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5년도 수입차 업계는 다소 어려운 한 해를 보낼 것으로 전망된다. 경기 침체로 내수가 가라앉은 가운데, 신차 출고 가격의 핵심인 환율마저 역대급으로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어서다.
여기에 전 세계를 놀라게 한 계엄 사태까지 터지면서 대한민국 경제가 급격히 흔들리고 있다. 소비자는 지갑을 닫고, 환율은 1400원대 후반까지 오를 것이라는 예측이 나온다. 이에 수입차 업계는 엎친 데 덮친 격이라며 한숨을 내쉬고 있다.
23일 완성차 업계 등 전망을 종합하면 2025년 수입차 판매는 다소 어려웠던 2024년과 엇비슷한 수준을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한국자동차모빌리티산업협회(KAMA)는 2025년 자동차 내수(국산차+수입차)가 전년 대비 1.3% 늘어난 166만대가량일 것으로 예측했다. 이중 수입차 등록 대수는 전년보다 0.6% 늘어난 29만대에 그칠 것으로 봤다. 역대 최고치였던 지난 2022년에 미치지 못할 것이란 분석이다.
한국자동차연구원(KATECH)은 2025년 내수는 물론 수입차 수요가 올해보다도 감소할 것으로 전망했다. 2025년 자동차 내수(국산차+수입차)와 수입차(승용차+상용차) 등록 대수가 각각 164만6000대, 32만7000대로 전년 대비 각각 1.7%, 1.2% 줄어들 것이라는 전망을 내놨다.
내년을 준비하는 수입차 업계의 전망과 맥을 같이한다. 고금리와 고환율, 고물가 등 '3고 현상'이 장기화할 것이란 분석에 따라 2025년도 침체가 이어질 것이라는 예측이다.
수입차 업계는 2022년 최고의 한 해를 보냈다. 코로나19 여파로 신차 수요가 몰리면서 BMW와 벤츠 등 주요 브랜드는 연간 판매량을 경신했다.
하지만 3고 현상이 본격화하자 수입차 시장에 찬바람이 불기 시작했다. 수입차 판매가가 보통 원달려 환율에 의해 결정되기 때문이다. 차량 대부분은 미국, 독일 등에서 수입해 들여온다. 환율이 1400원대로 치솟자 신차 가격도 급등했고, 소비자 부담도 커졌다.
수입차는 가격대가 높은 탓에 대다수 소비자는 금융 상품을 활용해 구매한다. 자동차 할부 금리가 10%를 웃도는 데다가, 물가마저 오르면서 소비자들은 지갑을 닫았다.
업계는 지난해 인센티브 지급을 늘리고, 자동차 할부 금리를 조정하는 등 전략을 펼쳐 수입차 소비를 촉진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테슬라를 제외한 수입차 업계의 1~11월 누적 신차 판매량은 전년 동기 대비 13%가량 줄었다.
2025년 경영 환경은 더욱 녹록지 않다. 높은 가계부채 수준과 함께 고물가·고금리 등이 민간소비 회복에 구조적인 제약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이에 2025년에도 내수 판매량은 다소 감소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게다가 예상치 못한 변수가 대한민국 경제를 더욱 악화시키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의 계엄 사태 영향으로 대한민국 경제 불확실성이 커져서다. 분석기관은 일제히 대한민국의 경제성장률을 1%대로 하향 조정했다.
원달러 환율은 1400원대 후반까지 치솟을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고환율은 수입차 업계엔 치명타다. 신차 가격이 높은 수준으로 형성되면 소비자는 지갑을 닫을 가능성이 커서다.
업계에 따르면 일부 수입차 브랜드는 내년 신차 출시 계획 및 판매 가격 책정 등을 두고 치열하게 회의를 이어가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문가들은 높은 환율 탓에 일부 브랜드는 신차 출시 일정을 연기할 수도 있다고 전망한다.
한국자동차연구원 관계자는 "우리나라 내수 경기는 소비자물가 상승률의 둔화, 기업실적 개선에 따른 임금 상승 등의 긍정적인 영향에도 민간소비의 미약한 회복세, 건설투자 부진 장기화, 기대보다 느린 금리인하 속도 등에 따른 부정적 영향으로 당초 기대에 다소 못 미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어 "2025년 국내 자동차 내수 시장은 다소 어려움이 예상되며 수출은 많은 불확실성에 노출되어 있으므로, 정부정책 대응과 민간제품경쟁력 확보 노력 등 필요하다"며 "숙련된 국내 자동차 시장 환경을 고려할 때 내수 판매량 증대를 위해서는 내수 경기 회복과 함께 세제혜택 등 자동차 산업에 대한 특화 지원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