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5년은 유통업계의 역대급 불황으로 기록될 전망이다. 정부의 정책 부재로 올해 이어진 고물가와 소비침체의 불확실성이 해결은 커녕 계엄령과 탄핵 정국으로 심화된 상태에서 내년은 수출·입 불황까지 겹칠 것으로 예상되면서다.
23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최근 대내외 경제 불확실성이 커짐에 따라 내년 유통시장을 둘러싼 전략 경쟁이 더욱 치열해질 것이란 전망이 제기됐다. 내년 유통 시장 전망은 올해보다 악화될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가장 큰 영향은 좀처럼 회복되지 않는 소비심리다.
한국경제인협회(한경협)가 여론조사 전문기관인 모노리서치에 의뢰해 전국 만 18세 이상 국민 1000명을 대상으로 지난달 13~20일 내년 소비지출 계획 조사를 실시한 결과, 응답자의 절반(53%)이 내년 소비지출을 올해 대비 축소할 계획이라고 응답했다.
내년 가계 소비지출은 올해보다 평균 1.6% 감소할 것으로 분석됐다. 응답자들은 내년 소비를 줄이는 이유로 '고물가 지속(44.0%)'을 가장 많이 지목했다.
소비 감소가 예상되는 품목으로는 '여행·외식·숙박(17.6%)'이 가장 많았다. 이어 '여가·문화생활(15.2%)' '의류·신발(14.9%)' 순이었다. 소비 환경 개선을 위한 정책과제로는 '물가·환율 안정(42.1%)'을 꼽았다.
이런 상황에 원-달러 환율은 2009년 금융위기 이후 15년 만에 처음으로 1450원을 넘어섰다. 주간거래 종가 기준 환율이 1450원을 넘긴 것은 2009년 3월 13일(1483.5원) 이후 처음이다.
고환율은 물가 상승을 일으키고, 이는 고금리 기조의 장기화로 이어질 수 있다. 가뜩이나 내수 침체와 성장률 저하에 시달리는 한국 경제에 ‘3고(高) 위기’가 또다시 찾아올 수 있다는 것이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도 18일 물가안정목표 설명회에서 “내년 환율이 1430원대가 유지될 경우 기존의 내년 물가 전망치(1.9%)에서 0.05%포인트를 올려야 한다”고 했다.

내년에 환율이 1450원을 훌쩍 넘어설 경우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한은의 목표치인 2.0%를 넘어설 수도 있다는 얘기다.
고물가 현상이 이어질 것으로 예견되는 상황에 내년은 수출입 시장도 경기 회복세에 하방 압력을 넣을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환욜 상승으로 수출입물가도 덩달아 상승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은행이 발표한 '2024년 11월 수출입물가지수'에 따르면 지난달 수입물가는 139.03(2020=100)으로 전월(137.55) 대비 1.1% 올랐다. 2개월 연속 오름세다. 전년동기대비로는 3.0% 올라 석달 만에 상승 반전했다.
수입물가 상승은 국제유가 하락에도 원·달러 환율이 상승한 영향이다. 두바이유가는 10월 배럴당 평균 74.94달러에서 11월에는 72.61달러로 전월대비 3.1% 하락했다. 반면, 원·달러 환율은 10월 1361.00원에서 지난달에는 1393.38원으로 2.4% 상승했다.
수출물가지수는 130.59(2020=10)로 전월(128.54)대비 1.6% 올랐다. 2개월 연속 오름세다. 환율이 상승한 가운데 석탄및석유제품 등이 오른 영향이다. 전년 동월 대비로는 7.0% 뛰었다.
이문희 한은 경제통계국 물가통계팀장은 "수출입물가는 주로 유가와 환율에 영향을 받는다"면서 "12월 들어 현재까지 유가는 소폭 하락한 반면, 환율은 상승해 상하방 요인이 혼재됐고, 국내 여건 불확실성이 큰 상황"이라고 말했다.
시장 현장에서도 불황을 예견하고 있다. 최근 대한상공회의소가 주최한 '2025 유통산업 전망 세미나'에서는 각 유통채널들의 수익 악화 예상치가 공유됐다.

김인호 비즈니스인사이트 부회장은 "트럼프 2기 행정부의 첫해인 내년이 오지만 현재 가계부채와 개인사업자 대출가 그 사이 총 1000조 가까이 늘었다"며 "내년 백화점 매출 또한 약 40조원으로 -1.7% 역신장할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면세점 업계의 전망 또한 어둡다. 황선규 한국면세점협회 단장은 내년 면세산업은 더딘 회복세를 유지하며 올해를 약간 상회 또는 하락할 것으로 예상했다.
그는 "(10월 누적 기준) 한국 출입객수가 2019년 대비 95% 이상 회복했지만, 면세점 구매 인원과 매출액 회복률은 59%에 불과하다"면서 "2022년 4724만원이었던 중국인 1인당 구매 금액은 올해 173만원으로 급감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대형마트 업계는 올해 -0.5% 역성장에서 내년 0.8% 플러스 성장 전환할 것이란 관측이 나왔다.
이경희 이마트 유통산업연구소장은 "고물가와 고금리 완화로 민간 소비 개선 흐름이 나타나겠지만 제한적일 것"이라며 "이상기후 현상 심화 및 AI 활용의 증가로 시장의 변동성이 확대될 것"이라고 말했다.
편의점업계는 편의점 간 경쟁이 심화하면서 최저임금 인상이 부정적인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온라인쇼핑업계를 두고서도 부정적인 전망이 나왔다. 이미아 서울대 생활과학연구소 박사는 세미나에서 "중국 이커머스의 한국 시장 공략과 더불어 내수시장의 한계로 성장세가 둔화되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산업부의 '주요 유통업체 매출 현황'에 따르면 온라인 유통업체의 전년 동월 대비 매출성장률은 최근 둔화 추세를 그리고 있다. 지난 2021년 15.7%에 달했던 온라인 유통업체의 연간 성장률은 △9.5%(2022년) △9.0%(2023년) 등 하락 추세다.
김민석 대한상의 유통물류정책팀장은 "미국 행정부의 정책 급변으로 우리 경제와 소비시장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우려와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다"며 "기업은 미국 정책의 방향과 의도를 정확히 파악해 다양한 시나리오와 대응책을 면밀하게 준비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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