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삼부토건 경영진을 향한 비판이 커지고 있다. 지난 2020년부터 재무건전성의 위험 신호가 포착됐지만, 소극적 대응으로 삼부토건의 위기를 더욱 심화시켰다는 지적이다.
◆ 영업익 2020년부터 적자전환...법정관리行 예견된 수순
국내 토목건축공사업 1호 기업이기도 한 삼부토건은 실적 부진에 따른 경영 악화를 이유로 지난 24일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 신청에 들어갔다. 회사 측은 "경영 정상화와 계속기업으로서의 가치 보존을 위해 회생절차를 신청했다"며 "서울회생법원이 제출된 신청서 및 첨부 서류를 심사해 회생절차 개시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이를 바라본 업계 시선은 곱지 않다. 삼부토건의 재무건전성 위험 신호는 약 4년 전인 2020년부터 나타났지만, 경영진이 이를 해소하지 못한 것으로 평가돼서다.
26일 나이스신용평가에 따르면 삼부토건의 영업이익은 2020년 말 적자전환 후 4년 연속 영업손실액을 키워왔다. 연도별 조정 영업손실액은 ▲2020년 79억원 ▲2021년 44억원 ▲2022년 819억원 ▲2023년 782억원 ▲2024년 3분기 678억원이다.
대폭 늘어난 차입금 수치도 삼부토건의 상환 부담을 가중시켰다. 2019년 947억원에 머물던 총차입금은 2020년 약 2배 많은 1736억원으로 불어난 후, 2023년 말 2045억원까지 치솟았다. 이에 따라 기업의 실제 사용 가능한 현금은 모두 마이너스를 기록하게 됐다.
기업의 재무건전성을 표하는 부채비율 상승률도 심상치 않았다. 2019년 119.5%에 머물던 부채비율은 등락을 반복하다 2023년 말 403%를 기록, 2024년 9월 말 838.5%까지 급증했다.
마치 시한폭탄을 안은 듯한 모습의 삼부토건이었지만, 경영진의 태도는 다소 태평해보였다.
경영 '적색불'이 켜진 상황에서도 삼부토건 이일준 회장은 기업의 주요 사항을 결정하는 이사회에 고작 8% 수준의 출석률을 보여서다. 작년 3분기(2024년1월1일~2024년9월30일까지) 보고서상 개최된 이사회는 총 70회, 이 회장이 이사회에 얼굴을 비친 횟수는 고작 6번이 전부다.
아울러 경영진 및 사내이사진의 소홀한 경영 행태를 감시하고 감독해야할 사외이사마저 참석률이 고작 한 자릿수에 머물렀다. 이종현 사외이사의 작년 3분기까지 이사회 참석률은 7.1%에 불과했다.
![작년 3분기 분기 보고서.[출처=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https://cdn.ebn.co.kr/news/photo/202502/1653208_665929_4134.jpg)
◆ 우크라 재건株?…'해외 실적 0' 삼부토건의 허상
위험 신호가 뚜렷했던 삼부토건이었음에도 불구하고, 기업의 주가는 최근 요동쳤다. 우크라이나 재건 관려주로 꼽히면서다. 하지만 취재진이 해외실적 등의 내용을 분석한 결과, 삼부토건이 우크라이나 재건 사업에 합류하기란 사실상 불가능할 것으로 판단된다. 삼부토건의 해외사업성과가 창사 70년 이래 0건이라는 점에서다.
업계 내용을 종합하면, 2023년 삼부토건이 우크라이나 재건 포럼에 참석하면서 기업 주가는 약 두 달 만에 1000원대(2023년5월·1012원)에서 5000원대(7월·5500원)로 치솟았다. 우크라이나 재건 사업에 대한 투자자들의 기대감이 반영된 것이다.
이후 작년 4월, 삼부토건은 우크라이나 현지 건설회사 BUDOVA(부도바)사와 MOU(업무협약)체결 내용을 공개하면서 우크라이나 재건사업에 대한 기대감을 더욱 부풀렸다. 이 당시 삼부토건의 주가는 또 한 번 요동쳤다.
하지만 그로부터 1년, 관련 사업은 제자리에 머물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더 큰 문제는 삼부토건의 해외사업성과가 창사 이래 0건이라는 것이다.
해외시장 선점은 해당 국가와의 관계형성에 비롯된다고 평가할 정도로 매우 중요한 부분이다. 이 점을 고려할 때, 해외실적이 전무한 삼부토건이 우크라이나 재건사업에 합류한다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할 것으로 짐작된다.
실제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등에 따르면 작년 3분기 기준 우크라이나 재건 관련주로 알려진 삼부토건의 해외사업실적은 1955년 창사 이래 0건으로 확인됐다.
보고서에는 해외사업으로 ▲발전소 ▲공공건축물 ▲터널 ▲교량 ▲도로공사 등이 있다고 명시돼있지만, 현지 건설 및 수주 설립 이후 진행 중인 사업은 없었다.
무엇보다 현지해외법인들은 휴업상태로 청산 절차가 진행 중이다.
이에 금융업은 "막연한 (우크라이나 사업)수주 기대감으로 주가가 오른 것으로 보인다"며 투자자들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를 높였다.
금융업 한 관계자는 "우크라이나 재건 사업 관련주로 다수 건설사의 주가가 등락을 반복하고 있다"며 "막연한 수주 기대감으로 묻지마 투자는 매우 위험하다. 기업 공시 등 관련 자료들을 면밀히 파악해 투자에 나설 것"이라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