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도 증권가 전경. [제공=연합]
여의도 증권가 전경. [제공=연합]

대형증권사들이 내부통제 강화를 위한 ‘책무구조도’ 도입 초읽기에 들어갔다. 금융당국의 구체적 시범운영 일정 발표로 각 사들은 진행에 속도를 내는 분위기다.

16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전일 정례회의를 열고 대형 금융투자회사 및 보험회사에 대한 책무구조도 시범운영을 실시한다고 밝혔다.

이는 오는 7월 시행 예정인 금융회사 지배구조법 개정에 앞서 혼선을 줄이기 위한 것으로 지난해 은행과 금융지주 대상으로 실시했을 당시 총 18개(금융지주 9개, 은행 9개) 금융사가 시범운영에 참여한 바 있다.

책무구조도 제출 시기는 업권과 자산 규모에 따라 차등돼 순차적으로 진행되고 있다. 은행·지주에 이어 이번 대상은 자산총액 5조원 이상 또는 운용재산 20조원 이상인 금투사, 자산총액 5조원 이상 보험사다.

시범운영 참여 시 제공되는 인센티브는 앞서 은행권과 동일하다. 책무구조도에 대한 점검 및 자문 등 컨설팅을 제공할 뿐 아니라 각사는 연내 관련한 피드백도 받을 수 있다. 또한 시범운영 기간 내 발생한 내부통제 문제는 지배구조법에 따른 책임을 묻지 않는다.

책무구조도는 금융회사 대표와 임원들에게 내부통제 관련 관리의무를 명확히 해 관련사고 발생 시 책임을 묻는 제도다. 더 이상 금융사에서 발생하는 내부통제 사고가 ‘개인의 일탈’로 끝나지 않고 관리의무를 지닌 대표 및 임원에게 제재가 부과되는 것이다.

시범운영 기한은 책무구조도 제출일부터 정식 적용일 전(7월 2일)까지다. 시범운영에 참여하지 않을 경우 책무구조도는 7월 2일까지 제출하면 되지만 시범운영에 참여하기 위해서는 4월 11일까지 이사회 의결을 거쳐 금융감독원에 제출해야 한다.

이번 대상에 포함되는 자산총액 5조원 이상의 8개 증권사(△미래에셋 △한국투자 △NH △삼성 △KB △메리츠 △하나 △신한) 대부분 시범운영에 참여할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가장 먼저 참여 일정을 밝힌 곳은 신한투자증권이다.

신한은 지난해 5월 1차안 임원책무기술서 책무체계도를 마련하고 8월 부서장 내부통제 업무 메뉴얼을 제작해 배포한 상태다. 다음 달까지 운영을 위한 시스템 구축을 완료하고 시범운영 돌입을 목표로 하고 있다.

앞서 은행권에서도 신한은행은 제출기한보다 한 달 빠르게 책무구조도를 제출해 시중은행 중 가장 먼저 시범운영에 참여한 바 있다.

시범운영 참여는 긍정적…제출 시기는 조율 중

미래에셋증권, NH투자증권, 삼성증권 등은 제출시기를 구체화 하지는 않았으나 시범운영 참여 의사는 밝힌 상태다.

이미 지난해부터 지배구조법 개정에 맞춰 인적·물적 인프라 구축을 진행해온 만큼 대형사들이 4월 11일까지 책무구조도를 제출하는 것에는 무리가 없다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다만 현재는 내부적으로 제출 시기를 조율하며 선뜻 구체적인 일정을 밝히지는 않는 분위기다.

한국투자증권, KB증권, 메리츠증권, 하나증권 등은 시범운영 참여여부를 밝히지 않았으나 역시 책무구조도 제출을 서두르고 있다.

KB증권은 지난해 ‘내부통제 제도개선 프로젝트’를 통해 책무구조도를 확정, 임원 책무 변경, 임원 신규 선임 등의 시나리오에 따른 변경관리 파일럿 테스트를 진행했으며 현재는 책무구조도 관리시스템 구축 중이다.

내부 TFT를 구성해 딜로이트 안진을 통한 컨설팅을 실시함과 동시에 임원 및 TFT 멤버를 대상으로 설명회도 실시했고, 작년 말 이사회 내 내부통제위원회도 신설했다.

하나증권도 금융투자협회 예시안과 금감원의 지주·은행 컨설팅 가이드라인 내용을 반영해 책무구조도를 마련 중이며, 한국투자증권, 메리츠증권 역시 관련 작업을 진행하며 제출 시기를  조율 중이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현업에서 얘기되는 바로는 대형 증권사들의 시범운영 참여에는 문제가 없을 것”이라며 “다만 책무구조도 제출부터 시범운영 기간이 시작되는 만큼 대부분 기한 내 타사 동향을 살펴 일정을 조율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시범기간 제공되는 컨설팅 등을 통해 정식 제도도입 전 보다 안정적으로 개정안에 대비할 수 있다는 점에서 대부분 조기제출 의지가 크다”고 부연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향후 내부통제 문제가 발생하더라도 시범운영 등에 적극적으로 참여했다는 점이 어느 정도 참작사항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도 했다.

이 관계자는 “만약 추후 내부통제 문제가 발생하게 된다고 가정할 시 시범운영에 참여하지 않았다면 그것이 문제가 될 수도 있지 않겠냐”며 “반면 조기에 제출해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성의를 보인다면 당국이 그 부분을 반영해 줄 것으로 기대하는 부분도 있다”고 귀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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