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해 증권업계 발목을 잡았던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 우려가 완화되면서 증권사의 실적 및 사업도 정상화되고 있는 모습이다. 일각에서는 부동산 PF 리스크가 일단락됐다고 보고 있지만 여전히 경계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4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국내 증권사의 부동산 PF 신용공여 총 규모는 17조5735억원이다. 1년 전 19조원대였던 부동산 PF 신용공여 규모는 증권사들의 지속적인 관리로 올해 7~8월 16조원대까지 낮아졌지만 하반기 들어 증가세로 돌아선 것이다.
금융당국의 가이드라인을 기반으로 부실 PF 정리도 진행되고 있고, 증권업계의 충당금과 준비금 적립 규모가 추가 손실이 발생해도 감내할 수 있다는 판단이 신규 PF 딜로 이어진 것으로 보인다.
또한 기준금리 인하도 부동산 PF 확대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미국이 기준금리를 인하했고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 역시 기준금리를 2회 연속 인하했다. 내년에도 금리 인하 기조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부동산 시장의 경색도 차츰 완화되고 있어 PF 수요도 늘어날 전망이다.
다만 전문가들은 아직 낙관하기에 이르다고 경계하고 있다. 경공매·재구조화 비중이 크고 부동산 시장의 양극화는 심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혁준 나이스신용평가 상무는 “유의 및 부실 위험 사업장은 자율매각, 상각, 경·공매, 재구조화를 추진해 이자 비용 등 추가 손실을 최소화해야 한다”며 “매수자가 내정된 자율매각, 상각은 계획대로 시행되겠지만 상대가 있는 경·공매와 재구조화는 계획보다 지연될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나이스신용평가가 신용등급을 부여하고 있는 증권, 캐피탈, 저축은행의 정리 계획을 살펴보면 자율매각과 상각 비중은 15%에 불과하지만 경·공매와 재구조화 비중은 85%에 달한다”고 덧붙였다.
또 “올해 들어 서울은 주택 가격이 상승하고 지방은 하락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는데 미분양주택과 PF 부실 사업장이 주로 지방에 분포해 있어 부동산 시장 양극화가 더 심화되는 것은 경제 시스템 차원에서 위험하다”고 지적했다.
해외 신용평가사는 비은행 금융기관 중 증권산업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보였다. 국내 부동산 PF뿐만 아니라 해외 상업용 부동산 리스크가 우려된다는 점에서다.
김대현 S&P글로벌신용평가 상무는 “현재 미래에셋증권과 한국투자증권에 대해 부정적 등급 전망을 갖고 있다”며 “단지 두 회사의 문제가 아니라 증권업 전체적으로 부동산 리스크에 상당히 크게 노출돼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어 “증권사들은 해외 상업용 부동산에도 상당한 익스포저를 갖고 있는데 추산하기로 대략 자본 대비 25~30% 정도 되는 규모”라며 “해외쪽 부동산 상황이 얼마나 빨리 회복되느냐를 좀 지켜봐야겠지만, 상당한 규모이기 때문에 아직 불확실성이나 재무적인 부담이 남아 있을 수 있다고 판단한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