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기선 HD현대 부회장. [제공=HD현대]
▶ 정기선 HD현대 부회장. [제공=HD현대]

HD현대가 ‘오너 3세’ 정기선 수석부회장 중심의 오너 경영체제를 강화한다. 정 부회장은 지난 3년간 지주사 대표직을 맡아 기존 주력사업의 안정적인 성장에 더해 미래 성장동력 육성이라는 주요과제를 성공적으로 수행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그룹 안팎으로 리더십을 인정받은 ‘정기선 체제’가 힘을 받으면서 그의 주도 하에 미래 전략사업와 그룹 전반에 걸친 디지털화 혁신이 속도를 내고 총수일가 3세 경영에 무게추가 실릴 전망이다.

HD현대는 14일 정기선 부회장 승진을 포함한 2024년 사장단 인사를 단행했다고 밝혔다.

정기선 부회장은 지주사 HD현대 대표에 취임한지 3년 만에, 부회장 승진 1년 만에 수석부회장에 오르며 그룹 장악력을 보다 강화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정기선 부회장은 정몽준 아산재당 이사장의 장남으로, 지난 2009년 현대중공업에 입사해 승계를 위한 경영 수업을 시작했다. 그는 2022년 그룹 대표이사 사장으로 승진했고 지난해 부회장 직함을 달았다.

정 부회장은 전문경영인 권오갑 회장과 함께 투톱체제를 유지한다. 다만 그가 수석 부회장으로 1년 만에 승진한 것은 그룹 지배력의 중심축이 쏠리며 향후 3세 승계가 임박한 것으로 재계는 해석하고 있다. 

정 부회장은 향후 그룹 경영을 주도하며 핵심과제를 직접 챙기게 된다. 정 부회장은 자신의 글로벌 데뷔무대였던 'CES 2022’에서 그룹의 미래비전으로 ‘퓨쳐 빌더’를 제시했다. 미래 조선·해양과 에너지, 기계 등 3대 핵심사업에 혁신적인 기술을 입혀 미래가치를 창출한다는 구상이다. 

그는 '판교 GRC(글로벌 R&D 센터) 시대'를 열며 그룹의 핵심사업을 전통적인 중후장대에서 미래 기술중심으로 이동시켰다. 이에 따라 HD현대 대표에 오른 지난 3년 동안 그룹 사업구조 개편에 적극 나서면서 조선·정유에 중심이 쏠렸던 사업을 수소·AI·로봇 등 미래 분야로 옮겼다.

지난 3년간 그룹 위상도 높아졌다. 그룹 시총 순위는 작년 말 9위에서 올해 5위로 올라섰다. 그룹의 가장 큰 축인 조선사업의 ‘슈퍼사이클’ 진입과 ‘전력 호황’ 수혜를 맞이한 HD현대일렉트릭, 상반기 기업공개(IPO) 시장 최대어로 꼽혔던 HD현대마린솔루션까지 더해지면서 가치를 인정받았다. 재계 서열도 한단계 오른 8위를 기록했다.

정 수석부회장은 그간 집중 육성해온 신성장사업이 안정 궤도에 오를 수 있도록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회사측은 그가 미래 성장동력 발굴과 친환경 및 디지털 기술 혁신 등을 주도해 나가는 데 주력할 방침이라고 설명했다.

조석 HD현대일렉트릭 부회장과 김재을 HD현대삼호 사장. [제공=HD현대]
조석 HD현대일렉트릭 부회장과 김재을 HD현대삼호 사장. [제공=HD현대]

정 부회장의 승진 외에 이번 사장단 인사는 ‘초호황기’에 올라타 승승장구하고 있는 조선 및 전력기기 사업에 집중됐다. 

먼저 부회장으로 승진한 조석 HD현대일렉트릭 사장이 대표적이다. 조 신임부회장은 2020년 3월 그룹 최초 외부 대표이사로 전격 영입된 이후 전 사업분야에서 목표를 초과 달성하는 등 경영성과를 인정받았다.

HD현대일렉트릭은 인공지능(AI)발 전력 인프라 투자확대 등 전력기기 시장의 수요 폭증으로 경영실적의 ‘슈퍼 서프라이즈’를 잇고 있다. 주력시장인 미국을 비롯해 유럽, 중동 시장을 세계시장의 수주가 크게 늘고 있어 앞으로도 가파른 성장기조가 전망된다. 그룹 내에서 전력기기 및 에너지솔루션 사업의 중요도도 한층 높아질 것으로 분석된다. 

조선부문에선 김재을 HD현대중공업 조선사업대표 부사장이 사장으로 승진해 HD현대삼호 대표이사에 내정됐다. 김 사장은 현대중공업 기술본부장과 생산본부장을 거쳐 현재 HD현대중공업 조선사업대표를 맡고 있다. 

HD현대오일뱅크 대표이사에는 ‘그룹 재무통’ 송명준 HD현대 부사장이 사장으로 승진 내정됐다. 현재 안전생산본부장을 맡고 있는 정임주 부사장이 송명준 사장과 함께 공동대표이사를 맡는다.

HD현대는 2025년 핵심사업별 경쟁력 강화와 미래 친환경 기술확보에 총력을 기울여 나간다는 방침이다. HD현대 관계자는 “미국 대선 이후의 경영환경 변화, 우크라이나 전쟁을 비롯한 국제정세의 변화, 유가 및 환율 변동 등 급변하는 경영환경에 적극 대응해 나가기 위해 사장단 인사를 단행했다”고 설명했다. 

이날 발표된 대표이사 내정자들은 향후 주주총회와 이사회를 거쳐 정식 대표이사로 선임될 예정이다. 그룹은 이날 사장단 인사에 이어 조만간 후속 임원인사를 단행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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