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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이 인공지능(AI) 반도체에 대한 수출 통제를 강화하면서 글로벌 반도체 업계에 큰 파장이 예상된다. 국내 반도체 업계는 직접적 규제는 피했지만 미국의 중국 AI 산업 성장 견제에 따른 간접적 영향이 우려되고 있다.
15일 업계에 따르면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가 지난 13일(현지시간) AI 개발을 위한 첨단 반도체의 신규 수출 규제를 발표했다. 새 수출통제 계획에 따르면 AI 개발에 필요한 반도체가 동맹국에는 제한 없이 판매되지만 이를 제외한 대다수 국가에는 한도가 설정된다.
한국을 포함해 동맹으로 분류된 18개국에 본사를 둔 기업은 구입한 AI 반도체를 전 세계 어느 나라에나 제한없이 배치할 수 있다. 18개국 중 EU 회원국은 10개국만 포함됐고 중국, 러시아, 북한 등 '우려 국가' 20여개국은 수출이 통제된다.
전략경쟁 상대인 중국으로 직접 가는 AI 반도체를 차단하는 기존 수출 통제에 더해 중국이 동남아, 중동 등 제3국을 통해 우회적으로 반도체를 확보하지 못하게 하려는 포석으로 풀이된다.
중국은 이번 조치에 대해 국제 무역 규칙을 명백히 위반한 행위라며 강하게 반발했다. 중국 상무부 대변인은 "바이든 정부는 여러 국가의 정상적인 교역을 방해하고, 시장 질서를 파괴하고 있다"며 "이는 글로벌 과학기술 혁신에도 영향을 미치고 미국 기업을 포함한 전 세계 기업에 심각하게 손해를 끼친다"고 비판했다.
미국 기업 엔비디아도 불만을 표출했다. 엔비디아는 성명을 내고 "바이든 행정부의 새로운 조치는 시장 결과를 조작하고 혁신의 생명선인 경쟁을 억제할 수 있다"며 "이는 미국이 어렵게 얻은 기술적 이점을 낭비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엔비디아는 전체 매출의 약 17%를 중국에서 벌어들이고 있어 이번 조치로 큰 타격이 예상된다. 실제로 규제 발표 이후 엔비디아의 주가는 1.97% 하락했다.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는 규제가 발표된 직후 중국을 방문했다. 중국 지사들을 돌며 대응책을 모색할 것으로 보인다.
일부 회원국이 동맹국 목록에서 제외된 유럽연합(EU)도 공개적으로 불만을 드러냈다. EU 집행위는 "이번 조치로 몇몇 EU 회원국의 첨단 AI 반도체 접근권이 제한될 수 있기에 (수출통제가) EU에 미칠 잠재적 부정적 영향을 강하게 우려한다"고 밝혔다.
한국은 동맹국으로 분류되며 직접적인 규제 대상에서 제외됐으나 잠재적 시장인 중국 시장에 대한 통제가 강화하면 장기적으로 영향이 우려되는 만큼 업계에서는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엔비디아에 고대역폭 메모리(HBM)를 공급한다. 이번 조치로 엔비디아의 중국 매출이 하락하면 이들 기업의 매출도 덩달아 감소할 수 있다.
AI 투자 위축과 글로벌 시장의 불확실성 증대도 우려되는 점이다. AI 프로젝트 감소는 전 세계적으로 반도체 수요 감소로 이어져 국내 반도체 업계의 글로벌 매출 및 시장 점유율에 부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
이번 규제는 120일간의 의견 수렴 기간을 거친 후 최종적으로 시행될 예정이다. 하지만 미국 내에서는 규제가 트럼프 2기 행정부에서도 유지될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이 우세하다.
글로벌 반도체 시장이 큰 변화를 맞이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업계의 대응이 앞으로의 경쟁력을 좌우할 중요한 변곡점이 될 전망이다. 업계 관계자는 "장기적으로 시장 축소가 우려되는 상황"이라며 "지속 가능한 성장을 위해 기술 경쟁력을 강화하고 충격을 최소화하는 전략이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