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침체에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비상계엄과 정치적 혼란까지 더해 연말 특수가 실종됐다. 사진은 지난 23일 오후 서울 한 재래시장 부근에 배달 오토바이가 대기해 있다. 연합뉴스
경기 침체에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비상계엄과 정치적 혼란까지 더해 연말 특수가 실종됐다. 사진은 지난 23일 오후 서울 한 재래시장 부근에 배달 오토바이가 대기해 있다. 연합뉴스

12·3 비상계엄 이후 소비절벽 현상이 심각해지면서 자영업자들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연말까지 이어진 불경기로 외식 수요는 물론 배달 수요까지 뚝 떨어지면서다. 소비절벽에 따른 내수침체가 연쇄적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분석도 따른다.

24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외식산업이 연속으로 하락하면서 자영업자들의 운영부담은 더 커지고 있다. 

통계청이 집계한 3분기 외식산업경기 지수는 83.12로 지난 2분기(87.34)보다 떨어졌다. 이는 전년 동기(89.84)와 비교하면 6.72포인트나 줄어든 수치다. 경기동향지수는 100보다 낮으면 전년 동기 대비 매출액이 감소한 업체가 증가한 업체보다 많다는 것을 의미한다.

소상공인연합회 조사에 따르면 소상공인의 88.4%는 비상계엄 사태 이후 매출이 감소했으며, 이중 36%는 매출이 50% 이상 줄었다. 방문 고객 역시 급감했다. 소상공인 중 89.2%가 고객이 줄었고, 50% 이상 방문객이 감소한 곳은 37.7%에 달했다. 

외식 산업 하락은 배달 외식 수요 하락으로 이어지면서 연쇄 반응을 일으키고 있다. 

통계청이 한국신용데이터를 기반으로 집계한 '배달 외식 매출 건수'에 따르면 지난 6일 기준 1년 전보다 8% 감소했다. 배달 건수는 지난 10월부터 마이너스를 나타내고 있다. 

한 배달업체 관계자는 "지난해 연말과 비교해 배달 매출이 70% 감소했다"고 밝혔다. 

배달 외식 수요의 감소는 연간 집계에서 더 심각하게 나타날 것으로 보인다. 전체 외식 산업 규모는 커졌지만 매출은 줄어들면서 한계 영업자는 계속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지난해 전체 소매업, 음식주점업 185만3000개 가운데 배달(택배) 판매 사업체는 직전년 75만7000개에서 77만9000개로 늘어났다. 배달 시장 규모는 커졌지만 전체 매출은 줄어든 셈이다. 

더 큰 문제는 소비자들의 지갑은 쉽게 열리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는 점이다. 

이와 관련 한국은행이 24일 발표한 '12월 소비자동향조사'에 따르면 이달중 소비자심리지수(CCSI)는 88.4로 전월 대비 12.3포인트 떨어졌다. 2008년 10월(-12.6포인트) 이후 최대 낙폭이다. 지수 수준 자체는 2022년 11월(86.6) 이후 최저치다.

황희진 경제통계국 통계조사팀장은 "11월에도 미국 대선 결과에 따른 수출 둔화 우려로 소비자심리지수가 하락했는데 이번 계엄사태가 발생하면서 추가 하락 요인이 됐다"고 진단했다. 

소비자심리지수 추이 그래프. 한국은행
소비자심리지수 추이 그래프. 한국은행

소비심리 둔화가 실물 경제 위축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커진다. 이 같은 현상은 내년까지 이어질 것으로 전망되면서다. 

한국경제인협회가 여론조사 전문기관인 모노리서치에 의뢰해 전국 만 18세 이상 국민 1000명을 대상으로 지난 11월13~20일 '2025년 국민 소비지출계획 조사'를 실시한 결과 응답자의 53.0%은 내년 소비지출을 올해보다 축소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내년 가계 소비지출은 올해에 비해 평균 1.6%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 소비 감소가 예상되는 품목으로는 여행·외식·숙박(17.6%)이 가장 많았다.

한경협은 "소득이 낮을수록 고물가와 경기침체에 따른 영향에 민감하기 때문에 소득수준에 반비례해 소비지출 감소폭이 커지는 경향이 나타났다"고 풀이했다.

배달 경기가 갈수록 팍팍해지는 상황에 수수료 논란까지 봉합되지 못하면서 배달 업계의 시름은 더 깊어지고 있다. 

지난달 배달앱 플랫폼 상생협의체는 배달 수수료를 거래액 기준 2.0~7.8%로 정한 차등 수수료를 도입하기로 결정했지만 여전히 첨예한 갈등을 벌이고 있다. 

당초 상생협의체 공익위원 측이 제시한 중재 원칙은 중개수수료 평균이 6.8%를 넘지 않을 것이었지만 이것 역시 지키지 못했기 때문이다. 

문제는 배달 수수료 상생안에 불만을 가진 일부 업체와 프랜차이즈 업계가 '이중가격제'를 도입하면서 가뜩이나 줄어든 소비자들의 이용 심리를 더 소모시킬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는 점이다. 

이중가격제는 매장 방문 판매가격과 배달 가격을 달리하는 것으로 수수료나 배달료 등 늘어난 이용료 부담이 소비자에게 전가되는 가격 정책이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소비심리 악화로 전체 외식 배달 수요가 줄어드는 상황에 수수료 갈등으로 촉발된 이중가격제 시행은 외식시장 배달 수요를 줄여 영세 자영업 소상공인들이 피해를 입는 결과로 작용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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