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재료값 상승 부담에 고환율 타격까지 맞물리면서 내년 식품 물가가 치솟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연합뉴스
원재료값 상승 부담에 고환율 타격까지 맞물리면서 내년 식품 물가가 치솟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연합뉴스

계엄 사태 이후 급등했던 환율이 한때 안정세를 보이다가 다시 불안정해지면서, 내년 식품 물가가 큰 폭으로 오를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내년초 이미 공공요금 인상이 예고된 가운데 고환율 타격까지 맞물리면서 물가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우려가 섞이는 중이다. 

19일 외환시장에 따르면 원-달러 환율이 15년만에 1450원을 돌파했다. 이날 10시 기준으로 1448.9원으로 다소 낮아졌지만 18일 주간거래 종가(1435.5원)에 비해서는 17.5원이나 상승했다. 

원-달러 환율이 1450원을 넘어선 것은 미국발 세계금융위기가 진행중이던 2009년 3월16일 이후, 15년 9개월여만에 처음이다.

고환율로 식품업계는 초비상 상황에 놓였다. 지난해부터 이어진 원재료 가격 급등으로 부담을 겪는 상황에서 고환율 타격까지 받게 됐기 때문이다. 

문제는 고환율 추세는 내년까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는 점이다. 정치적 불확실성이 여전히 크고, 경기 위축이 우려되는 상황에서 미국 트럼프 대통령 취임 등으로 인한 '강달러' 압력도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환율이 하향 안정되려면 정치 불확실성 완화뿐만 아니라 경기 반등이 이뤄져야하는데 우리나라는 현재 경기침체가 이어지고 있다. 

환율 상승은 원재료 수입금 증가로 이어진다. 같은 양을 들여와도 환율 차이로 더 많은 돈을 지불해야하기 때문이다.

이는 결국 제품 가격 상승을 유발한다. 통상 식품기업들은 원재료 재고를 품목에 따라 1∼2개월 치에서 3∼4개월 치 보유하지만, 고환율이 이보다 길게 지속되면 비용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다. 

식품업계 관계자는 "수입 비용 증가 부담을 완화시키는 방법은 사실 제품 가격 인상 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시장에서는 밀가루, 팜유 등 원자재를 수입해 식품을 만들어 판매하는 기업들을 중심으로 가격 인상이 이뤄질 것이라고 보고 있다. 

식품 가격 인상은 이미 이어지고 있기도 하다. 앞서 올해 하반기들어 국제 원두, 코코아 가격 인상으로 커피와 초콜릿 제품이 한차례 인상을 단행한 바 있다. 이밖에 생수와 수입 과일을 원재료로 한 음료 제품도 줄줄이 인상됐다. 

가격 조정은 점점 더 확산될 것이라는 게 업계 관계자의 설명이다. 당장 전날인 18일 동아오츠카는 지속적인 원부자재 가격 상승과 물류비 증가로 인해 내년 1월1일부터 자사 제품 가격을 평균 6.3% 인상한다고 밝혔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내수 부진으로 매출도 오르지 않는 상황에 원가부담이 이중으로 겹치고 있다"며 "이 상태가 지속된다면 내년부터 가격 인상에 나서지 않는 기업이 없을 정도일 것"이라고 말했다.

더 큰 문제는 원가 부담이 소비자 물가를 끌어올릴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도 정부는 낙관적인 자세를 취하고 있다는 점이다. 

농식품부는 "최근 코코아, 커피, 팜유 등 일부 식재료 가격이 올랐지만 밀, 대두, 옥수수 등 주요 곡물 가격과 유지류 소비량의 절반을 차지하는 대두유는 낮은 가격을 보이고 있는 만큼 국내 물가에 영향을 주지는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계엄 사태 이후 원·달러 환율이 1400원을 넘어서는 등 고환율 여파로 인해 수입물가 상승 등으로 물가 상승에 대한 불확실성이 높아진 것에 대해선 "식품·외식 업계 자체적으로 수입선 다변화, 원가절감, 레시피 개발 등을 통해 원가 부담을 경감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전했다.

가격이 오르면 인상 압박 카드를 사용하겠다는 의중도 드러냈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가격 인상 요인이 발생해도 소비자가 납득할 만한 합리적인 수준에서 인상이 이뤄질 수 있도록 업계와 지속적인 소통·협력을 진행하겠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업계와 긴밀한 협의를 통해 제품 인상 시기를 이연하고, 인상률과 인상품목도 최소화하겠다는 방침이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정세 불안 등으로 환율이 상승 추세에 있으나, 식품업계는 주원료에 대해 2~6개월간 선계약을 통해 이미 물량을 확보해 놓았기 때문에 당분간 가격 인상은 없을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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