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다음달 초순까지 이어지는 김장 기간이 끝나면 배추, 무 등 김장 관련 농산물 물가가 다시 치솟을 것이라는 우려가 번지고 있다.
최근 김장 물가가 안정세를 보이고 있지만 이는 정부가 170억원의 재정 투입으로 벌이는 '할인 지원'으로 나타나는 일시적 효과일 가능성이 크다는 예상이 나오면서다.
25일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농산물유통정보(KAMIS)에 따르면 지난 22일 기준 배추 1포기(상품 등급) 소매 가격은 평균 3031원으로 전월 대비 59.16% 하락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 배추 가격인 2631원보다는 15.2% 높은 수준이지만 평년 가격인 3498원의 13.3% 낮은 수준이다. 배춧값이 3000원 아래로 떨어진 것은 올해 1월 중순(1월10일 2998원) 이후 10개월여 만이다.
배추 가격은 올해 여름 폭염 장기화와 가뭄 등으로 지난 9월27일 1만원(9963원)에 육박한 바 있다.
이밖에 무 1개(상품) 가격도 2656원으로 전월(3525원)보다 24.6% 낮아졌다. 고춧가루는 1㎏에 2만8470원으로 전월(3만4331원)보다 17%, 깐마늘은 1㎏에 8187원으로 전월(1만472원)보다 21.8%, 대파는 1㎏에 3193원으로 전월(3480원)보다 8.2%, 굵은소금은 5㎏에 9662원으로 전월(1만2075원)보다 19.9% 낮아졌다.
aT가 집계하는 김장 재료 14개 품목(배추·무·고춧가루·마늘·양파·대파·쪽파·생강·갓·미나리·배·천일염·새우젓·멸치액젓) 가격 수준도 지난달 22만원(4인가구 기준)에서 20만6000원으로 안정화된 모습이다.
그러나 이 같은 안정세는 정부의 할인 지원 정책이 빠지면 곧바로 사라질 것이라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농식품부는 김장 비용 부담을 줄이기 위해 이달 초부터 김장 재료 전 품목을 상대로 할인 지원을 벌이고 있다. 전국 대형 및 중소형 마트, 온라인몰 등에서 1인당 2만~3만원 한도로 최대 40% 낮은 가격에 김장 재료를 구매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유통 가격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지만 할인 정책으로 특정 품목의 가격의 소매가격만 이례적으로 낮아졌다는 얘기다.
통상 유통 구조상 가격 하락 요인이 없는데 할인 지원 같은 재정 투입으로 인위적인 하락이 이뤄지면 행사 종료 이후에 해당 품목들은 곧바로 가격 상승을 보인다.
실제 올해 초 사과 품귀 현상 당시에도 정부가 재정 투입을 통해 사과 가격을 억지로 낮췄지만 할인지원 종료 직후 가격 급등 현상을 보이기도 했다.
지난 3월 중순부터 시작한 사과 할인 지원으로 사과 소매 가격은 10개 기준 2만원대로 낮아졌지만 정책 지원 종료 시점인 5월 다시 3만원대로 치솟안 바 있다.
시장에서는 이 같은 가격 변동은 물가 안정세가 아닌 시장 가격 불균형으로 보고 있다. 대형마트 등에서 판매하는 소매가격은 낮아지는 추세를 보이지만 도매 시장 유통 가격은 별 다른 차이를 보이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aT가 집계한 가락시장 경락가격에 따르면 지난 23일 기준 배추 10키로망대 특품 평균 가격은 9333원이다. 배추 도매 가격은 이달 들어 9000원에서 1만원 사이를 횡보하고 있다.
김장 재료가 아닌 다른 농산물의 가격은 여전히 상승세라는 것도 가격 불균형 문제를 키우고 있다.
양배추는 같은 기준 1포기 5351원으로 평년보다 35.13% 높고 무는 1개당 2630원으로 평년보다 29.8% 높았다. 시금치 소매가격도 100g 당 1024원으로 평년 대비 43.4% 높은 수준이고 상추는 1308원으로 평년보다 39.6% 높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