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주요 패션기업들이 ‘2세 경영’ 중심으로 사업 구조를 본격 재편해나가고 있다. [제공=픽사베이]
국내 주요 패션기업들이 ‘2세 경영’ 중심으로 사업 구조를 본격 재편해나가고 있다. [제공=픽사베이]

국내 주요 패션기업들이 ‘2세’ 중심으로 사업 구조를 본격 재편하고 있다. 업황이 나쁜 만큼 주어진 숙제는 많으며 업계에 감도는 긴장감도 높다. 이들은 단순 지분 승계를 넘어 사업적으로도 각자 경영 능력 입증하기 위해 신사업을 직접 지휘하거나 대외활동에 적극 나서고 있다.

2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패션그룹형지의 2세 최준호 부회장은 지난 9월 형지엘리트 신임 대표이사로 선임되면서 학생복 분야의 글로벌 시장 강화를 위한 현장 중심 경영에 본격 집중하고 있다. 그는 최근 중국 합자법인 상해엘리트를 방문해 현지 직원들과 소통하며 이러한 노력을 구체화하기도 했다.

중국 합자법인인 상해엘리트는 형지엘리트의 해외 학생복 사업의 핵심지다. 중국 내 품질 좋은 교복에 대한 수요가 증가하면서 지난 8월 이미 연간 납품 목표의 100%를 달성했을 정도로 경쟁력 또한 높다. 현재 최 부회장의 점검 아래 상해엘리트 신축 사옥과 대규모 교복 쇼룸까지 구축되고 있다.

올해 창립 50주년을 맞는 세정그룹은 창립자 박순호 회장의 3녀 중 막내인 박이라 대표가 이끌고 있다. 박 대표는 온라인 채널을 주도적으로 활용하고 외부 전문가와 협업을 진행하는 등 다방면에서 가장 획기적인 움직임을 보이는 인물 중 하나라고 볼 수 있다.

대표적인 성과로는 지난 3월 ‘마뗑킴’을 만든 김다인 대표와 공동으로 회사를 설립해 온라인 여성복 브랜드 ‘DEINET(다이닛)’을 출범하고 시장에 성공적으로 안착시킨 점이다. 지난 2020년 출시한 박 사장 직속 부서로 꾸린 사내벤처 온라인 브랜드 ‘WMC(더블유엠씨)’ 역시 올해 매출이 전년 대비 150% 이상 성장할 것으로 예상되며 순항 중이다.

기존 세정그룹은 올리비아로렌 등 중장년층 고객 위주 브랜드를 중심으로 오프라인 사업에 무게를 뒀다. 하지만 일련의 행보가 방증하듯 최근 이 회사는 박 대표 주도 하에 온라인 캐주얼 브랜드를 강조하며 1020세대까지 고객층을 빠르게 확장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박 대표는 소비자와 접점을 확대하고, 브랜드 신뢰도를 높이기 위해 ‘이라위크’라는 유튜브 채널도 직접 운영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최근에는 사업 전문성 강화를 위해 여성 패션 부문의 독립 법인화도 추진했다. 이달 1일자로 세정그룹의 100% 자회사이자 본인이 수장을 맡는 신규법인 OVLR 설립했다. 박 대표는 여성 패션 부문 전문 기업’을 만들고, 이를 기반으로 다양한 스타일의 브랜드를 선보여 ‘글로벌 라이프 스타일 기업’으로 나아가고자 목표를 갖고 있다.

BYN블랙야크그룹도 2세 경영을 본격화했다. 연초 BYN블랙야크그룹은 경영 전략과 브랜드 사업을 분리하는 본부체제로의 조직개편을 실시하면서 강태선 회장의 장남 강준석 부사장을 사장으로 승진시키고 경영전략본부장으로 임명한 바 있다.

신원의 경우 오너 2세 박정빈 부회장을 중심으로 내수 브랜드 포트폴리오를 재구성하고 있다. ‘베스띠벨리’, ‘씨(SI)’, ‘지이크’ 등 등 기존 브랜드들은 정장 이미지가 강해 젊은 층 수요가 미미한 편이다. 이에 기존 브랜드는 캐주얼 라인 중심으로 확장하고 글로벌 브랜드를 별도로 수입하는 등 MZ세대 공략에 속도를 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창업세대 이후 오너 2·3세가 경영 전면에 본격 나서면서 기존의 보수적인 경영에서 벗어나기 위해 주도적으로 움직이는 기업이 많아졌다. 공통적인 부분은 기존의 중장년층 위주라는 다소 올드한 이미지를 벗기 위해 노력 중이라는 점이다. 글로벌 브랜드를 수입하거나 리뉴얼하는 등 MZ세대 공략을 위해 브랜드 포트폴리오를 다각화하는 점이 대표적”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다만 한 시장조사기관에 따르면 국내 패션시장이 향후 2년간 겨우 2%가량의 성장률에 그칠 것이란 전망이 나왔다. 기업 토대를 일궈낸 1세 경영인들의 그림자도 자체도 부담인데, 지난해부터 특히 심화한 패션시장 소비심리 위축, 불안정한 국내외 정세 등 악재들까지 이겨내야 해 어깨가 무거울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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