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쪽부터)최윤범 고려아연 회장, 장형진 영풍 고문. [제공=각 사]
(왼쪽부터)최윤범 고려아연 회장, 장형진 영풍 고문. [제공=각 사]

고려아연의 임시 주주총회가 다음달 열릴 것으로 전망됨에 따라 주주명부 폐쇄가 코앞으로 다가왔다. 주주명부 폐쇄까지 남은 몇 주 간 고려아연과 영풍-MBK파트너스의 지분 확대를 위한 물밑 경쟁이 펼쳐질 전망이다.

고려아연이 금융감독원에 영풍-MBK에 대해 불공정 거래가 의심된다며 진정서를 제출한 것도 결과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2일 재계에 따르면 고려아연은 오는 3일이나 4일 이사회를 열고 임시 주주총회 개최 일자 등을 논의할 예정이다. 

앞서 고려아연과 영풍-MBK는 지난달 27일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고려아연 임시 주주총회 소집 신청 관련 심문에서 임시주총 개최에 대해선 합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고려아연이 임시 주총 개최에 동의한 것은 임시 주총 의장 권한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영풍은 지난달 25일 임시 주총 의장에 김광일 MBK 파트너스 부회장을 선임한다는 내용을 임시 주총 소집 허가 신청에 추가했다. 법원이 이를 허가하면 임시 주총 의장은 김 부회장이 된다. 주총 의장은 주총을 진행하고 안건을 상정, 관리하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그런데 고려아연이 자진해서 임시 주총을 개최하면 임시 주총 날짜와 의장을 뜻대로 정할 수 있다. 고려아연은 이사회 의장인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을 임시 주총 의장으로 세울 예정이다. 

임시 주총 날짜는 이르면 오는 1월 중순 혹은 1월 말이 될 예정이다. 상법상 주주총회 6주 전까지는 주주제안을 해야 한다. 즉, 임시 주총 소집 공고를 최소한 개최일 6주 전에는 내야 한다는 얘기다. 영풍-MBK는 이미 △집행임원제도 △14명의 신규 이사 선임을 위한 정관 변경 안건을 제시했다. 고려아연도 이에 맞서 주주제안을 준비할 수 있다. 

임시 주총이 1월 중순이나 1월 말 열리면 주주명부 폐쇄까지 앞으로 3주 가량이 남아있다. 이 기간 동안 고려아연과 영풍-MBK는 장내매수와 우호지분 집결에 총력을 다할 전망이다. 

영풍-MBK의 지분율은 현재 39.83%다. 우호지분을 포함한 최 회장측 지분율은 33.23%로 추정된다. 

최 회장측은 한국투자증권 등 우군이 이탈하긴 했지만 친인척들과 계열사들이 지원사격을 하고 있다. 특히 영풍정밀은 400억원을 들여 고려아연 주식 3만9254주를 장내매수하겠다고 공시했다. 영풍정밀은 최 회장의 어머니인 유중근 전 대한적십자사 총재가 최대주주로 있는 회사다. 

영풍정밀이 목표 주식을 전부 취득하면 영풍정밀의 고려아연 지분율은 2.11%가 된다. 11월 22일 기준 영풍정밀의 고려아연 지분율은 1.92%다. 앞으로 0.19%의 지분을 더 취득하겠다는 의미다. 영풍정밀이 지분 매입을 완료하면 최 회장측 지분율은 33.42%가 될 전망이다. 

이대로라면 최 회장측과 영풍-MBK의 지분율 차는 6.41%p가 될 것으로 추산된다. 막판까지 지분율 확대를 위한 장내매수, 우군 확보, 기관·소액투자자 표심 잡기 등이 이어질 전망이다. 특히 국민연금의 판단이 승패를 가를 것으로 보인다.

국민연금은 9월 말 기준 고려아연 지분 7.48%를 보유하고 있는데 최근 일부 지분을 매도해 현재 지분율은 5% 안팎으로 추정된다. 만약, 국민연금이 한미사이언스 경우처럼 '중립'을 택할 경우 영풍-MBK에 유리할 수 있다. 

고려아연이 영풍-MBK의 시세조종 의혹에 대해 금감원에 진정을 넣은 것이 변수로 작용할지 여부도 관심사다. 영풍-MBK가 고려아연의 자사주 취득 공개매수 절차를 중지해달라며 법원에 2차 가처분을 신청하고, 이를 적극 알려 시장 불안정성을 조장하면서도 심문기일(10월 18일)에는 고려아연 지분을 저가에 매수한 행위가 사기적 부정거래에 해당한다는 것이다. 

MBK의 특수목적법인(SPC)인 한국기업투자홀딩스는 10월 18일부터 11월 11일까지 고려아연 지분 1.36%(28만2366주)를 장내에서 추가 매수했다고 공시했다. 이로써 영풍-MBK의 고려아연 지분율은 39.83%로 뛰었다. 

고려아연은 "영풍-MBK는 법원에서 가처분 심문기일이 진행된 당일(10월 18일) 고려아연 주식 2만주를 장내 매수했다"며 "영풍-MBK가 주가 상승을 방해하고 이로 인한 주가 수준을 이용해 상대적으로 저가에 지분을 매입하는 이익을 취하려 했다는 의혹이 생기는 대목"이라고 주장했다. 

또한 고려아연은 영풍-MBK가 진행한 공개매수 마지막 날(10월14일) 대량 매도가 쏟아지며 단시간 주가가 급락한 데 대해, 금융당국에 시세조종 여부를 조사해달라고 진정서를 제출했다. 이와 관련해 금감원은 "공개매수 과정에서 불공정거래 행위가 확인되면 엄중 조치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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