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구름 낀 여의도 증권가 전경.ⓒ연합
▶ 구름 낀 여의도 증권가 전경.ⓒ연합

코리아 엑소더스(한국증시 탈출) 현상이 심화되고 있다. 개인투자자들 사이에서는 ‘국장(한국증시) 탈출은 지능 순’이라는 말이 유행처럼 퍼지고 있어 우려가 커지고 있지만, 더 큰 문제로 외국인 수급 공백이 떠오르고 있다.

박스권에 갇힌 국내 증시 반등을 위해서는 외국인 투자자의 유입이 절실하지만 높은 원·달러 환율 수준이 지속적으로 외국인 투자자의 발목을 잡을 것으로 예상된다.

5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올해 들어 지난 4일까지 외국인 투자자의 순매수 규모는 5조4403억원이다. 하지만 하반기만 떼어놓고 보면 외국인 투자자는 17조5879억원을 순매도 했다. 하반기 들어 급속도로 투자심리가 악화된 셈이다. 실제로 코스피 시가총액 대비 외국인 투자자 비중은 7월 초 36%에서 현재 32%대로 내려앉았다.

외국인 투심에 따라 코스피 지수도 엇갈렸다. 코스피 지수는 상반기 5.37% 올랐으나, 하반기에는 11.93%나 하락했다.

외국인 투자자들이 한국 증시에서 발을 빼고 있는 이유는 반도체 산업의 불확실성이 크다. 특히 시가총액 1위로 코스피 영향력이 큰 삼성전자의 고대역폭메모리(HBM) 경쟁력에 의구심을 가지면서 외국인 투자자들은 삼성전자를 9월 3일부터 10월 25일까지 연속 순매도를 기록한 바 있다.

미국 트럼프 정부의 정책 불확실성에 따른 국내 기업들의 투자가 주춤한 것도 있지만 치솟고 있는 원·달러 환율도 외국인 투자자를 떠나게 하는 요인이다. 원·달러 환율이 높아지면 추후 차익 실현 후 환차손부담이 커지기 때문에 외국인 투자자들의 한국 주식 투자 매력이 떨어진다.

지난 3일 발생한 비상계엄 사태로 불거진 정치적 불확실성에 원·달러 환율은 계속해서 강세다. 1442원까지 치솟기도 했으며 현재도 1410원대로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주요 6개국 통화 대비 달러화 가치를 나타내는 달러인덱스는 지난달 22일 이후 하락세라는 점을 고려하면 원화 가치 하락이 심화되고 있는 것이다. 시장에서는 1400원대 환율 고착화를 우려하고 있다.

김대준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2000년 이후로 환율과 외국인 매매동향, 주가 수익률을 살펴보면 1400원 이상 국면에서는 외국인 순매도와 지수 하락이 동반됐다”며 “특히 원화 약세 기조가 당분간 지속될 것이라는 경계감에 해외 자금은 이탈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더욱이 내년에도 고환율이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점에서 우려의 시선이 이어지고 있다. 한국과 미국의 기준금리 역전이 발생한 2022년부터 원·달러 환율 평균은 매년 100원씩 높아지고 있다. 지난해에는 1300원대, 올해 들어서는 1400원이 고착화되는 모습이다.

이혁준 나이스신용평가 상무는 “미국이 기준금리 인하에 나섰지만 한국은행 역시 경기 부진을 고려해 기준금리를 추가로 내린 상황”이라며 “미국과의 기준금리 연전 해소를 하기 상당히 어려워지고 내년에도 지속될 수 있어 환율이 계속 불안정한 모습을 보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업계 관계자는 “외국인이 환율이 높으면 매도하고 낮으면 매수하는 등 기계적으로 매매를 하는 것은 아니지만 장기화되면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며 “트럼프 2기 정부가 들어서면서 국내 핵심 산업들의 불확실성이 어느정도 해소되기 전까지 외국인 수급 공백이 계속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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