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비상계엄 선포를 해제한 지난 4일 서울역 대합실에서 시민이 비상계엄 사태 관련 보도를 보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이 비상계엄 선포를 해제한 지난 4일 서울역 대합실에서 시민이 비상계엄 사태 관련 보도를 보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 발령 여파가 한파를 겪고 있는 내수경제에 찬물을 끼얹을 전망이다. 

고물가에 얼어붙은 소비 시장에 비상계엄령 여파에 따른 환율 급등까지 덮치면서 소비력이 더 심각하게 쪼그라들 수 있다는 우려가 더해지면서다. 

5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원·달러 환율 급등에 소비 침체가 깊어질 수 있다는 예측이 나오고 있다. 

원달러 환율은 지난 3일 오후 11시 윤석열 대통령이 비상계엄령을 선포한 직후 1442원까지 급등했다. 이는 지난 2년 1개월만에 최고치다. 

곧바로 비상계엄이 해제되고 환율은 1408원까지 내려가며 안정세를 보였지만 이날 오전 10시 기준 원달러 환율은 1414.8원으로 다시 높아지고 있다. 

고환율은 스태그플레이션(경기 침체 속 물가 상승)을 자극한다. 달러 강세, 즉 원화값이 떨어지는 현상이 짙어지면 수입 시 같은 수량을 들여와도 이전보다 지불해야 할 돈의 액수가 더 커지기 때문이다. 

수입하는 원자재와 제품 가격이 오르면 이는 시차를 두고 소비자물가에 반영된다. 높아지는 환율이 물가 상승을 부추기는 것이다. 물가가 오르면 기준금리를 인상해야 하고, 금리 인상 영향은 다시 소비·투자가 위축되는 등 실물 경제가 둔화로 이어진다. 

현재 유통업계는 원자재값 인상을 이유로 제품 가격 인상에 나서고 있다. 이런 상황에 수입 비용 부담이 커지면 제품가격 인상에 따른 물가 폭등은 더 자극될 수밖에 없다. 

원달러 환율 상황은 더 심각해질 가능성이 크다. 비상계엄 사태가 종료된지 하루가 지났지만 한국 시장에 대한 불신은 계속 커지면서 원화 예금을 빼 달러로 전환하는 '머니무브' 현상이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고환율로 인한 물가 상승 압력도 이미 예고된 상황이다. 

김웅 한은 부총재보는 최근 한은의 물가 상황 점검회의에서 "환율상승이 물가에 미치는 영향은 12월 이후 나타날 것"이라며 "향후 물가전망 경로는 환율·유가 추이, 내수 흐름, 공공요금 조정 등에 영향받을 것으로 예상되며, 연말연초 기업 가격조정의 물가 파급효과에도 유의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시장의 전망도 같은 곳을 가리키고 있다. 이승재 iM증권 연구원은 "국내 소비자들이 체감하는 물가나 금리에 대한 수준이 높기 때문에 섣불리 지갑을 열기 쉽지 않은 실정"이라며 "고환율에 대한 부담과 더불어 국내 미진한 소비경기까지 합세한다면 연말 국내 소비진작을 기대하기는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10월 산업활동동향을 보면 10월 국내 소매판매는 전월 대비 0.4% 감소했다”며 “전년 동월과 비교하면 0.8% 감소했으며 8개월째 감소세를 기록 중”이라고 말했다.

이 연구원은 "특히 해외직구족에게 높아진 환율이 뼈저리게 실감날 수 있다며 환율로 인해 미국발 해외 직구에 대한 매력도가 낮아진 상황에서 한국으로까지 물건을 들여오는데 드는 관세 등 비용까지 감안한다면 블랙프라이데이에 대한 해외직구 수요는 낮아질 수밖에 없다"고 분석했다. 

당장 오른 환율 여파로 유통시장에서는 면세업계가 가장 먼저 타격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이미 실적 적자를 내고 있는 상황에 달러를 기준으로 사업을 전개하는 면세점은 환율 상승 시 상품 원가도 함께 오르며 가격 경쟁력까지 약화되면서다. 

시장은 계엄령 여파로 불안해진 시장이 내수 경기를 자극하는 상황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계엄령 여파가 끝나지 않은 상황이라 물가 폭등 우려는 아직 남아 있다"며 "계엄령 충격이 탄핵 정국으로 이어지는 등 정치권발 악재가 단기 변동성을 키울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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