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9일 전남 무안국제공항에서 발생한 제주항공 여객기 사고와 관련해 소방당국이 구조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지난달 29일 전남 무안국제공항에서 발생한 제주항공 여객기 사고와 관련해 소방당국이 구조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국토교통부 항공철도사고조사위원회(이하 항철위)가 지난달 무안국제공항에서 발생한 제주항공 여객기 사고의 원인 규명을 위해 본격적인 정밀 조사에 착수했다.

항철위는 사고기의 블랙박스 및 관제 기록을 분석한 초기 조사 결과를 25일 공개했다.

항철위에 따르면 사고기는 지난해 12월 29일 오전 8시 54분 무안국제공항 관제탑과 첫 교신을 했다. 관제탑은 사고기에게 01번 활주로로 착륙을 허가했고, 3분 뒤인 8시 57분 50초에 ‘조류 활동(충돌) 주의’ 경고를 전달했다.

사고기는 오전 8시 58분 11초에 조종석에서 “항공기 아래쪽에 조류가 있다”는 대화가 오갔다. 이후 8시 58분 50초, 블랙박스인 비행기록장치(FDR)와 조종실 음성기록장치(CVR)의 기록이 동시에 중단됐다. 항철위는 이 시점에서 양쪽 엔진이 조류와 충돌하면서 전원 공급이 중단됐을 가능성을 제기했다.

조류와 충돌 직후 조종사가 관제탑에 긴급상황(Mayday)을 선언한 시간은 8시 58분 56초로 추정된다. 당시 사고기의 속도는 시속 약 298㎞, 고도는 약 151m로, 무안공항 활주로 근처에서 낮게 비행 중이었다.

무안공항 CCTV에도 항공기가 복행(Failed Landing) 중 새떼와 충돌하는 장면이 포착됐다. 충돌 직후 사고기는 약 4분간 활주로 왼쪽 상공을 비행하다 19번 활주로로 선회해 동체 착륙을 시도했으나, 랜딩기어가 내려오지 않은 상태에서 오전 9시 2분 57초 방위각 시설물(로컬라이저 둔덕)과 충돌했다.

항철위는 사고기의 양쪽 엔진에서 발견된 새 깃털과 혈흔을 채취해 국립생물자원관에 유전자 분석을 의뢰한 결과, 국내 겨울철새로 군집성이 강한 '가창오리'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다만, 사고 당시 조류 개체 수나 다른 조류가 포함됐는지는 추가 확인이 필요하다.

항철위는 “추가 샘플을 채취해 엔진을 정밀 분해·검사할 예정”이라며, 엔진 제작국인 프랑스 항공사고조사위원회(BEA)와 협력해 사고 원인을 철저히 분석할 계획이다.

항철위는 지난 20일 현장 조사를 마치고, 21일 사고기의 엔진 등 주요 잔해를 서울 김포공항 시험분석센터로 이송해 정밀 분석을 시작했다. 국제민간항공협약에 따라 27일 이전까지 사고 예비보고서를 관련국과 국제민간항공기구(ICAO)에 제출할 예정이다. 이 보고서는 항철위 홈페이지를 통해 공개된다.

로컬라이저 둔덕 및 조류 충돌의 영향에 대한 심층 분석은 국내 전문 기관에 용역을 의뢰할 방침이다. 항철위는 사고의 전반적인 운항 및 정비 상황을 분석해, 긴급한 안전 조치가 필요한 경우 항공사에 즉각적인 권고를 내릴 계획이다.

항철위는 “초기 현장에서 긴박하게 조사에 임해왔으나, 이제부터는 운항·정비 등 그룹별로 수집한 데이터를 바탕으로 정밀 분석에 돌입한다”며 “모든 과정을 공정하게 진행해 사고 원인을 철저히 규명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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