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평택 캠퍼스 전경 [출처=삼성전자]](https://cdn.ebn.co.kr/news/photo/202410/1641871_652957_1226.jpeg)
삼성전자가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투자 속도 조절에 나선다.
올해 3분기(7~9월) 영업이익이 10조원을 밑돌며 부진한 가운데 전사 실적의 발목을 잡은 파운드리 대신 고대역폭메모리(HBM), DDR5, 서버용 SSD 등 고부가가치 제품 판매에 집중해 수익성을 개선하겠단 의도로 풀이된다.
삼성전자는 연결 기준 올해 3분기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277.37% 오른 9조1834억원으로 잠정 집계됐다고 31일 공시했다.
같은 기간 매출은 17.35% 늘어난 79조987억원으로 종전 분기 최대 매출인 2022년 1분기(77조7800억원) 기록을 넘어섰다. 순이익은 10조1009억원으로 72.84% 늘었다.
다만 영업이익과 매출액 모두 증권사 컨센서스(시장 전망치 평균)를 하회하면서 실망감을 안겼다. 앞서 시장에서는 삼성전자의 3분기 영업이익과 매출액으로 각각 10조7700억원과 80조9000억원을 예상했다.
주력 사업인 반도체 부문이 부진에 빠지면서 전사 실적의 발목을 잡았다. 반도체 사업을 담당하는 디바이스솔루션(DS) 부문은 매출 29조2700억원, 영업이익 3조8600억원을 기록했다.
앞서 시장에서는 잠정 실적 발표 이후 눈높이를 낮춰 DS 부문 영업이익으로 4조2000억원 안팎을 추정했지만 이보다도 낮은 성적을 거뒀다.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적자폭이 늘어난 데다 성과급 등 일회성 비용이 반영된 영향이 컸다. 일회성 비용 규모를 구체적으로 밝히지는 않았지만 1조2000억원 이상의 비용이 발생한 것으로 추정된다.
◆3분기 HBM 매출 증가폭 70% 상회…"R&D·후공정 투자 집중 계획"
삼성전자는 적자가 지속되는 파운드리 부문의 투자를 줄이는 대신 HBM 등에서 해법을 찾겠단 목표다.
실제로 AI향 고수익 제품에 적극 대응한 결과 3분기 HBM은 전 분기 대비 매출 증가폭이 70%를 상회했다. 서버향 더블데이터레이트(DDR)은 10% 중반, 서버향 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SSD)는 30% 중반 올랐다.
삼성전자는 이날 3분기 실적 발표 이후 진행한 컨퍼런스 콜에서 "탄력적 설비 투자 기조를 유지하는 가운데 HBM과 DDR5 등 전환 투자와 연구개발(R&D)·후공정 투자에 집중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파운드리는 시황 및 투자 효율성을 고려해 기존 라인 활용에 우선순위 두고 있으며 투자 규모는 축소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삼성전자는 3분기 12조4000억원 규모의 시설투자를 단행했다. 이는 전 분기 대비 3000억원 늘어난 규모다. 이중 반도체가 10조7000억원으로 가장 높았다. 올해 연간 시설투자는 전년 대비 약 3조6000억원 증가한 56조7000억원 수준이 예상된다.
삼성전자는 올 4분기에는 반도체 사업이 성장세를 이룰 것으로 내다봤다.
메모리 사업의 경우 수익성 위주로 사업 포트폴리오를 개선하겠단 방침이다. D램의 경우 HBM 판매를 지속 확대하고 서버용 DDR5는 1b 나노 전환 가속화를 통해 32Gb(기가비트) DDR5 기반 고용량 서버 수요에 적극 대응할 방침이다.
6세대인 HBM4는 내년 하반기에 개발하고 양산에 나설 계획이다. 낸드의 경우 8세대 V낸드 기반 PCIe 5.0 판매를 늘리고 고용량 QLC 양산 판매를 통해 시장 리더십을 강화하겠단 목표다.
파운드리는 수주 확대로 비(比)메모리 사업의 적자 폭을 개선하겠단 목표다. 2나노 GAA 양산성 확보 등을 통해 고객 확보에 주력하고, SoC의 경우 '엑시노스 2400' 공급을 확대할 계획이다.
또 내년에는 2나노 양산 성공에 이어 메모리 사업부와 협력해 HBM 버퍼 다이 설루션을 개발, 신규 고객 확보를 추진할 방침이다.
삼성전자의 4분기 실적 관건의 핵심 요소로는 단연 'HBM'이 꼽힌다. HBM3E 제품의 대량 공급 여부에 따라 실적 개선의 방향이 정해질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는 SK하이닉스와 달리 5세대 HBM3E의 엔비디아 납품 테스트를 통과하지 못한 상태다.
최근 삼성전자가 엔비디아에게 조건부 승인을 받았다는 소식이 들리는 점은 고무적이다.
글로벌 투자은행 UBS는 최근 보고서에서 "삼성전자가 엔비디아로부터 12단 HBM 제품의 조건부 승인을 받았다고 보고 있다"며 "실제 생산 물량과 가격은 성능과 수율에 좌우될 것"이라고 했다.
대만 디지타임스 역시 지난 28일 "엔비디아가 삼성전자를 HBM 공급사에 포함하는 조건부 승인을 내렸다"며 "다만 삼성전자가 엔비디아에 제공하는 HBM 제품 출하량은 제한적인 수준에 그치며 정식 공급망에 포함된 것은 아니다"라고 보도했다.
한편 삼성전자의 1∼3분기 누적 매출은 225조원으로, 시장 컨센서스를 반영하면 올해 사상 최대 매출을 기록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기존 최대 매출액은 지난 2022년 기록한 302조원이다.
반도체 부문도 사상 최초로 매출 100조원을 넘어설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