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쪽부터)최윤범 고려아연 회장, 장형진 영풍 고문. [제공=각 사]](https://cdn.ebn.co.kr/news/photo/202411/1642807_654088_5435.jpg)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의 백기사들 이탈이 본격화될 것으로 보인다. 한국투자증권의 이탈로 최 회장측과 영풍-MBK파트너스의 지분율 격차는 더 벌어지게 됐다.
이런 가운데 영풍-MBK가 법원에 신청한 임시 주주총회 소집 허가에 대한 심문기일이 잡히면서 임시 주총에 대한 윤곽도 나오게 됐다. 현재와 같은 상황에서 임시 주총이 열리면 최 회장은 의결권 대결에서 승리하기 쉽지 않아 보인다.
11일 투자은행(IB)업계와 재계에 따르면 한국투자증권은 최근 보유 중이던 고려아연 지분 0.8%(15만8861주) 전량을 모두 매각했다.
한국투자증권은 한국투자금융지주의 100% 자회사로 김남구 한국투자금융지주회장이 최 회장과 친분이 돈독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최 회장의 우호지분으로 분류돼 왔다. 한국투자증권은 지난 2022년 11월 고려아연이 ㈜한화와 LG화학 등과 자사주를 교환할 때 재무적투자자(FI)로서 고려아연 자사주를 사들여 보유해 왔었다.
최 회장의 또다른 우군으로 꼽혔던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도 고려아연 지분을 일부 처분했다는 얘기가 일각에서 나오고 있다.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는 고려아연 지분 0.7%를 보유 중이었다. 조현범 한국앤컴퍼니그룹 회장과 최 회장이 절친한 사이로 알려지면서 우호지분으로 묶였지만, 고려아연 주가가 급등하면서 차익을 실현한 것 아니냐는 분석이다. 앞서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의 자회사 한국프리시전웍스는 고려아연 주식 1만주를 장내에서 사고 팔아 나흘 만에 약 8억원의 시세차익을 얻었다.
이들의 이탈로 최 회장측은 영풍-MBK와 지분율이 더 벌어지게 됐다. 공개매수 종료 이후 지분율은 최 회장측이 35.4%, 영풍-MBK가 38.47%로 3.07%p 차이었다. 그러나 한국투자증권과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의 지분율을 모두 제하면 최 회장측 지분율은 33.9%가 돼, 영풍-MBK와의 차이가 4.57%p로 확대된다.
일각에서는 이들의 지분 매도가 최 회장의 백기사 군단 이탈의 신호탄이 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현재 재계에서 최 회장의 백기사임을 인정한 곳은 한화그룹밖에 없다. 한화그룹은 고려아연 지분 7.8%를 갖고 있다. 지난 6일 고려아연 지분을 계속 보유하며 사업협력을 지속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최 회장이 2조5000억원의 대규모 유상증자로 이번 경영권 분쟁에서 지분율 역전을 노렸지만 이것은 쉽지 않아 보인다. 금융감독원이 유상증자에 제동을 걸면서 정정신고서 제출을 요구했기 때문이다. 올 들어 정정신고서 제출을 요구받은 회사들은 유증 일정이 대부분 지연됐다. 고려아연이 당초 계획대로 유상증자를 연내에 마무리하고 신주를 상장해야 이후 임시 주총과 내년 정기 주주총회에서 신주에 의결권이 생긴다. 그러나 이는 금감원의 정정신고서 제출 요구와 조사로 일정상 이뤄질 가능성이 희박하다.
이러한 와중에 법원은 영풍-MBK가 신청한 임시 주총 소집허가 사건의 심문기일을 오는 27일로 정했다. 보통 임시 주총 소집허가 사건은 한 번의 심문기일로 마무리된다. 법원은 심문기일을 마치고 양측에 준비서면 제출 기간을 1~2주 정도 더 주고 허가 여부를 결정한다.
법원이 임시 주총 소집을 허가하면 임시 주총 날짜는 신청인인 영풍-MBK가 정한다. 지분율에서 앞서고 있는 영풍-MBK는 최 회장이 우호지분을 더 그러모으기 전에 최대한 빨리 임시 주총을 여는 게 유리하다. 14일간의 주총 소집 통지 기간 등을 감안하면 이르면 올 연말, 늦어도 내년 1월 임시주총이 개최될 것으로 전망된다. 영풍-MBK는 14명의 새 이사진을 선임해 고려아연 이사회를 장악, 경영권을 갖고 온다는 전략이다.
고려아연은 지분율 역전을 위한 유상증자가 사실상 어려운 상황에서 경영권 방어를 위해 묘수를 내야 하는 상황이다. 그러나 금감원과 여러 이해관계자들로 쉽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고려아연이 상장회사이기 때문에 경영상 주요 결정을 하려면 이사회를 열어야 한다.
그런데 고려아연 이사회에는 경영권 다툼을 벌이고 있는 장형진 영풍 고문이 기타비상무이사로 있다. 장 고문은 2조50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 결의를 위한 이사회에 화상으로 참석해 '반대' 의견을 표했다. 또한 고려아연과 협력관계인 현대자동차의 김우주 기획조정실 기획조정1실 본부장도 기타비상무이사로 이름을 올리고 있다. 김 본부장은 유상증자와 공개매수 결의를 위한 이사회에 모두 불참한 것으로 알려졌다. 고려아연 경영권 분쟁이 국민적 관심사로 떠오르면서 세간의 시선을 의식해 고려아연과 거리를 두는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고려아연도 임시 주총을 대비해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면서도 "금감원이 예의주시하고 있기도 하고 서로 다른 이해관계자들을 생각을 안할 수 없기 때문에 보다 더 신중히 대응책을 구상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 한국투자證, 고려아연 지분 전량 매도…우호지분 이탈
- "유증 신고서 다시" 고려아연, 지분율 '희석' 가능할까
- 고려아연 경영권 분쟁 패배 예측?... 한화 '의결권 주식' 회수 속내는
- "올해 100대기업 女임원 463명 '역대 최다'"
- MBK, 고려아연 지분 1.36% 추가 …최윤범 회장과 지분율 차 크게 벌려
- "돈 푸는 연말" 옛말…재계 "마른 수건도 짠다"
-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 오늘 기자회견···유증 철회하나
- 고려아연,유상증자 전격 철회···"시장 우려·정정 요구 고려"
- [스케치]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 "이사회 의장직 내려 놓겠다···주총 승리할 것"
- 고개 숙인 최윤범 "주주 신뢰 회복해 주총 승리···영풍과 지분율 차 동의 안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