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쪽부터)최윤범 고려아연 회장, 장형진 영풍 고문. [제공=각 사]
(왼쪽부터)최윤범 고려아연 회장, 장형진 영풍 고문. [제공=각 사]

최윤범 회장의 다음 수에 대한 시선이 쏠리고 있다. 고려아연 경영권 분쟁이 주주총회 표 대결로 승패가 갈릴 전망이기 때문이다. 영풍-MBK파트너스와 고려아연은 1표라도 더 얻기 위해 각자의 명분과 실리를 내세우며 위임장 대결을 펼칠 것으로 보인다. 또한 주총 전까지 지분율을 높이기 위해 장내매수 및 우호지분 결집에 총력을 기울일 것으로 관측된다. 

15일 재계에 따르면 고려아연은 지난달 28일 고용노동부 허가를 받아 29일에 '고려아연사내근로복지기금'을 설립했다. 등기 내용을 보면 기금은 우리사주 구입을 포함해 의료비 및 선택적 복지 지원 등의 사업에 쓰일 예정이다. 자산은 5000만원이다. 

사내근로복지기금은 자사주 활용이 가능한 예외 조항이 적용된다. 앞서 고려아연은 지난 5월 자기주식 취득 신탁계약을 통해 자사주 28만 9703주(1.4%)를 취득했다. 취득 목적은 주식 소각 및 임직원 평가 보상이라고 밝힌 바 있다.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은 현재 의결권 1주가 아쉬운 상황인데 자사주는 의결권이 없다. 자사주를 우리사주조합에 처분하거나 사내근로복지기금으로 출연해야 의결권이 생긴다. 이에 사내근로복지기금을 활용해 자사주 1.4%에 대한 의결권을 확보하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고려아연 관계자는 "사내근로복지기금을 설립한 건 맞지만 이는 지난해 말 노사 합의사항으로 올해 1월부터 준비해 왔던 일"이라며 "8~9월에는 컨설팅 업체를 선정해 담당자 교육까지 마친 사안으로 최근의 상황과는 전혀 별도의 건"이라고 일축했다. 

최근 최 회장의 우호지분으로 묶이던 회사들이 연달아 주식을 내다팔면서 최 회장측과 영풍-MBK의 지분율 차이가 더 벌어졌다. 최 회장 입장에선 의결권 확보를 위해 갖은 방법을 강구해야 한다.

한국투자증권이 보유 중이던 고려아연 지분 0.8%를 모두 처분한 것으로 알려졌고,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도 고려아연 지분 0.7% 중 일부를 매도했다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 

이들의 지분을 모두 제하면 최 회장측 지분율은 33.9%가 된다. 영풍-MBK는 최근 고려아연 지분 1.36%를 추가 취득해 지분율을 기존 38.47%에서 39.83%로 늘렸다. 이에 양측의 지분율 차이는 최소 5.23%p에서 최대 5.93%p가 될 것으로 추정된다.     

쉽지 않은 상황이다. 최 회장의 백기사 군단 이탈이 알려진 것보다 더 있을 것이란 분석도 일각에서 나온다. 재계 관계자는 "고려아연이 주당 89만원에 공개매수를 진행하면서 그에 응한 주주 명부를 받아봤을 것"이라며 "공개매수로 혹은 최근 주가가 급등했을 때 주식을 판 주주들 중 최 회장의 우호지분이 생각보다 많았을 것이란 얘기가 나온다"고 말했다.

이어 "최 회장의 우호지분으로 남기보다 막대한 시세차익을 얻을 수 있는 기회를 놓치지 않기 위해 그러지 않았겠나"고 덧붙였다. 

실제로 최 회장은 우호지분에 관해 말을 아끼고 있다. 지난 13일 유상증자 철회 이후 입장을 발표하는 기자회견에서도 그는 "주주들 중에 고려아연 주식이 올라서 투자이익을 보기 위한 분들이 굉장히 많을 것 같은데, 좋은 투자로써 돈을 많이 버신 분들이 많을수록 저희한테는 그 분들이 다 우리의 우호지분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최 회장은 주총 표 대결의 캐스팅 보트는 "기관 투자자, 외국인, 소액 주주들"이라며 거듭 지지를 호소했다. 이에 주총을 앞두고 고려아연과 영풍-MBK의 소액주주 표를 잡기 위한 위임장 확보전이 벌어질 전망이다.

앞서 지난 3월 주총에서도 양측은 위임장 대결을 펼쳤다. 영풍-MBK가 법원에 소집 허가를 신청한 임시 주주총회 날짜가 정해지면 양측은 위임장 확보를 위한 업체를 선정하고 작업에 착수할 것으로 보인다. 

양측은 1주라도 지분을 더 늘리기 위해 장내매수를 이어갈 수도 있다. 고려아연의 경우 공개매수를 진행하며 2조원이 넘는 빚을 졌기 때문에 자금여력이 크진 않다.

최 회장의 경영권 방어를 위해 공개매수를 했기 때문에 또 빚을 내 장내매수를 하는 건 쉽지 않아 보인다. 최 회장이 개인적으로 사재를 털어 장내매수를 하거나 우호지분을 더 끌어모으는 방법 등이 거론된다. 

영풍-MBK는 풍부한 자금력을 바탕으로 장내매수를 이어갈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애초에 영풍-MBK가 공개매수를 처음 시작할 당시 지분 6.98% 이상 확보를 최소 매수 조건으로 내걸었는데 현재까지 취득한 지분율은 6.7%(공개매수 5.34%+장내매수 1.36%)에 그친다. 

재계 한 관계자는 "MBK가 공개매수를 진행하면서 계획했던 것보다 돈을 덜 썼다"며 "자금 여유가 있고 주총에서 표 대결을 해야 하기 때문에 장내에서 계속 주식을 사모을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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