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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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달러 환율이 2009년 금융위기 이후 약 15년만에 1450원을 넘어선 가운데, 비상계엄 사태-탄핵 정국에 이은 미국발 금리 충격에 금융권에서는 1500원 돌파 가능성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20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 대비 1.9원 내린 1450원으로 개장, 전날 1453원으로 출발한 환율은 1450원대를 유지 중이다.

1450원을 넘어선 것은 2009년 3월 16일 장중 1488원을 기록한 이후 15년 9개월만이다. 계엄령 사태로 1440원대 진입 후 등락을 거듭하던 환율이 1450원대를 넘어서자 1500원 돌파에 대한 우려도 나오는 상황이다. 마지막 1500원대 환율은 글로벌 금융위기 때인 2009년 3월 10일로, 종가 기준 1511원을 기록했다.

지난 3일 1402.9원으로 출발한 원·달러 환율은 이날 밤 비상계엄 선포로 1440원을 넘어서는 등 강달러 양상을 보였다. 이후 4일 주간 거래 종가는 1410.1원을 기록한 뒤 최근 들어 탄핵 정국을 맞이하면서 환율은 1430원대 흐름을 보였다.

원·달러 환율이 1450원을 넘어선 것은 18일(현지시간)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발표가 영향을 미쳤다.

연준은 12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에서 기준금리를 0.25%포인트(p) 인하, 내년 금리 인하 횟수에 대해서는 4회에서 2회로 축소하겠다고 밝히면서 추가 금리 인하에 대한 속도를 줄이겠다는 매파적 기조로 달러 급등세가 심화됐다.

한국은행은 "향후 정책금리 전망경로(dot plot)를 상당폭 상향 조정, 국제금융시장에서는 이러한 결과가 매파적으로 평가되면서 미 달러화는 강세를 보였다"고 분석했다.

환율 급등 등 외환시장의 불안감이 커지자 당국에서는 대응 입장을 보였다.

서울 중구 은행연합회관에서 19일 열린 ‘거시경제금융회의’에서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24시간 금융·외환시장 점검 체계를 지속 가동하면서 과도한 변동성에는 추가적인 시장 안정 조치를 과감하고 신속하게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한은도 유상대 부총재 주재로 '시장상황 점검회의'를 열고 FOMC 결과에 따른 금융·외환시장을 점검했다. 유 부총재는 "국내 정치 상황과 결합되면서 금융·외환시장 변동성이 과도하게 확대될 경우 신속하게 시장안정화 조치를 실시할 수 있도록 만전을 기할 것"이라고 말했다.

기재부·한은 등 외환당국은 국민연금공단과의 외환 스와프(FX Swap) 거래 한도를 기존 500억 달러에서 650억 달러로 증액, 이달 말 만료되는FX Swap 계약 기한은 내년 말까지 1년 연장했다.

외환당국은 "외환스왑 거래가 외환시장 불안정 시 국민연금의 현물환 매입 수요를 흡수할 수 있어 외환시장 안정에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기재부·금융위원회·한은·금융감독원은 '긴급 거시경제·금융현안간담회 컨퍼런스콜'을 20일 개최하고 '외환수급 개선방안'을 확정했다.

이번 개선을 통해 선물환포지션 한도는 국내은행의 경우 50%에서 75%로, 외국은행 지점은 250%에서 375%로 상향하기로 했다. 과도한 자본유입, 단기차입을 막기 위해 2010년 10월 도입된 선물환포지션은 외국환거래규정 범위 내에서 시장 여건에 따라 조정이 이뤄진다.

외국환은행의 거주자에 대한 원화용도 외화대출 제한도 완화된다. 그동안 원화용도의 외화대출은 원칙적으로 금지했으나 대·중소·중견기업 시설자금에 대한 대출을 허용하기로 했다. 이와 관련해 내년 1월 한은 외국환거래업무 취급세칙을 개정할 예정이다.

은행권에서는 강달러 등 환율 상승세에 긴장감 섞인 반응을 보이며 대응에 나선 상태다.

A은행 관계자는 "외환 시장이 어떻게 급변할지 모르니깐, 거기에 대비하는 상황으로 현재 1500원 상단까지 열어놨다"며 "리스크 관리 차원에서 외환 포지션 조정 등 어느 정도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은행의 한 관계자는 "환율은 변동성이 있기에 은행에서는 대응이 이뤄지고 있는대, 이번에는 빠르게 변화되다보니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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