2020년 이후 지난해까지 3년 새 수입액이 두 배 가까이 늘어나던 급성장세에 제동이 걸린 셈이다. 국내 위스키 수입량은 2021년 1만5662톤, 2022년 2만7038톤, 2023년에는 3만586톤으로 관련 통계가 작성된 2000년 이후 최대치를 계속 갈아치운 바 있다. 

시장이 정체되면서 위스키 업계는 차별화 전략을 세우고 있다. 

스코틀랜드 싱글몰트 위스키 더 발베니(THE BALBENIE)를 수입하는 윌리엄그랜트앤선즈코리아(WG&S)는 지난 14일 서울신라호텔에서 발베니 50년 컬렉션을 비롯한 고숙성 위스키 제품들의 경매를 진행했다. 

발베니 50년 컬렉션은 발베니 50년 숙성 제품과 발베니 증류소 투어(2인)로 구성됐으며, 추정가만 1억3000만원에 달한다.

싱글 몰트 위스키 브랜드 더 맥캘란(THE MACLLAN)은 지난달 영국 고급 자동차 브랜드 벤틀리와 협업해 만든 맥캘란 호라이즌 출시에 이어 연내 창립 200주년 기념 제품을 출시한다.

1940년 생산돼 84년 간 숙성된 위스키와 맥캘란 증류소가 증설한 뒤 2018년에 처음 만들어진 위스키를 활용한 제품으로 예상가는 2억5000만원으로 추정되고 있다. 

더 글렌드로낙을 수입하는 한국브라운포맨 역시 내년에 한국 시장에 고숙성 제품을 출시할 계획이다. 

업계에서는 위스키 업계가 고숙성 제품 마케팅에 열을 올리는 이유를 국내 위스키 시장이 성장 단계를 넘어 성숙 단계에 접어들었기 때문으로 보고 있다. 

글렌드로낙 증류소를 이끄는 레이첼 배리(Rachel Barrie) 마스터 블렌더는 지난 8월 국내 기자간담회에서 "위스키 애호가들도 만족할 수 있는 40~50년 숙성 제품을 만들고 있다"고 했다.

트렌드에 발맞춘 마케팅 전략을 내놓는 곳도 있다. 기존 브랜드의 라인업의 확장이나 고급화 등의 방법으로 대응하는 대신 새로운 콘셉트를 통해 시장 수요를 끌어내는 것이다. 

프란츠 호튼 페르노리카코리아 대표는 "위스키 시장의 둔화는 사실 시장 정상화에 가깝다"며 "코로나 이후 소비자들은 소비의 다양화로 새로운 제품을 원하고 있어 공급자들은 이러한 요구에 빠르게 부응해야 한다"고 견해를 전했다. 

이에 페르노리카 코리아는 지난 15일 약 20년 만에 새 위스키 브랜드를 출시했다. 와인 및 증류주 기업 소버린 브랜드와 협력해 스코틀랜드의 아일레이·스페이사이드 두 지역에서 생산된 원액을 섞어 만든 블렌디드 위스키다. 

호튼 대표는 "성공을 위해서는 기존 제품 라인을 확장하거나 고급화·프리미엄화하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아주 새로운 맛과 느낌을 가진 제품을 출시한다는 새로운 방식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고 출시 배경을 설명했다. 

위스키 시장이 조정기를 맞으면서 업계는 앞으로도 다변화하는 소비자들의 수요를 맞추기 위한 유연적인 마케팅을 펼칠 것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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