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여의도 증권가 전경.[출처=EBN]
서울 여의도 증권가 전경.[출처=EBN]

증권업계가 자산관리(WM) 사업 역량을 강화하는데 총력을 다 하고 있다. 기업금융(IB) 부문과 함께 실적의 한축을 담당하고 있는 데다, 금융상품에 대한 투자와 관리가 대중화되면서 수요도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증권사들은 차별화된 맞춤형 자산관리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랩어카운트(자산종합관리 계좌) 시장에 주목하면서 시장이 다시 활기를 되찾기를 기대하고 있다.

18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IBK투자증권은 ETF 특화 투자솔루션 기업인 EPI 어드바이저와 협업해 ‘IBKS EPI 글로벌자산배분 자문형 랩’을 출시했다. 경제·시장지표와 성장·물가·유동성·정책을 분석하고 개별 자산 ETF 데이터를 결합해 최적의 포트폴리오 비중을 도출한다.

현대차증권도 지난달 ‘롱 온리 헤지 자문형 랩어카운트’를 런칭했다. 별도의 선물 투자나 공매도를 활용하지 않고 주식의 현물 매매를 통해 주식과 현금 비중을 탄력적으로 조정해 헤지하는 전략을 활용한다. 하나의 포트폴리오를 운용역별로 트렌치를 나눠 고유의 운용스타일을 유지해 전체 변동성을 완화시키고 중장기적으로 안정적인 운용을 지향한다.

메리츠증권은 인공지능(AI) 기술을 활용해 안정적인 수익을 추구하는 ‘메리츠글로벌 콴텍AI랩’을 출시했다. AI기술을 통해 투자자의 보유종목을 진단하고 성과가 우수하지 않은 종목의 비중을 자동으로 축소하거나 대체해 최적의 포트폴리오를 제안하는 것이 특징이다.

하나증권도 연초 은퇴를 앞둔 시니어 고객들을 대상으로 채권형 ETF 등 변동성 낮은 자산 중심 포트폴리오 구성으로 안정성을 높인 ‘하나더넥스트 랩 시리즈’를 출시한 바 있다.

이처럼 증권사들을 타겟 고객층, 운용전략, AI 활용 등 차별화된 랩어카운트를 앞세워 고객들의 자산을 적극적으로 유치하고 있다. 실제로 랩어카운트 판매와 보수수수료 등을 통해 실적 개선 효과가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미래에셋증권은 지난해 영업이익 1조원을 다시 달성했다. 브로커리지와 WM 부문의 성장이 호실적을 이끌었는데 WM 부문에서는 연금자산 및 랩어카운트 수수료가 크게 늘었다. 금융상품 수익이 전년 대비 15% 증가한 가운데 랩어카운트 수수료는 30%나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다만 문제는 랩어카운트 시장의 회복이 더디다는 점이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일임형 랩어카운트 총 잔고는 지난해 말 84조6984억원으로 2015년 상반기 이후 최저수준으로 위축됐다. 랩어카운트 시장은 2016년 말부터 100조원대로 커져 2021년 하반기부터는 150조원 시대를 열었으나 2022년 4분기 레고랜드 사태로 불리는 강원중도개발공사(GJC) 회생 신청사건이 불거지면서 위축되기 시작했다. 여기에 2023년 채권형 랩·신탁 돌려막기 관행이 금융당국의 제재를 받으면서 같은 해 10월 일임형 랩어카운트 잔고도 100조원 밑으로 뚝 떨어졌다.

증권업계에서는 랩어카운트 시장의 회복이 절실한 상황이다. 금융상품 중에서도 보수 등이 높은 편에 속해 안정적이 수익을 거둘 수 있기 때문이다.

업계에서는 금융당국의 랩·신탁 불건전 행위 징계가 마무리되고 시장의 신뢰를 회복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보고 있다. 이에 금융투자협회와 증권업계는 지난해 분골쇄신의 각오로 재발 방지에 나서겠다며 고객 신뢰 회복을 강조한 바 있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랩어카운트 시장이 어려운 것은 사실"이라며 "랩·신탁 돌려막기 문제가 일단락되고 나면 보다 공격적으로 영업에 나설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랩어카운트 시장 전망은 긍정적이다. 150조원 규모를 넘어섰던 만큼 현재 주춤한 시장은 증권사에게 기회이기도 하다.

이석훈 자본시장연구원 금융산업실장은 "랩어카운트의 경우 불건전영업에 따른 신뢰 하락 후 정체를 보이고 있지만 자산관리 수요 증가에 힘입어 대형사를 중심으로 완만하게 회복세가 지속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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