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삼성전자]
[출처=삼성전자]

삼성전자가 한종희 대표이사 부회장의 갑작스런 별세로 리더십 공백 상황에 직면했다. 

불과 엿새 전인 지난 19일 이사회에서 전영현 부회장(DS부문장)과 공동 대표 체제를 꾸리며 안정적 리더십 구축을 예고했던 삼성전자는 예상치 못한 비보에 충격에 빠졌다. 

한 부회장의 공백을 메우는 동시에 실적 개선, 인수·합병(M&A), 대미(對美) 전략 등 산적한 과제들을 신속·효과적으로 대처할 수 있을지가 관건이 될 전망이다.

26일 재계에 따르면 한 부회장은 전날 향년 63세로 별세했다. TV 개발 전문가인 한 부회장은 1988년 신입사원으로 입사해 37년 동안 일하면서 그룹 2인자까지 올라간 입지전적인 인물이다. TV 개발 부서에만 30년 가까이 머무르며 삼성전자 TV를 19년 연속 세계 1위로 이끌었고, 2021년 말 인사를 통해 DX부문장과 대표이사 부회장직에 올랐다.

한 부회장은 삼성전자의 모바일(MX)·TV·가전(DA)을 총괄하는 디바이스경험(DX) 부문장을 비롯해 DA사업부장, 품질혁신위원회 위원장까지 '1인 3역'을 맡으며 전방위적 리더십을 발휘해 왔다. 특히 삼성전자 소비자 제품 부문 전반을 총괄하며 기술 혁신과 품질 개선, 글로벌 시장 점유율 확대를 주도했던 그는 조직 내부에서 신뢰받는 리더로 자리매김 한 바 있다.

한 부회장의 부재로 삼성전자는 리더십 공백을 겪게 됐다. 삼성전자는 지난 19일 주총 직후 이사회를 열어 전영현 대표이사를 공식 선임, 지난해 상반기 한 부회장·경계현 사장(현 고문)에 이어 재차 투톱 체제를 구축했으나, 불과 6일 만에 재편이 불가피해진 셈이다. 

당분간 전 부회장이 1인 대표이사 체제로 운영, DS 부문을 중심으로 공동 대표로서 경영·조직 안정화를 도모하겠지만 CE·MX 부문을 아우르며 균형을 맞출 수 있는 리더십 체계 재구축이 당면 과제로 떠올랐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는 삼성전자의 실적 개선과 대규모 M&A, 나아가 대미 전략과도 밀접하게 연결돼 있다.

현재 삼성전자를 둘러싼 경영 환경은 결코 녹록지 않다. AI(인공지능) 핵심 메모리 HBM(고대역폭메모리) 등 첨단 반도체 경쟁이 심화하고 있고, TV·가전·모바일 등 IT 기술이 급속도로 변화하는 등 경영 여건이 매우 어려운 실정이다. 실제 DS 부문의 지난해 4분기 영업익은 2조9000억원에 그쳤다. 

DX 부문 역시 경쟁력이 약화되고 있는 상황이다. 지난 19일 열린 정기 주총에서 주주들은 삼성전자를 향해 "주가 부진 이유와 주가 부양 대책 등을 답하라"고 성토했으며 이에 한 부회장은 "스마트폰, TV, 생활가전 등 주요 제품에서 압도적인 경쟁력을 확보하지 못했다"고 인정하며 주주들에게 사과한 바 있다.

한 부회장의 부재는 삼성전자의 M&A 계획 수립에도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한 부회장은 이재용 회장이 강조해 온 'M&A 확대 전략'을 실행에 옮기는 데 주도적 역할을 맡아왔으며, 글로벌 시장에서의 성장 동력 확보를 위해 다수의 협력사와 신사업 기회를 발굴해왔다. 특히 리더십 공백이 길어질 경우 주요 의사결정이 지연되면서 계획 자체가 차질을 빚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미국 트럼프 행정부가 중국·멕시코·캐나다산 수입품을 대상으로 한 신규 관세를 예정대로 부과한다고 발표한 가운데, 관세 정책에 따른 대비책 마련도 시급해 졌다. 여기에 트럼프 행정부의 반도체 관세와 보조금 정책 등 구체적인 조치가 나올 때까지 신중한 대응도 필요한 상황이다.

전자업계 한 관계자는 "삼성전자가 기존의 리더십 체계를 신속히 재정비하고, 내부 동요를 최소화하며 글로벌 경영 환경 속 도전에 대응해 나갈 수 있을지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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