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윤범 고려아연 회장이 13일 개최한 기자회견에서 발표하고 있다. [제공=고려아연]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이 13일 개최한 기자회견에서 발표하고 있다. [제공=고려아연]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이 고개를 숙였다. 그는 유상증자를 철회하고 주주들에게 지지를 호소했다. 주주 소통 강화, 주주환원 정책 등을 통해 주주들의 신뢰를 회복해 영풍-MBK파트너스와의 경영권 분쟁에서 승리하겠다고 밝혔다. 

최 회장은 13일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시장의 우려와 제반 사정 변경 등을 감안해 유상증자 철회를 결정하게 됐고, 그에 대한 사과를 드린다"고 말했다. 

이날 임시 이사회에서 일반공모 유상증자를 철회하기로 결의했다. 앞서 지난달 30일 고려아연은 2조5000억원 규모의 일반공모 유상증자를 발표했다. 

그러나 금융감독원이 유상증자 추진경위 및 의사결정 과정, 청약한도 제한 배경, 공개매수신고서와의 차이점 등에 대한 기재가 미흡하다며 정정신고서 제출을 요구했다. 또한 시장에서도 이번 유상증자 결정을 두고 비난이 빗발쳤다.

고려아연은 유상증자를 결의할 당시에는 미처 예상하지 못했던 변수다. 주주와 시장 관계자의 우려 등을 지속적으로 경청하고 사외이사를 중심으로 한 독립적인 숙의 과정을 거쳐 해당 안건을 재검토한 끝에 철회를 결정했다.

■  유상증자 철회에도 주총 승리 자신 

최 회장은 "저부터 변화하고 내려 놓을 것을 내려 놓겠다"며 "최대한 빠른 시일 내에 이사회 의장직을 내려놓고 사외이사가 고려아연 이사회 의장을 맡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독립적인 사외이사를 이사회 의장으로 세워 이사회의 실질적인 독립성을 제고하겠다는 것이다.  

그는 유상증자 철회에도 불구하고 영풍-MBK와 주주총회 표 대결에서 승리를 확신했다. 최 회장은 "만약에 이러한 유상증자 철회를 통해서 필패가 예상됐다면 조금 무리가 되더라도 유상증자를 더 추진해 볼 생각이었을 거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지금 고려아연 주식을 갖고 계신 여러 분들이 있고 이 분들의 신뢰를 저희가 다시 한 번 되찾을 수 있다면 임시 주주총회와 정기 주주총회에서 승리할 방법이 있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최 회장은 이날 기자회견 시작과 함께 '고려아연 주주와 국민 여러분께 드리는 글'을 발표하며 소액주주 보호, 주주친화 정책 등을 제시했다. △기관투자자와 소액주주의 권리를 보호하고 경영 참여를 강화하기 위한 방안을 정관에 명문화 △분기배당 추진 △배당 기준일 이전 배당을 결정해 예측 가능성 향상 △이사회 독립성 강화와 지배구조 개선 등이다. 

이러한 방안을 통해 주주들의 지지를 얻어 영풍-MBK와의 경영권 분쟁에서 승리하겠다는 것.

■ 영풍-MBK, 지분율 늘었지만 "훨씬 큰 주주들 믿음 얻겠다" 

최근 영풍-MBK가 고려아연 지분 1.36%를 추가 취득해 지분율을 기존 38.47%에서 39.83%로 늘렸다. 이에 우호지분을 포함한 최 회장측과 지분율 격차를 더 벌렸다. 

최 회장은 "저희가 오늘 이 기자회견을 하고 우리 주주들에게 호소를 드리는 이유는 1.36%, 그것보다 훨씬 큰 기존 주주들의 믿음을 얻고 그동안 우리를 믿어주셨던 주주분들에게 다시 한 번 우리의 의지를 말씀드리기 위한 것"이라며 "또한 그에 따른 구체적인 조치로 주주들의 지지를 얻기 위해서"라고 거듭 강조했다. 

■ 지분율 격차? "동의 안해…판 흔들 상황 아냐"

최 회장은 우호지분 이탈과 이로 인한 지분율 격차에도 개의치 않는다고 밝혔다. 최근 최 회장의 우군으로 분류되던 한국투자증권이 보유 중이던 고려아연 지분 0.8%를 모두 처분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도 고려아연 지분 0.7% 중 일부를 처분했다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 이들의 지분을 모두 제하면 최 회장측 지분율은 33.9%가 된다.

최 회장측과 영풍-MBK의 지분율 차이는 더 벌어지게 됐다. 양측의 지분율 차이는 최소 5.23%p에서 최대 5.93%p가 될 것으로 추산된다.   

주총에서 의결권 대결이 벌어지면 최 회장은 불리할 수밖에 없다. 당장 영풍-MBK가 법원에 허가를 요청한 임시 주총 소집이 이르면 올 연말, 내년 초에 열릴 전망이다. 

최 회장은 "영풍-MBK와의 지분율 격차가 5%p 이상이라는 데에는 동의하지 않는다"며 "MBK가 1.3%를 더 샀다는 건 유용한 정보인 건 사실이지만 임시 주총에서 소위 말하는 캐스팅 보트를 가지고 있는 주주가 있다면 그것은 기관 투자자, 외국인, 소액 주주들"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고려아연의 방향과 경영권에 대해서 최종적으로 결정해 주실 분들에 대한 규모와 독립성을 생각해 보면 그렇게 크게 판을 흔드는 상황은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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