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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해 심해 가스전 프로젝트의 첫 탐사시추 유망구조인 '대왕고래'가 양호한 석유구조에도 경제성 있는 가스전은 아닌 것으로 잠정 분석되면서 에너지업계에 적지 않은 파장이 일고 있다.
동해 심해 가스전 개발사업 주체인 한국석유공사가 최근 보도설명자료를 통해 "한번 시추로 동해 심해가스전 사업 경제성을 판단할 수 없다"고 밝히는 등 우려 잠재우기에 나섰지만 에너지업계에 대한 불확실성은 계속해서 높아지는 모습이다.
10일 에너지업계에 따르면 '대왕고래 프로젝트'라 불린 동해 가스전 개발사업 1차 시추가 실패한 것과 관련해 에너지업계 내 실망감이 확산하고 있다.
앞서 정부는 지난해 대왕고래 유망구조에 최대 140억 배럴에 달하는 석유·가스가 매장됐을 가능성을 밝혔다. 이를 통해 최대 2000조원 이상의 경제적 가치를 창출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직접 기자회견을 열 정도로 프로젝트가 세간의 이목을 받으면서 국민적 기대감을 키웠다.
최근에는 미국 심해 기술평가 전문기업 '액트지오'가 울릉분지에서 추가 유전 발견 가능성을 제시한 용역 보고서를 제출, 대왕고래 프로젝트 기대감을 더욱 키웠다.
보고서에 따르면 동해 울릉분지 일대에서 가스·석유가 매장될 가능성이 큰 14개의 새로운 유망구조가 발견됐다. 해당 일대에만 최대 50억 배럴이 넘는 석유·가스가 매장돼 있는 것으로 알려졌고, 한국석유공사는 유망구조에 '마귀상어'라는 이름을 붙였다.
이에 앞서 정부와 한국석유공사는 민간기업을 대상으로 대왕고래 프로젝트 추진을 위한 투자유치를 진행하면서 업계 기대감을 높였다. 포스코인터내셔널과 GS에너지, SK어스온 등이 동해 가스전 개발과 관련한 첫 전략회의에 민간 기업으로 초대받으면서 이른바 '대왕고래' 테마주로 엮이기도 했다.
하지만 산업통상자원부가 지난 6일 대왕고래에 대한 1차 탐사시추 결과 "시추 과정에서 가스 징후를 일부 확인했지만, 가스 포화도가 높지 않아 경제성을 확보할 수 있는 수준은 아니었다"고 밝히면서 프로젝트 기대감이 빠르게 식었다.
'대왕고래 프로젝트' 1차 탐사 시추에서 경제성이 없다는 결과가 나온 직후 한국가스공사(-13.82%)를 비롯해 GS글로벌(-6.88%), 포스코인터내셔널(-3.61%) 등의 주가는 일제히 하락했다.
증권가에서도 대왕고래 프로젝트의 사업성 리스크에 대한 지적을 내놨다. 지난해 신한투자증권은 포스코인터내셔널에 대해 "내년부터는 이익 증가가 가능할 전망"이라면서도 "본업 실적에 대한 기대감이 동해 가스전에 가려져 있다"며 우려 섞인 분석을 내놓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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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유공사 "부정적 영향 단정할 수 없어"…회사채 발행에 재무 부담 ↑
대왕고래 프로젝트 지속 여부를 두고 사업을 이끌었던 한국석유공사의 고민도 깊어질 전망이다. 대왕고래의 경우 한국석유공사가 해양생물의 이름을 붙인 7개 유망구조 가운데 가장 많은 가스와 석유가 매장됐을 것으로 예상한 장소였다.
최근 한국석유공사는 한 번의 시추만으로 동해심해가스전사업 전체의 경제성을 판단하기 어렵다는 의견을 전제로 "이번 시추 결과가 꼭 부정적 영향을 끼칠 것이라 단정할 수는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러면서 "석유공사는 향후 투자유치에 심혈을 기울여 심해 유가스전 개발에 많은 경험과 노하우를 보유하고 있는 글로벌 기업들과 함께 동해심해가스전을 공동으로 개발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막대한 재정난에도 프로젝트를 주도해 온 만큼 재무 부담은 더욱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한국석유공사는 올해 회사채를 발행하고 4억 800만 달러(한화 약 5900억 원)를 신규 조달한다. 지난해 국회가 '동해 심해 가스전 개발사업' 관련 예산 497억원을 전액 삭감하자, 1차 시추 사업비 1000억원을 떠안게 됐다. 결국 이를 충당하기 위해 '회사채 발행' 카드를 꺼내 들었다.
애초 정부는 '최대 140억 배럴'의 석유·가스전 개발 탐사를 위해 첫 시추 사업비를 석유공사와 절반씩 나눠 부담하고자 했다. 향후 2차 시추부터 투자 유치를 통해 자금을 조달한다는 계획이었다. 이에 지난해 말 497억원의 관련 예산을 편성했지만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하면서 예산이 전액 삭감됐고, 석유공사가 모든 부담을 안게 됐다.
이로써 석유공사는 당초 계획한 1차 시추 자체 사업예산에서 500억원의 부채를 추가로 부담하게 됐다. 차입금리가 평균 4~5%대인 점을 고려하면 이자로만 연간 20억 원 이상의 추가 비용을 더 부담하게 되는 셈이다.
결국 자본잠식 상태에서 '회사채 발행'을 선택하면서 재무건전성이 더욱 악화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다만 학계를 비롯한 첫 시추 결과 만으로 사업의 성패를 단정 짓기에 이르다는 지적이다. 대왕고래 외에도 나머지 유망 구조 6개가 남아 있는 만큼 전체 프로젝트의 성공 가능성을 예단하긴 이르다는 평가다.
세계 최대 유전으로 평가받는 남미 가이아나 유전은 14번째 시추공을 뚫고 성공한 바 있다. 노르웨이의 에코피스크 유전 역시 시추 33번 시도 만에 성공한 사례가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기존 동해 가스전이 10차례 넘는 시추 끝에 유전이 발견된 바 있다.
산업통상자원부의 고위 관계자는 지난 6일 세종청사에서 연 브리핑에서 "경제성을 확보할 수 있을 정도는 아니지만 전반적으로 양호한 석유 시스템을 확인할 수 있었다"면서 "이번 시추를 통해 획득한 시료·데이터는 나머지 6개 유망구조 후속 탐사에서 유용하게 활용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외신도 대왕고래 프로젝트에 관한 소식을 전했다. 블룸버그통신은 '한국가스 주가가 실망스러운 전망 이후 급락했다'는 제목의 기사를 통해 "초기 시추는 경제적 가능성 징후가 없다"며 "한국가스공사는 정부가 공공성이 높은 해상 유전의 초기 시추가 실망스럽다고 밝힌 후 주가가 최대 15% 하락했다"고 꼬집었다.
대왕고래 시추 주체는 한국석유공사지만, 상장이 돼 있지 않아 한국가스공사가 대왕고래 관련 주로 분류된다.
한편 업계에서는 대왕고래 1차 시추 시료 정밀 분석 결과는 이르면 5~6월께 나올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후 남은 6개 유망 구조 탐사 진행 여부도 결정될 것으로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