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쓰오일 샤힌 프로젝트 현장. [제공=에쓰오일]](https://cdn.ebn.co.kr/news/photo/202501/1647877_660065_815.jpg)
S-OIL(에쓰오일)의 석유화학 증설 사업 '샤힌(Shaheen) 프로젝트' 건설 공사가 본궤도에 오른 가운데, 국내 석유화학 기업들이 치킨게임을 우려하고 있다.
에쓰오일이 사업 체질 전환을 목표로 추진 중인 샤힌 프로젝트는 최근 울산시의 이른 준공신청 승인으로 한층 탄력이 붙은 상태다. 업계 일각에서는 해당 프로젝트가 본격 생산에 들어가는 2026년, 추가 공급과잉을 점치고 있다.
7일 석유화학 업계에 따르면 에쓰오일은 9조2580억원을 투입해 울산 온산국가산업단지 내 대단위 석유화학 생산 공장을 세우고 있다.
약 48만㎡ 부지에 스팀 크래커·TC2C(Thermal Crude to Chemical) 시설·저장 설비를 건설, 오는 2026년 완공을 목표로 현재 42%의 공정율을 보이고 있다.
에쓰오일의 모든 투자 역량은 탈정유 시대를 대비한 석유화학(방향족·올레핀계) 비중 확대에 맞춰져 있다. 앞서 에쓰오일은 2018년 복합석유화학시설(RUC·ODC)을 구축, 그해 11월부터 상업 생산에 들어간 바 있다.
특히 샤힌 프로젝트가 마무리되면 에쓰오일의 석유화학 주요 제품 생산 능력은 △선형 저밀도 폴리에틸렌 88만톤 △고밀도 폴리에틸렌 44만톤 △프로필렌 77만톤 △부타디엔 20만톤 △벤젠 28만톤을 갖추게 된다.
회사 측은 석유화학 사업을 장기 성장 전략으로 설정한 상태다. 이에 12.8% 수준인 석유화학 부문의 매출 비중을 샤힌 프로젝트 완공 이후 25%까지 끌어올리겠다는 계획을 세우기도 했다.
하지만 이를 바라보는 업계 시선은 곱지 않다. 업계는 '정유·석유화학 통합시설'(COTC·Crude Oil To Chemical) 공법에 주목하고 있다.
COTC는 원유에서 곧바로 화학제품을 뽑는 방식을 강점으로 둔 설비 공정이다. 기존 정제 공정에서 100의 원유를 투입했을 때 10의 화학제품이 나온다면, COTC 공정에서는 40 정도가 나온다.
통상 기존 석유화학 기업들은 원유를 가져와 나프타를 생산하고 다시 나프타를 분해해 에틸렌을 생산하는 공정 과정을 거친다. 반면 에쓰오일은 이 과정을 모두 건너뛰고 원유에서 에틸렌과 같은 기초유분을 바로 뽑아낼 수 있다. 원가 경쟁력이 높을 수 밖에 없다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샤힌 프로젝트의 에틸렌 연간 예상 생산량은 180만톤에 이를 전망이다. 단일 설비 기준 세계 최대 설비에 해당한다.
이에 롯데케미칼, LG화학 등 기존 석유화학 기업들은 에쓰오일의 고효율 COTC 공정에 대한 대항이 어려울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업계 한 관계자는 "아람코의 지원을 받는 대형 정유사가 진행하는 만큼, 경쟁력은 갖출 것으로 본다"면서도 "중국이나 중동 지역에서 자급률을 끌어올리는 상황에서 범용 제품들은 설 자리를 잃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관련 기업들이 기초 범용제품에서 고부가가치 스페셜티 제품으로 눈을 돌리고 있지만, 유의미한 수익 구조를 가져가기엔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설명했다.
통상적으로 화학업체들은 수요에 따라 공장 가동률을 유동적으로 가져간다. 하지만 에쓰오일의 경우 샤힌 프로젝트 완공 초기 제품 생산 효율성을 위해 가동률을 높여갈 것으로 예상된다. 석유화학 산업 전반에 부담을 줄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오는 배경이다.
또 다른 업계 한 관계자는 "샤힌 프로젝트가 본격적인 운영에 들어갈 경우 시장 내 경쟁은 심화될 것"이라며 "일부 업체들은 가격 압박과 수익성 악화를 우려할 수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