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윤범 고려아연 회장이 지난 13일 개최한 기자회견에서 발표하고 있다. [제공=고려아연]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이 지난 13일 개최한 기자회견에서 발표하고 있다. [제공=고려아연]

고려아연 경영권 분쟁의 승패를 결정지을 임시 주주총회가 임박한 가운데,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의 백기사들이 또 이탈했다. 그러나 최 회장측에 새로운 특수관계인이 추가되면서 치열한 지분 싸움이 이어지고 있다. 최 회장측과 영풍-MBK파트너스 모두 압도적 우위를 점하진 못했기 때문에 국민연금과 소액주주의 표심이 승패를 가를 전망이다. 

27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최윤범 회장과 특수관계인의 지분율이 기존 17.05%에서 17.18%로 늘었다. 

최 회장 일가가 최대주주인 영풍정밀·유미개발이 각각 1만5839주(0.076%), 7213주(0.035%)를 매수했다. 최 회장 어머니인 유중근 전 대한적십자사 총재도 총 2995주(0.014%)를 장내매수했다.

또한 친인척인 박철우·인영·인우·인아씨 등 4명이 특수관계인으로 추가됐다. 이들은 지난 21일 장내에서 고려아연 주식 총 506주를 사들였다. 

친인척들이 최 회장을 지원 사격한 반면 다른 백기사들은 줄줄이 이탈했다. 한국타이어는 고려아연 주식 15만5000여주(지분율 0.7%)를 전량 매각한 것으로 파악됐다. 조양래 한국앤컴퍼니그룹(옛 한국타이어그룹) 명예회장도 고려아연 지분 0.1%를 전부 매도한 것으로 알려졌다. 

LG가 맏사위인 윤관 BRV 대표도 BRV캐피털이 보유한 고려아연 지분 0.5%와 투자전문회사를 통해 갖고 있던 지분 0.2%를 다 매각한 것으로 파악된다. 윤 대표의 부인인 구연경 LG복지재단 대표도 고려아연 지분 8000주를 내다 팔았다.

앞서 한국투자증권도 고려아연 보유 지분 0.8%를 전량 매각한 바 있다.  

백기사 이탈이 시작되기 전 최 회장측 지분율은 35.4%였다. 이탈한 백기사들 지분율과 이번에 추가된 특수관계인 지분율을 감안하면 최 회장측 지분율은 33.23%p로 추정된다. 영풍-MBK파트너스의 지분율은 현재 39.83%다. 지분율 차이가 6.6%p로 벌어진 셈이다. 

그러나 양측 모두 승리를 장담할 수 있는 '50%+1'주를 아직 획득하지 못했기 때문에 승패의 칼자루는 국민연금과 소액주주가 쥐게 될 전망이다. 특히 7.48%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국민연금의 선택이 결정타가 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국민연금이 그 누구의 편에도 서지 않고 '중립'을 택할 가능성도 있다. 전국민적인 관심이 쏠린 사안이다보니 한 쪽을 선택하는 게 부담스러울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국민연금은 경영권 분쟁을 벌이고 있는 한미사이언스에 대해 최근 수탁자책임 전문위원회를 열고 임시 주주총회 안건에 대해 '중립'을 행사하기로 결정했다. 이에 국민연금이 보유한 의결권은 나머지 주주들의 찬반 비율에 맞춰 나눠 행사된다. 

만약 국민연금이 고려아연 임시 주총에 대해서도 '중립'을 선택하면 10% 안팎의 소액주주 표심이 승패를 가를 것으로 관측된다. 소액주주의 표를 많이 얻는 자가 비례적으로 국민연금의 표도 그만큼 가져올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임시 주총 전까지 1표라도 더 얻기 위한 양측의 경영능력·성과에 대한 공방, 명분 쌓기가 이어질 전망이다. 장내매수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고려아연 임시 주총 소집 허가 신청에 대한 심문이 이날 오후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다. 통상적으로 판결은 심문 종료 이후 1~2주 이후에 나온다. 법원이 영풍 측 손을 들어주면, 다음 달 중순께 2주간의 임시 주총 소집 절차가 진행된다. 이에 따라 이르면 다음 달 말이나 늦어도 내년 초에는 임시 주총이 열릴 전망이다. 

임시 주총은 신청인인 영풍이 개최할 수 있다. 영풍은 지난 25일 임시 주총 의장에 김광일 MBK 파트너스 부회장을 선임한다는 내용을 임시 주총 소집 허가 신청에 추가했다. 법원이 이를 허가하면 임시 주총 의장은 김 부회장이 된다. 영풍이 주총을 개최하는 동시에 주총을 진두지휘할 의장도 자기 편으로 세우겠다는 것이다. 주총 의장은 주총을 진행하고 안건을 상정, 관리하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이에 맞서 고려아연이 임시 주총을 스스로 개최하는 방법도 있다. 고려아연 이사회 의장은 최 회장이다. 이사회 이사진 13명도 장형진 영풍 고문을 제외하면 모두 최 회장측 인사로 분류된다. 영풍이 개최하기 전에 선수를 치는 게 유리할 수 도 있다. 

고려아연 관계자는 "임시 주총 관련 여러가지 다양한 사안과 방법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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