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투자신탁운용이 상장지수펀드(ETF) 시장에서 가파른 성장을 기록하면서 ‘ETF의 아버지’ 배재규 대표이사 체제가 내년에도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26일 코스콤 CHECK에 따르면 지난 25일 기준 국내 ETF 시장에서 순자산총액 기준 한국투자신탁운용의 시장 점유율은 7.27%로 3위와 0.41%p 차이다. 올해 하반기 한국투자신탁운용은 3위와 점유율 차이를 0.3%p~0.4%p 수준을 기록하고 있다.
한국투자신탁운용은 2023년 초 3.89%, 2024년 초 4.89%의 점유율을 기록한 바 있다. 1년이 채 안 되는 기간 동안 한국투자신탁운용은 ETF 시장점유율을 2% 이상 끌어올렸다. 이 기간 2% 이상의 상승률을 기록한 운용사는 한국투자신탁운용뿐이다.
한국투자신탁운용의 9월 말 기준 총 운용자산(AUM)은 58조3000억원으로 전년 말 대비 13조1000억원이 증가했다. 이 중 ETF AUM은 같은 기간 5조6000억원이나 증가해 11조5000억원을 달성하기도 했다.
한국투자신탁운용의 가파른 ETF 성장은 배재규 대표 취임 이후 성과로 풀이된다. 배 대표는 삼성자산운용에서 20년 넘게 일하면서 국내에 ETF를 처음 도입한 것은 물론 아시아 최초로 레버리지·인버스 ETF도 출시하며 ETF 시장을 이끌어왔다.
배 대표는 2022년 한국투자신탁운용으로 자리를 옮긴 이후 ETF 브랜드를 KINDEX에서 ACE로 교체하고 반도체, AI 등 빅테크에 투자하는 ETF 상품들을 비롯해 미국 장기채 등 다양한 상품군을 구축하면서 한국투자신탁운용만의 ETF 경쟁력을 구축하는 데 성공했다는 평가다.
ETF 시장 점유율 상승에 실적 개선도 이끌고 있다. 한국투자신탁운용의 올해 3분기 누적 영업이익은 304억원으로 지난해 연간 영업이익(305억원)에 육박한다. 4분기까지 더해지면 전년 대비 영업이익이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순이익은 지난해 연간 325억원에서 올해 3분기 누적 784억원으로 이미 작년 규모를 넘어섰다.
특히 ETF 시장 경쟁이 치열하게 이어지면서 운용업계에 광고선전비(마케팅) 증가가 두드러지고 있는데, 한국투자신탁운용은 광고선전비를 줄이면서 실적을 내고 있다. 3분기까지 한국투자신탁운용은 광고선전비로 11억원을 투입했는데 전년 동기 대비 8억원을 줄였다. 같은 기간 삼성자산운용은 광고선전비를 약 2배 늘렸고 KB자산운용도 3배 이상 확대했다.
배 대표의 임기는 내년 3월 정기주주총회까지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배 대표가 내년에도 한국투자신탁운용을 이끌어갈 것이라고 보고 있다. 성과가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는 데다 ETF 시장 점유율 3위를 바짝 뒤쫓고 있는 만큼 변화보다 안정을 택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인사라는 것이 예상 밖의 결과가 나타나기도 하는 만큼 확신할 수는 없지만 배 대표는 김남구 회장이 직접 영입한 것으로 알려지기도 했고 실적도 뚜렷해 이변은 없을 것 같다”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