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병문 미래산업부장
손병문 미래산업부장

나의 아들은 2011년 6월에 태어났다. 2024년 12월 현재 중학교 1학년 막바지, 생물학적 급성장기로 호르몬 변화를 주체못하는 모습이 때론 귀여우면서 종종 애처롭다.

형제가 없는 이 아이는 코로나 바이러스 창궐기인 2020년 초부터 2023년 초까지 3년간 집에서 컴퓨터 화면을 보며 온라인 강의로 수업을 듣고 배달 음식에 길들여졌다.

인간은 10세~13세(초등학교 3학년~5학년)경 자아인격과 사회성의 90%가 구축된다고 한다. 이 시기에 친구들과 더불어 학습하고 뛰어놀며 사회성을 갖추고, 타인에 대한 인내와 배려와 때론 질투와 경쟁도 느끼며 하나의 인격체로 성장해야 하는데 그러지 못한 것 같아 못내 걱정이 컸다.

특히 이 세대는 태어날 때부터 모바일과 태블릿을 손에 쥐고 놀던 첫 인류다. 80년대 군사정권 시절 필터링된 뉴스만 접하던 우리와 달리, 아들은 유튜브 등 손 안의 미디어를 통해 사회현상을 실시간 직관한다.

아이가 유치원에 막 입학한 2014년 봄에 세월호 침몰 사고로 180여명의 꽃다운 영혼이 바다로 사라졌다. 초등학교에 막 입학한 2017년 봄엔 박근혜 대통령 탄핵사태로 온 나라가 시끄러웠다. 아이가 초등학교 고학년이던 2022년 가을엔 이태원 집단 압사사고로 150여명의 젊은이들이 국화꽃이 되었다.

중학생 사춘기 소년이 지금보다 더 커서 아빠보다 바빠지기 전에 같이 밥이라도 자주 먹어야겠다는 생각이 요새 부쩍든다. 저녁 약속이 없으면, 나의 퇴근보다 늦게 학원에서 돌아오는 아들을 기다려 식탁에 마주한다. 父子간 밥상이 대략 그러하듯, 경계하듯 외면하듯 어색한 듯 TV를 본다.

아들과 함께 보던 주말 예능프로에 과거 복고풍 이야가 자주 나온다. 과거이기에 미화되는 것일까. 홍콩영화, 문민정부, 서태지, 삐삐, 공중전화...1990년대 대학을 다닌 X세대 출신 아빠는 나름 낭만의 시대로 추억한다.

엊그제 저녁엔 아이가 밥을 먹으며 묻는다. “탄핵이 뭐야?”

이 아이가 성인이 되었을 때 본인의 유년기를 어떻게 기억할까. 코로나, 세월호, 이태원, 국가 최고지도자의 탄핵...그들의 좋은 유년시절을 포장할 단어가 나조차 좀처럼 떠오르지 않는다. 훗날 이 아이들이 본인들을 ‘코로나-탄핵세대’로 부르지는 않을까 벌써 슬프다. 그야말로 ‘시대유감(時代遺憾)’이라는 생각이 든다.

젊은 날 즐겨듣던 서태지와 아이들의 노래 ‘시대유감(1996)’ 첫 소절은 이렇다. “거 짜식들 되게 시끄럽게 구네, 그렇게 거만하기만 한 주제에, 거짓된 너의 가식 때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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