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해저케이블]
[출처=해저케이블]

LS전선과 대한전선이 해저케이블 기술 탈취 의혹을 두고 치열한 신경전을 이어가고 있다. 양측 입장이 첨예하게 갈리고 있어 갈등은 쉽게 해소되지 않을 전망이다. 

19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대한전선이 LS전선 해저케이블 기술을 탈취했다는 의혹에 대한 경찰 수사가 올 상반기에 나올 것으로 전해졌다. 

이번 의혹은 LS전선이 해저케이블 제조 설비 도면과 '레이아웃' 등을 대한전선에서 탈취했다고 경찰에 수사 의뢰를 하면서 이뤄졌다.

이에 경찰은 지난해 6월 충남 당진 대한전선 공장, 같은 해 7월과 11월 각각 서울 서초 대한전선 본사와 하도급 업체 등을 압수수색을 진행했다. 조만간 회사 관계자들을 소환해 사실관계를 따져본 이후 결과를 발표할 전망이다.  

LS전선이 문제로 삼은 곳은 대한전선이 공사 중인 해저케이블 1공장이다. 대한전선은 1공장의 설계를 가운종합건축사사무소(이하 가운건축)에 맡겼는데 이 과정에서 설비 등의 주요 정보가 넘어갔다는 것이다. 가운건축은 2008년부터 2023년까지 LS전선의 해저케이블 공장 1~4동의 건축 설계를 전담한 회사이기도 하다.

LS전선은 지난 2007년 국내 최초로 해저 케이블 기술을 개발한데 이어 2008년에는 첫 사업장을 구축했다. 글로벌 기업들과 비교하면 후발주자이지만 성장세를 지속하고 있다. 

해저케이블은 6단계를 거쳐 생산된다. 구리선을 일정한 굵기로 가공하는 ‘신선’, 구리선을 여러 가닥으로 꼬는 ‘연선’, 동선에 절연체를 씌우는 ‘절연’, 외부 피복을 입히는 ‘시스’, 전체 외장 작업인 ‘자켓팅’ 순이다. 

이 모든 과정에서 불필요한 시간과 비용을 줄이고 필요한 만큼 전선을 얼마나 길게 만들 수 있느냐가 핵심 경쟁력이라는 것이다. 

LS전선 입장에서는 경쟁자 등장에 예민할 수 밖에 없는 구조다. 

결국 주요 쟁점은 공장 배치 도면 등이 법에 의해 보호되는 이익 또는 가치로 판단될 수 있는지 여부다. 

일반적으로 설비 배치도는 영업 비밀로 보기 어려울 수 있지만 노하우가 포함된 경우 부정경쟁방지법에 의해 보호를 받을 수 있다는 게 법조계 의견이다. 그러나 이를 판단하기 위해서는 해당 레이아웃이 실제로 어떤 기술적 효과를 가지고 있는지 그리고 비밀로 유지됐는지 여부를 따져봐야 한다는 설명이다. 

이와 관련 가운건축은 공장 건축물 설계만을 담당했을 뿐 해저케이블 설비 및 제조기술 등의 생산설비 설계와는 무관하다는 입장을 내놓은 상태다. 

실제로 가운건축 홈페이지에는 △설계자료분석 △건축 디자인 △설계도서 작성 △예산관리계획 등 건축설계를 주요 사업으로 소개하고 있다. 

대한전선은 사실무근이라는 입장이다. 기술탈취의 목적으로 경쟁사의 레이아웃과 도면을 확보할 이유가 전혀 없다는 것이다.

우선 가운건축의 경우 공정경쟁입찰 방식을 통해 다수의 건축 설계업체 가운데 선정됐고, 케이블 설비·제조 기술에 대한 업무와도 연관성이 없다는 주장이다. 정작 설비는 다른 전문업체를 통해 제작해 설치했다고 반론했다. 

2공장 역시 다양한 후보지를 물색하다 지난 해 말 당진으로 부지를 최종 낙점했다. 이 과정에서 후보 부지별 다양한 레이아웃을 검토했다고 밝혔다.

여기에 기술탈취 목적으로 경쟁사의 레이아웃과 도면을 확보할 이유도 없다는 설명이다. 

해저케이블 사업 역사만 놓고 보면 LS전선과 견줄만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대한전선은 지난 2009년부터 국내외 해상풍력 프로젝트에 해저케이블을 공급하며 실적을 쌓았으며 2016년에는 당진 공장에 설비를 구축하는 등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대한전선은 "2009년부터 해저 케이블 공장 및 생산에 대한 연구를 진행해 왔고 2016년 이후 당진 소재의 기존 케이블 공자에 해저 케이블 생산 설비(수직연합기 턴테이블 등)를 설치했다”며 "이 설비에서 내부망 해저 케이블을 생산해 2017년부터 서남해 해상풍력 단지 등에 성공적으로 납품한 실적을 가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대한전선은 지중 케이블 중 가장 높은 난이도의 500킬로볼트(kV)급 HVAC 케이블을 대한민국 최초로 개발했다"며 "북미에 최초로 시공한 역량을 가지고 있고 국내 최초로 500kV 전류형 HVDC 케이블을 개발해 국가 핵심기술로 보유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일각에서는 LS전선과 대한전선의 경쟁이 점점 치열해지면서 이를 견제하기 위한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매출 규모는 LS전선이 부동의 1위를, 대한전선이 2위를 지키고 있지만 그 격차는 빠르게 줄어들고 있다. 별도 기준 지난 2012년 4조1000억원의 매출을 올렸던 LS전선은 2023년 3조8000억원으로 규모가 줄었다. 같은 기간 대한전선은 2012년 약 2조원이었던 매출이 2023년 2조6000억원으로 늘었다. 

업계 관계자는 "국내 시장이 포화상태로 접어든 상황에서 해외 시장으로 눈을 돌릴 수 밖에 없는 만큼 경쟁은 치열해질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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