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A(제조와 유통 일원화) 패션 브랜드들이 자사 온라인 채널 대신 대형 패션 플랫폼 입점을 통한 고객층 넓히기에 본격 사활을 걸기 시작해 눈길을 끈다. [제공=픽사베이]
SPA(제조와 유통 일원화) 패션 브랜드들이 자사 온라인 채널 대신 대형 패션 플랫폼 입점을 통한 고객층 넓히기에 본격 사활을 걸기 시작해 눈길을 끈다. [제공=픽사베이]

패션업계 불황에도 가격 경쟁력을 강점으로 내세우며 나홀로 승승장구 중인 ‘SPA(제조와 유통 일원화)’ 패션 브랜드들이 자사 온라인 채널 대신 대형 패션 플랫폼 입점을 통한 고객층 넓히기에 본격 사활을 걸기 시작해 눈길을 끈다.

10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카카오스타일이 운영하는 패션 플랫폼 지그재그에 최근 신성통상의 SPA 브랜드 ‘탑텐’과 ‘폴햄’이 공식적으로 신규 입점을 마쳤다.

지그재그는 사이트 내 SPA 카테고리를 별도로 운영하고 있으며, 현재 해당 카테고리에 입점한 브랜드는 기존 스파오·미쏘·슈펜·후아유·에잇세컨즈 등 브랜드부터 이번 탑텐·폴햄까지 10개가 훌쩍 넘어섰다.

에잇세컨즈·자라·미쏘·슈펜 등 SPA 브랜드를 보유한 에이블리나, 아예 자체 SPA 브랜드 무신사 스탠다드를 보유한 무신사 역시 비슷한 양상을 띠고 있다. 대형 패션 플랫폼들의 러브콜과 SPA 브랜드들의 입점 의지가 맞아떨어지면서 SPA 카테고리 강화 움직임에 점차 속도가 붙고 있는 것이다.

SPA 패션 기업들이 플랫폼 입점 의지를 드러내는 이유는 오로지 매출 증대에만 국한되지는 않는다. 최근 소비심리가 주춤하면서 국내 패션업체 전반이 얼어붙은 것과 대조적으로 SPA 브랜드는 전성기를 맞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국내 토종 SPA 브랜드이자 유니클로의 경쟁사로 꼽히는 탑텐은 올해 연간 매출 1조원을 목전에 두고 있으며, 이랜드월드가 운영하는 스파오의 경우 최근 3년간 유지했던 20~25%대 매출 성장률에 기반해 올해 연간 매출 목표를 6000억원으로 설정한 상태다.

유니클로를 운영하는 에프알엘코리아는 2024년 회계연도(2023년 9월1일~2024년 8월31일) 매출은 1조601억원을 기록하며 6년 만에 국내 시장에서 매출 1조원대를 회복했다. 삼성물산이 전개하는 에잇세컨즈 역시 수년째 두 자릿수 매출 성장률을 유지 중이다.

이들 SPA 브랜드가 패션 플랫폼 입점을 노리는 진짜 이유는 브랜드 이미지 개선과 고객층 확장에 있다. SPA 패션 특성상 ‘가성비’와 ‘실용주의’를 최우선시 한다는 고정관념이 자리 잡혀 있는 탓에 젊은 세대 고객층이 상대적으로 얕은 편이기 때문이다.

올드한 이미지 벗고 1020세대 젊은 소비자들을 공략하기에는 자사 온라인 채널을 강화하기보다 패션 플랫폼에 입점해 마케팅을 펼치는 것이 가장 확실한 방법이라는 판단을 내린 셈이다.

패션 플랫폼은 이미 구축된 고객 데이터베이스에 기반해 정확한 타킷 마케팅을 펼친다. 따라서 SPA 브랜드 입장에서도 젊은 세대를 겨냥해 상품 노출을 극대화하고, 다양한 프로모션을 진행하기 위해서는 패션 플랫폼에 편승하는 것이 가장 편한 방법이기도 하다.

마침 최근 젊은 층을 중심으로 로고가 없는 깔끔한 디자인을 찾는 패션 트렌드와 더불어 꼭 필요한 것만 구매하는 ‘요노(YONO)’, 명품 대신 가성비 제품을 찾는 ‘듀프(Dupe)’ 등 소비 패턴이 확산되고 있어 패션 플랫폼 입점을 통한 공략 타이밍이 매우 적합하다고 보는 시선도 지배적인 것으로 파악됐다.

업계 관계자는 “과거 SPA 브랜드들은 온라인보다 오프라인 유통채널을 중심으로 매출을 올리는 경향이 짙었다. 패션 플랫폼에 입점하면 별도 수수료까지 내야 하기에 이를 주력 채널로 삼지 않았지만, 젊은 세대에 브랜드를 알리고 트렌디한 이미지를 구축하기 위해선 자사몰 강화보다 패션 플랫폼 입점이 훨씬 확실한 방법이라는 공감대가 형성돼 있다”고 설명했다.

저작권자 © 이비엔(EBN)뉴스센터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