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물가, 내수침체 등 연이은 악재 속 혹독한 겨울나기에 돌입한 패션기업들에게 ‘재고자산 처분’이라는 또 한 가지 과제가 쥐어질 예정이다. [제공=픽사베이]
고물가, 내수침체 등 연이은 악재 속 혹독한 겨울나기에 돌입한 패션기업들에게 ‘재고자산 처분’이라는 또 한 가지 과제가 쥐어질 예정이다. [제공=픽사베이]

고물가, 내수침체 등 연이은 악재 속 혹독한 겨울나기에 돌입한 패션기업들에게 ‘재고자산 처분’이라는 또 한 가지 과제가 쥐어질 예정이다. 시기상으론 본격적인 성수기가 시작됐지만 내수시장의 더딘 소비 회복으로 ‘연말 특수’를 누리기 어려워지면서 기업별로 악성재고만 급증할 위기에 처한 것으로 파악됐다.

11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올 3분기 기준 한섬(6105억원→6585억원), F&F(3410억원→3617억원), 신세계인터내셔날(2820억원→3414억원), LF(4441억원→4467억원) 등 국내 주요 패션기업들의 재고자산이 전기 대비 일괄 증가세를 보인 것으로 집계됐다.

시스템 측면에선 기업별로 예약판매를 통해 소비자 수요에 맞춰 의류 생산·판매에 들어가는 ‘반응생산’ 사례가 점차 보편화하고 있다. 하지만 올해처럼 소비심리 위축, 내수침체 장기화로 가계소비 여력이 감소한 상황에선 일련의 작업들도 뚜렷한 재고자산 축소 효과를 내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4분기 역시 별다른 실적 반등 이슈 없이 여전히 악재만 이어지고 있는 데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올해 역대급 한파가 올 것이란 전망까지 뒤집혔다. 의류 마진율이 가장 높은 것으로 알려진 가을·겨울(F/W) 시즌 장사에서마저 재고가 대량 양산되면 연간 기준 기업별 재고자산 수치는 눈덩이처럼 불어날 것으로 보인다.

내년 초 전망도 나쁘다. 한국은행이 조사한 소비지출전망 소비자동향지수(CSI)를 살펴보면 올해 의류비 항목은 지난달까지 96∼98 사이에 머물러있다. CSI는 6개월 후 소비자들의 지출전망을 보여주는 지수며 통상 수치가 100보다 작으면 지출을 줄이겠다는 가구가 더 많다는 의미로 해석한다.

미리 확보한 물량이 팔리지 않아 재고로 남게 되면 단순히 매출 하락에서 끝나는 게 아니라 재고관리 비용도 함께 늘어난다는 점이 문제다. 불확실한 수요 증가에 대비해 어느 정도는 미리 비축해둘 필요가 있지만, 뚜렷한 수익 전략이 없을 경우 악성자산으로 평가되는 이유다.

패션업계 특성상 신상품까지 주기적으로 출시되기 때문에 제때 털어내지 못한 재고는 순식간에 산더미가 되며, 철 지난 옷일수록 상품성이 떨어져 판매로 이어지기는 더욱 힘들어진다. 이처럼 재고가 많이 쌓인 상황에서 원자재 값이나 물류비 부담이 가중되면 이 항목에 대한 평가손실이 늘어날 가능성도 크다.

재고자산 평가손실이란 재고 자산의 가격이 떨어졌을 때, 재고를 떨어진 가격으로 평가함으로써 나타나는 손해를 일컫는다. 재무제표상 재고자산 평가손실은 매출원가에 포함되기 때문에 수익성을 갉아먹는 주 요인으로 작용한다.

이에 기업들은 아울렛, 온라인몰 등 다른 채널을 활용해 현재 쌓여있는 재고자산을 최대한 매출로 전환하기 위해 애쓰고 있다. 무신사, 에이블리, 지그재그 등 패션 플랫폼이 주재하는 ‘블랙프라이데이’에도 지난해보다 할인율을 높여 참여하는 경우가 많았던 것으로 파악됐다.

실제로 국내 최대 온라인 패션 플랫폼 무신사에 따르면 지난해 3000여개였던 블랙프라이데이 할인행사 참여 브랜드는 올해 4000개까지 증가했으며, 할인 상품 수도 약 30만개에서 43만개로 늘었다.

직원 복지 차원에서 임직원 할인 행사를 적극 활용토록 하거나, 백화점 브랜드 할인 행사에 옷을 저렴하게 넘기는 곳도 있다. 남은 상품을 기부하거나 ‘서큘러 패션(자원 순환 패션)’을 앞세워 재활용하는 경우도 있지만 이는 기업의 수익성 보전에는 큰 보탬이 되지 않는 편으로 파악됐다.

업계 관계자는 “재고떨이가 힘들다고 무턱대고 할인행사를 자주 열 경우 장기적으로 브랜드 이미지가 훼손되거나 정가 유통 채널들의 판매 부진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며 “불확실한 수요 증가에 대비해 재고를 충분히 확보해두는 것도 기업이 갖춰야할 역량이긴 하나, 최근처럼 업계에 겹악재가 닥칠 땐 보다 예약판매를 통한 반응생산 등 작업이 보다 세밀하게 이뤄져야 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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