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용C&E 동해공장  [제공=쌍용C&E]
쌍용C&E 동해공장  [제공=쌍용C&E]

시멘트업계가 실적 회복 시기를 가늠하지 못하고 있다. 전방산업인 건설산업이 살아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업계에선 출하량이 줄면 최악의 경우 가동을 중단하는 공장이 나올 수 있다는 암울한 전망도 나온다. 

18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업계 1위 쌍용C&E를 비롯해 아세아시멘트, 성신양회의 연결 기준 3분기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35~39.4% 급감했다. 같은 기간 매출액도 1.2% 증가한 성신양회를 제외하곤 쌍용C&E와 아세아시멘트가 각각 11.3%, 14.7% 감소했다. 

건설 경기 악화로 인한 출하량 감소가 시멘트 회사의 3분기 실적을 끌어 내렸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건산연)'에 따르면 올해 1~8월 건축착공면적은 5143만㎡로 집계됐다. 전년 동기 대비 10.8% 증가했지만 여전히 예년의 70% 수준에 불과한 규모다.  

올해 3분기 누적 시멘트 출하량은 3222만톤으로 전년 동기의 3696만톤 대비 12.8% 감소했다. 한국시멘트협회는 '2024년 시멘트 수급전망'에서 올해 시멘트 내수 출하량을 4400만톤으로 전망했다. 지난해 5024만톤보다 12.4% 줄어든 수치다. 

3분기 시멘트사 실적. (괄호 안은 전년 동기 대비 증감율) [제공=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3분기 시멘트사 실적. (괄호 안은 전년 동기 대비 증감율) [제공=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다만, 3분기 한일시멘트와 삼표시멘트는 영업이익이 각각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5.3%, 2.4% 늘었다. 한일시멘트는 종속회사인 한일현대시멘트의 기저효과가 반영됐다. 지난해 공사로 인해 출하량이 적었는데 올해 공사 완료로 공정이 정상화됐다. 

한일시멘트 관계자는 "공정 정상화와 효율화가 동시에 이뤄지면서 비용 절감 효과가 있었다"며 "그러나 업황 악화로 시멘트와 모르타르 출하량은 다 줄었다"고 말했다. 

삼표시멘트도 '원가 절감'으로 3분기 영업이익이 소폭 개선됐다. 3분기 유연탄 대신 순환자원 사용량을 증대시켰다. 유연탄은 시멘트 제조원가의 약 30%를 차지한다. 이를 순환자원으로 대체하면 비용 절감과 동시에 순환자원 사업 실적은 높일 수 있다.    

삼표시멘트 관계자는 "순환자원의 유연탄 대체 비율을 30~35% 정도로 끌어올렸고 허리 띠를 졸라 매 고정비를 절감한 영향이 크다"고 설명했다. 

시멘트업계는 3분기보다 4분기 실적이 더 악화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성수기로 출하량이 증가해야 할 10~11월에 출하량이 늘지 않고 있다. 건설 지표도 뚜렷한 개선세를 안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건산연에 따르면 건설투자는 지난 2022~2023년 건축 착공이 감소한 영향이 올해 하반기부터 내년까지 부진으로 이어져 올해는 전년 대비 1.4%, 내년에 전년 대비 2.1% 하락할 것으로 전망했다. 

게다가 시멘트 제조원가의 30% 가량을 차지하는 전기료도 올랐다. 산업용 전기요금은 지난달 ㎾h당 16.9원 인상됐다. 여기에 물류비도 치솟고 있다. 

현재와 같은 상황이 지속되면 킬른(소성로)을 가동 중단하는 곳도 나올 수 있다고 우려가 지배적이다. 킬른은 시멘트 생산의 핵심 시설로 1500도 이상의 온도로 24시간 가동된다.

킬른에 석회석을 포함한 원료를 넣고 유연탄 등 연료로 온도를 높여 시멘트 반제품인 크링카를 만든다. 킬른의 온도를 높이는 데 많은 시간과 에너지가 필요하기 때문에 한 번 가동을 중단하면 손해가 막대하다. 

시멘트업계 다수 관계자는 "지금 재고가 남아도는데 중국산 시멘트를 들여 온다는 얘기도 있다"며 "이런 상태면 조만간 킬른을 가동 중단하는 데도 나오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이어 "건설 경기가 호전되지 않는 한 뾰족한 수가 없다"며 "내년까진 시멘트업계 실적이 계속 안 좋을 것 같고 건설 경기가 호조되면 내후년쯤 시멘트 업황도 살아날 것 같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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