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어나는 아이들은 계속 줄고 있지만 국내 아동복 시장이 1조원대 규모를 넘어서면서 주요 패션기업들도 아동복 카테고리에서 활로를 찾고 있다. [제공=픽사베이]
태어나는 아이들은 계속 줄고 있지만 국내 아동복 시장이 1조원대 규모를 넘어서면서 주요 패션기업들도 아동복 카테고리에서 활로를 찾고 있다. [제공=픽사베이]

저출생의 역설이다. 태어나는 아이들은 계속 줄고 있지만 국내 아동복 시장이 1조원대 규모를 넘어서면서 주요 패션기업들도 아동복 카테고리에서 활로를 찾고 있다.

고물가 장기화에도 귀해진 아이들에게 만큼은 아낌없이 돈을 쓰는 소비자들이 늘어난 영향이었다. ‘텐포켓’, ‘골드키즈’, ‘VIB’ 등 새로운 소비패턴이 아동복 시장 확대에 기폭제 역할을 하면서 키즈 라인을 신설·확대하는 브랜드는 계속해서 생겨나고 있다.

7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한국섬유산업연합회 조사 결과 국내 아동복 시장 규모는 지난 2020년 9120억원에서 2023년 1조2016억원으로 3년 새 31.7%(2896억원) 성장한 것으로 집계됐다.

‘텐포켓(Ten Pocket)’ 현상이 심화한 덕분이었다. 텐포켓은 ‘아이 한 명이 열 개의 주머니를 가진다’는 의미로, 부모는 물론 조부모, 삼촌, 이모 등 친척들과 주변 지인들까지 한 명의 아이를 위해 지갑을 여는 소비패턴을 일컫는다.

저출산으로 유아동이 귀해진 탓에 소수의 아이들에 대한 지출은 늘어나는 이른바 ‘저출생의 역설’이 일어나고 있는 셈이다. 그리고 이 현상은 고물가에도 자녀에 대한 투자를 아끼지 않는 ‘골드키즈(Gold Kids)’, ‘VIB(Very Important Baby)’ 집단을 계속해서 양산해내고 있다.

독립적인 패션 취향을 추구하는 소비자 연령대가 계속 낮아지고 있는 영향도 컸다. 아이들이 과거에는 부모가 골라 준 옷을 수동적으로 입기만 했던 반면, 점차 어릴 때부터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 다양한 디지털 환경에 자연스레 노출된 채 자라게 되면서 스타일링에 대한 자기 결정권을 갖는 시기도 빨라진 것이다.

이에 이랜드월드의 스파오키즈·뉴발란스키즈, 휠라의 휠라키즈, LF의 닥스리틀·헤지스키즈 등 전통적인 키즈 브랜드들은 성인 의류 못지않게 상품군을 세분화한 상태며 최근 트렌드에 맞게 유명 캐릭터나 타 브랜드와의 협업에도 활발히 나서고 있다.

네파키즈의 경우 올 2월 초등학교 고학년을 겨냥한 신규 브랜드 아이엠아이를 출시했고, 폴햄키즈의 경우 지난 3월 주니어 브랜드 더영스터를 단독 브랜드로 규모를 키웠던 것으로 확인됐다.

온오프라인 패션 플랫폼들도 키즈 카테고리를 신설하고 유아동 전용 브랜드 입점을 늘리는 중이다. 현재 W컨셉에는 오르시떼 키즈, 브룩스 브라더스 등 100여개 브랜드가 들어선 상태며 회사 측은 올해 말까지 해당 카테고리 내 입점 브랜드 수를 2배까지 늘린다는 방침이다.

무신사 키즈의 경우 지난 4월 네덜란드 프리미엄 육아 솔루션 브랜드 ‘부가부’를 입점한 데 이어 지난 6월에는 뉴발란스 키즈를 들이는 데 성공했다. 현재 무신사 키즈는 유·아동 패션, 육아용품, 완구 등 500여개 브랜드를 선보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소수의 자녀에게 전폭적인 지원을 하겠다는 소비심리가 커지면서 의류나 교육 등 아이에 대한 1인당 투자액 규모는 계속해서 커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성인 의류시장은 단순 유행이 아니면 대부분 계절적 요인에 영향을 받는데 그치지만, 유아동복은 입학, 졸업 등 이벤트도 훨씬 많다. 현재는 내년 신학기 가방 등이 이미 선발매돼 매출을 끌어 모으기 위한 기업별 각축전이 시작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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