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삼성전자가 좀처럼 부진의 늪에서 헤어 나오지 못하고 있다. 전방 IT 수요 부진과 주력인 범용(레거시) 메모리 시황 악화에 시장 전망치를 밑도는 성적표를 받아든 것이다.
일각에서는 고대역폭메모리(HBM) 사업의 본궤도 진입과 D램·파운드리 성과로 삼성전자가 실적 반전을 이뤄낼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또 한종희 삼성전자 대표이사(부회장)는 최대 가전·정보기술(IT) 전시회 CES 2025 현장에서 '홈 인공지능(AI)' 비전이 향후 실적 회복에 기여할 것으로 내다 봤다.
9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2024년 4분기 잠정 연결기준 매출 75조원, 영업이익 6조5000억원을 기록했다.
매출은 전년동기 대비 10.65%·영업이익은 130.50% 늘었으나, 전기 대비 매출은 5.18%·영업이익은 29.19% 감소하며 어닝쇼크를 기록했다. 기존 7조원대의 시장 전망치를 하회한 셈이다.
삼성전자는 이례적으로 잠정실적과 관련 설명자료를 내고 △IT향(向) 제품 중심의 업황 악화로 인한 DS(반도체) 이익 하락 △모바일 신제품 출시 효과 감소 △업체간 경쟁 심화 등을 실적 하락 요인으로 꼽았다.
삼성전자는 "메모리 사업은 PC·모바일 중심 Conventional 제품 수요 약세 속 고용량 제품 판매 확대로 4분기 메모리 역대 최대 매출을 달성했다"면서도 "미래 기술 리더십 확보를 위한 연구개발비 증가·선단공정 생산능력 확대를 위한 초기 램프업 비용 증가 영향으로 실적이 감소했다"고 전했다.
이어 비메모리 사업과 관련해서는 "모바일 등 주요 응용처 수요가 부진한 가운데 가동률 하락과 연구개발비 증가 영향으로 실적이 하락했다"며 "DX는 모바일 신제품 출시 효과 감소와 업체간 경쟁 심화로 실적이 떨어졌다"고 설명했다.
업계에서는 삼성전자의 설명 외에도 다른 하락 요인들이 있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반도체 재고 관련 충당금과 인건비 등 일회성 비용들이 지난 3분기에 이어 4분기에도 반영된 것으로 추정한다. 범용 D램·메모리 비중이 큰 삼성전자는 중국 메모리사의 저가 물량 공세에 수익성이 악화됐을 것이란 예측도 나온다.
앞서 삼성전자는 직전 분기인 지난해 3분기에도 증권가 전망치인 10조7717억원에 못미치는 9조1834억원의 영업익을 거둔 바 있다. 당시 삼성전자는 기대에 미치지 못한 성과로 걱정을 끼쳐 송구하다는 전영현 DS부문장 부회장의 사과문을 발표하기도 했다.
삼성전자는 현재 엔비디아에 HBM3E(5세대) 8·12단 제품을 납품 해야하는 시급한 과제를 안고 있다. 인공지능(AI) 열풍에 HBM 수요는 견조하지만, 삼성전자의 엔비디아 납품 일정이 지연되고 있는 점이 어려움을 가중시켰을 것이란 분석이 나오는 배경이다.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 [제공=연합]](https://cdn.ebn.co.kr/news/photo/202501/1648129_660334_5612.jpg)
■엔비디아 공급망 진입·홈 AI 등 실적 모멘텀 역할 기대
다만 하반기부터는 본격 반등을 노릴 수 있다는 긍정적 전망도 나온다. 현재 AI와 HBM 중심의 업사이클에서 밀리고는 있으나, 엔비디아 진입 시점 가시화와 홈 AI 등이 모멘텀으로 작용할 것이란 관측이다.
특히 5세대 HBM3E가 본격 엔비디아의 공급망에 들어갈 경우, 실적 개선은 수월해 질 수 있다는 게 업계 설명이다. 현재 삼성전자는 설계 변경한 HBM3E 제품을 올 상반기(1~6월), 6세대 HBM4 제품을 하반기(7~12월) 양산 목표로 개발 중이다.
이와 관련 엔비디아 젠슨 황 CEO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CES 현장에서 "현재 테스트 중이며 성공할 것이라 확신한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황 CEO는 "삼성의 성공을 확신한다"며 "삼성은 새로운 설계를 해야 하고, 할 수 있다. 그들은 매우 빠르게 일하고 있고 매우 헌신적"이라고 말했다.
박유악 키움증권 연구원은 "큰 폭의 영업적자를 기록 중인 파운드리 부문의 경우, 2nm 공정의 신규 고객을 확보하기 시작하며 중장기 실적 성장에 대한 기대감을 높이기 시작할 것"이라며 "HBM3e 사업 본궤도 진입과 함께 갤S25 출시에 따른 세트 사업부의 수익성 개선과 맞춤형 반도체(ASIC) 고객들로의 HBM 판매 확대에 따른 D램 부문의 실적 성장을 예상한다"고 전했다.
한편 가운데 한종희 삼성전자 대표이사 부회장은 CES 현장에서 "올해 실적은 기대해도 될 것"이라고 언급하기도 했다.
그는 "시장에서 생각하는 기대치보다 (실적이) 낮게 나온 것은 맞지만 그것을 중심으로 한 발자국 뛸 수 있는 계기도 된 것 같다"고 했다.
그러면서 "DX부문과 DS부문에 많은 기대가 있었는데 전영현 부회장도 있고, 보완을 열심히 하고 있으니 (향후 실적을) 기대하셔도 될 것 같다"고 덧붙였다.
한 부회장은 이번 CES에서 강조했던 홈 AI 등이 실적을 견인할 것으로 점쳤다. 삼성전자는 올해 CES 에서 AI 기술과 스마트싱스로 연결성을 강화하고, 개인화된 AI 경험을 할 수 있는 홈 AI를 선보였다. 또 집을 넘어 다양한 산업 공간(상업 시설, 사무실, 호텔, 학교 등)에 삼성의 홈 AI를 제공하는 '스마트싱스 프로'를 소개했다.
그는 "홈 AI가 회복의 모멘텀이 될 것이라고 믿고 있다"며 "이에 대한 거래선들의 반응도 상당히 좋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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