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공=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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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침체와 대출규제 등의 여파로 올 한해 지난한 시간을 보낸 국내 부동산 시장이 내년에도 후퇴와 하향의 시간을 보낼 전망이다. 자국 우선주의에 기반한 미국 트럼프 행정부의 재등장으로 경기 하방압력이 커진 데다, 갑작스런 탄핵정국까지 겹cu 투자심리가 극도로 위축됐기 때문이다. 여기에 내년부터 본격화되는 공급가뭄 현상은 '얼죽신(얼어죽어도 신축)'과 고분양가(價) 기조, 수도권-지방 양극화 현상을 더욱 심화시킬 거란 분석이다. 

23일 한국부동산원의 12월 3주차(12월 16일 기준) 전국 주간 아파트가격 동향에 따르면 매매가격은 0.03% 하락했다.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은 39주 연속 상승을 기록하고 있지만, 일부 자치구에서 하락 전환하는 등 상승세가 꺾였다.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은 전주 대비 0.01% 올랐지만 지난주의 상승폭인 0.02%보다 줄었다. 

올해 집값은 8월까지 서울 중심으로 강한 상승세를 보이다 9월 스트레스 DSR 2단계 도입과 같은 금융규제가 강화되면서 한풀 꺾였다. 이는 거래 심리 위축으로 이어져 수개월 째 실수요 관망세가 짙어지고 있다. 12월 셋째 주 서울 아파트 매매수급지수는 98로. 전주 대비 0.6포인트(p) 하락한 수치다. 해당 지수는 10월 셋째주를 시작으로 9주 연속 떨어지고 있다. 매매수급지수가 100 이하면 시장에 집을 사려는 사람보다 팔려는 사람이 많다는 것을 의미하는데 강남권 아파트도 사려는 사람보다 팔려는 사람이 더 많다. 서초와 강남, 송파 등 '강남3구'의 매매수급지수는 98.9로 역시 100 이하를 기록했다.

이같은 위축 현상은 내년에 한층 더 강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트럼프 행정부 출범으로 금리 인상과 강달러 기조가 예상되면서 시장 하방 압력이 커질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특히 금리 인하 기조는 '신기루'에 그칠 가능성이 높아졌다. 미국 트럼프 대통령 당선 직전, 연준의 미국 기준금리 빅컷 결정으로, 우리 역시 금리 인하 기조를 맞았다. 

하지만 트럼프 정부의 재집권에 맞춰 미국 연준이 지난 18일 기준금리 인하 속도 조절을 언급했다. 불과 한달 만에 금리 방향성을 반대로 틀어버린 것이다. 연준은 올해 마지막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금리를 인하했지만, 향후에 금리를 더 느린 속도로 내릴 것임을 시사했다. 연준 위원들의 금리 전망이 담긴 점도표는 내년 단 두 차례의 금리 인하를 예고했다. 대출 규제로 거래량과 규모가 줄어든 가운데 금리 인하 기대감까지 사라지면 부동산 시장은 더욱 위축될 수밖에 없다.

여기에 예상치 못한 탄핵정국은 시장 불안정성을 더욱 확대시키는 요인이다. 과거 사례를 살펴보면,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정국 당시에도 유사한 현상이 나타났다. 2016년 10월 박근혜 대통령 탄핵 전만 해도 1만 2000건에 달하던 서울 아파트 거래량은 탄핵안이 의결된 그 해 12월 4200건 대로 3분의 1가량 감소했다. 2017년 새해가 들어섰지만 연초 효과를 기대하기 어려웠고, 결국 헌법재판소의 박 전 대통령 파면 결정이 난 3월에 6802건으로 급반등했다. 비상계엄이 선포된 12월 첫째주부터 13일까지 서울 아파트 매매거량은 273건으로, 일평균 거래량으로 따지면 21건에 불과하다. 이는 국내 금융시장을 뒤흔들었던 레고랜드 사태가 터졌던 지난 2022년 10월 이후 최저 수준이다. 

전문가들은 이같은 관망세가 적어도 내년 1분기까지 이어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수석전문위원은 "정치적 불확실성이 해소되기 전까지는 거래량이 늘어나긴 힘들고, 가격도 약세를 띨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실제 8년 전에도 19대 새 정권이 들어선 5월에서야 서울 아파트 거래량이 1만 건대를 넘어선 바 있다.

'공급 가뭄' 현상은 내년을 기점으로 더욱 본격화 될 전망이다. 부동산R114에 따르면 내년 1월 전국 분양 예정 물량은 총 3750가구로 집계됐다. 올해 1월(8608가구) 대비 56.4% 급감한 수치다. 서울은 올해 267가구에서 내년 465가구로 늘어나지만, 경기도는 올해 2468가구에서 내년엔 한 세대도 없다.  또한 전체 공급물량의 30% 이상이 미분양의 무덤이라 불리는 대구광역시에서 공급될 것으로 예고됐다. 정작 주택공급이 필요한 곳에는 가뭄이고, 불필요한 곳에는 미분양 사태가 불가피한 상황이다. 

이렇게 되면 내년 역시 얼죽신 효과와 고분양가 기조는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원자재 가격 상승이 집값 상승으로 이어지는 가운데 공급마저 줄면 신축의 희소성이 높아지고, 집값 역시 부르는 게 값일 수 있다는 분석이다. 

업계 관계자는 "분양 및 입주 물량이 10여년 전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 수준으로 감소하고 있어 공급 가뭄 현상이 더욱 심화 될 것"이라며 "당분간은 국정공백으로 잠시 주춤하는 듯 해도 공급 부족 문제가 가시화되면 집값 역시 다시 상승곡선을 타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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